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고 유연성 포함한 입법이라야 노동개혁이다

입력 2015-09-10 18:13  

머리도 맞댈 만큼 맞댔고, 모두가 할 말도 할 만큼 했다. 협상이란 이름 아래 몇 달째 같은 주장만 되풀이한다고 이뤄질 타협이 애초 아니었다. 정부가 정한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 시한(10일)이 지났다. 이제 정부가 책임지고 필요한 개혁입법으로 정면승부에 나설 때다. 핏발 선 청년 대학생들이 노사정위로 몰려가 노동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속하는 것은 얼마나 기이한 상황극인가.

처음부터 구속력도, 책임감도 없는 노사정위에 맡길 노동개혁이 아니었다. 올해 국정의 핵심목표로 4대 개혁과제를 잡았을 때부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밀어붙였어야 할 사안이었다. 전체 근로자의 10%도 대표하지 않는 한국노총이다. 더구나 지도부의 방침이 과격 조합원들에게 바로 저지될 정도로 리더십도 없는 한국노총이 적합한 대표권을 갖고 협의에 임할 수도 없었다. 정년 60세 연장, 실업급여 인상, 고용복지센터 추가설립 등 이미 당근책은 다 챙긴 판에 한국노총이 한 것이라고는 남은 쟁점에 대한 일관된 반대였다.

소위 최대 쟁점이라는 업무 저(低)성과자 해고요건 완화나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청년일자리 확충 등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에 필수다. 사적 자치에 속하는 고용관계의 기본원리일 뿐 노조의 동의사항도 아니다. 고용·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향한 최소한의 기준을 바로잡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저성과자라도 거듭 재교육의 기회까지 주기로 했지만 노조는 무조건 반대였다.

고용의 자유에 해고의 자유가 수반되는 것은 상식이다. 서구 선진사회에선 오래된 원칙이다. 저성과자를 가려내고, 재교육시키며, 그래도 안 될 경우 해고는 경영권의 기본 중 기본이다. 차제에 이 원칙을 분명히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연히 근거도 모호한 행정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법에 명시해야 한다. 통상임금의 행정지침이 법원에서 부정되면서 겪은 산업계의 혼란과 막대한 비용부담을 또 되풀이할 불씨를 남겨선 안 된다. 임금피크제도 100만명을 넘어선 청년실업자를 봐도 더는 미룰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야당이 무섭다고 입법화를 피하자는 얘기도 정부 쪽에서 들린다. 그 정도 용기도 없다면 애초 개혁이란 말을 꺼내질 말았어야 했다. 지금 와서 어설픈 미봉책이라면 차라리 손들고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 당장 편한 샛길로 빠져버리면 아예 손을 대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무늬만의 개혁이란 비판을 받은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그랬다. 연금재정 추계는 5년마다 하게 돼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손을 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공무원연금과는 상관도 없는 국민연금의 개악 방안까지 혹처럼 붙여버렸다. 지금 달았을 때 쳐야 쇠가 된다. 아니면 다음 정부에 더 큰 부담만 넘기게 된다.

노동시장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잘못된 관행을 떨쳐내는 것이 노동개혁이다. 기득권 당사자에게 동의를 받겠다는 접근 방식부터가 문제였다. 논의도, 주장도 이미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결단만 남았다. 정부가 용기를 낼 때다. 새누리당도 이 사안만큼은 표 계산을 않고 바로잡겠다는 공언을 실행해야 한다. 이 순간에도 청년 백수들은 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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