[지역전문가 인터뷰] 중국, 베트남, 다음은? '기회의 땅' 미얀마 탐방기

입력 2015-09-04 15:25   수정 2015-09-09 20:02

코이카 ODA사업 현지 다녀온 이정희 교수
"투자불모지? 성장잠재력 높은 자원 부국"




[ 김봉구 기자 ] 망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열대과일이다. 여름철 수박화채보다 망고빙수를 찾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과일이 됐다. 망고의 주요 원산지가 미얀마다. 미얀마산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도 당도가 높아 인기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미얀마 수확 후 기술관리 지원사업’ 일환으로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순까지 2주간 현지를 방문한 이정희 중앙대 교수(사진)는 “미얀마는 이미 우리 식탁에 와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는 인구의 약 70%가 농업에 종사한다. 각종 곡류와 열대과일 등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국가이자 자원 부국이다. 동시에 작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270달러에 불과한 저개발국가다. 농산물 수확 이후가 문제다. 농산물의 저장·가공·포장 등 유통 과정이 받쳐주지 못했다.

“미얀마는 ‘콜드체인’(냉동·냉장 등 저온유통체계에 의한 신선한 식료품 유통방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어요. 때문에 상품이 손실되거나 기업의 품질관리기준을 충족시키?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농산물 주요 생산지가 중북부 지방이라 남부에 위치한 최대 도시 양곤과는 멀어요. 물류 시스템과 인프라 부족으로 우수한 농산물이 제 값을 못 받는 거죠.”

현지 농산물 유통 개선을 위해 민트 흘라잉(Myint Hlaing) 농업관개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돌아온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유통 분야 전문가다. 양곤을 비롯해 전통 왕조의 수도였던 만달레이, 행정중심지인 현재 수도 네피도 등 미얀마 각지를 꼼꼼히 돌아본 이 교수를 지난달 3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미얀마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다녀온 감상을 묻자 돌아온 첫 마디다. “지금 당장은 수익이 안 날 것”이란 전제를 달았다.

미얀마는 최빈국 중 하나다. 오랫동안 군부독재가 이어지면서 ‘시간이 멈춘 나라’로 불렸다. 점차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기업들은 동남아 국가 중 베트남을 우선 투자 대상국으로 본다. 미얀마는 동남아에서도 서쪽에 치우친 데다 수출·입 규모나 구매력도 떨어져 투자 불모지란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뒤집어 볼 것을 강조했다. 단기적 수익 창출 관점에선 시스템·인프라 부족 같은 미얀마의 약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 하면 ‘아시아에서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 된다는 것이다.

“미얀마 정부는 해외 자본들의 인프라 투자를 원하더군요. 기업 입장에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 선뜻 진출하기 어렵지만 10~20년 뒤를 보고 투자했으면 합니다. 미얀마 시장이 무르익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활로를 개척하자는 거죠. 경제 발전 의지가 워낙 강해 지금 네트워킹을 잘하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동남아 국가 중 우선순위 격인 베트남도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중국 리스크로 인해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것보다는 한 단계 먼저 내다보고 미얀마에 진출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가격 역시 올라가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도 저평가 우량주인 미얀마 같은 나라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 정도 면적에 인구도 6000만명 가까이 된다. 자원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싸다. 게다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뛰기 시작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얘기다. 2011년 경제개방 조치 후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는 점도 투자엔 ‘플러스 요소’다.

주력 산업인 농산물 수출은 90% 이상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접경 지역 도매시장으로 물량을 보내 그날그날 경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전근대적 구조다. 미얀마 입장에선 유통시스템 개선과 새로운 수출길을 여는 작업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이 지점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선 현지 사회간접자본(SOC) 정비가 우선. 미얀마는 2차선이 최신도로일 매?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철도는 영국이 식민 지배했던 시절 사용한 협궤열차가 여직 남아있다. 전기는 대부분 자가발전으로 충당하는 수준이다. 뒤처진 SOC에 한국 기업이 투자해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그 반대급부로 판로 확대, 시장 진출 청사진을 그리자는 게 이 교수의 조언이다.

마침 현지에서의 한국 이미지도 좋다. 한류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올 초 한류 전용채널이 개국해 하루 종일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다고 했다.

“현지 대학엔 한국어과도 개설돼 있어요. 아쉬운 점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적어 졸업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한국에 대한 수요가 분명 있거든요. 미얀마 청년들을 지원하는 장학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원조가 아니잖아요. 모두 지한파가 되는 셈이니까요. 필요한 인재를 직접 길러내 현지 진출 교두보로 삼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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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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