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7에 어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채택할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생산하는 엑시노스를 쓴다면 내부 매출을 일으킬 수 있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선 겨우 잡은 큰 고객인 퀄컴을 놓칠 수 있다. 퀄컴의 새 제품인 스냅드래곤 AP를 선택하면 LSI사업부의 엑시노스 매출이 줄어든다. 전자업계는 삼성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6에 엑시노스 채택
AP는 PC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2007년 스마트폰이 나온 뒤 급성장 중인 AP시장에서 퀄컴이 선두로 나섰고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전량을 수탁 생산하며 실력을 키운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S, 갤럭시S2 등 자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를 썼다. 수탁 생산하는 애플 AP를 포함해 AP 시장점유율이 20% 중반으로 40%대인 퀄컴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2012년 LTE 서비스가 나오자 삼성 시스템LSI사업부는 곤경에 빠졌다. 핸드오버(통화권역이 바뀔 때 자연스럽게 통화를 이어주는 기능) 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데다 AP만으로 이뤄진 단일칩을 고집한 게 화를 키웠다. 당시 시장에선 그래픽칩 등을 AP 하나로 묶은 통합칩(대표적인 게 퀄컴 스냅드래곤)이 값도 싸고 스마트폰을 얇게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갤럭시S3 LTE 버전부터 엑시노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퀄컴은 전성기를 맞았다. 갤럭시S4, 갤럭시S5에 스냅드래곤이 들어갔다. 2013년과 2014년 퀄컴의 AP 시장점유율은 50%를 넘겼다. 매출은 2012년 191억달러에서 2014년 264억달러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작년 운명은 다시 뒤집혔다.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 논란 등으로 갤럭시S6에 적용되지 못한 것이다. 실적 감소로 지난해 8월 78달러 수준이었던 퀄컴 주가는 최근 5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엔 “2015년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든 25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전체 직원 중 15%(4500여명)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2년여의 와신상담 끝에 최신 14나노 공정을 개발, 이 공정에서 만든 엑시노스 7420을 갤럭시S6에 채택하며 회생했다.
○퀄컴의 절치부심 성공할까
퀄컴은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첨단 AP인 스냅드래곤 820 테스트칩을 건넸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7에 들어갈 유력 후보다. 지난 1년간 절치부심해 개발한 최신 AP로 파운드리까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14나노 최신 공정에 맡겼다. 갤럭시S7에 들어갈 또 하나의 후보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 중인 엑시노스M1이다.
선택권을 쥔 삼성 무선사업부는 성능과 가격을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딜레마에 빠졌다. 시스템LSI사업부는 비록 사업부는 달라도 한가족이다. 갤럭시S4, S5 때 시스템LSI사업부 매출은 2013년 13조원대에서 2014년 9조원대로 추락했다.
칩의 성능은 퀄컴이 스냅드래곤 820 파운드리를 대만 TSMC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 바꾸면서 비슷해졌다. 삼성전자가 내부 사업부 간 장벽을 쳐놓았다지만, 파운드리를 맡긴 걸 무선사업부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퀄컴 측 계산이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서 퀄컴을 끌어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이에 따라 갤럭시S7엔 주력 AP로 스냅드래곤을 쓰고, 엑시노스는 일부 지역에 출시하는 제품에만 사용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업계는 삼성의 선택을 관심 속에 지켜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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