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엉뚱한 질문에 호통·막말…지역구 '민원처리장' 전락

입력 2015-09-20 19:16   수정 2015-09-21 09:37

국정감사 중간점검

거래 끝난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말라"…"담당 누구야"…"도로 빨리 놓아라"



[ 유승호/은정진 기자 ] 롯데그룹은 지난 17일 오후 짤막한 설명자료를 냈다. 롯데시네마와 유원실업 간 극장 내 매점 운영권 계약이 2013년 2월 끝났다는 내용이었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딸 신유미 씨가 대주주인 기업이다. 롯데가 2년 반 전의 일을 설명하고 나선 것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유원실업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독점하고 있는데 거래를 중단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미 거래 관계가 끝난 관계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국정감사가 지난 10일 시작해 중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하거나 소관 분야와 무관한 질문으로 국감 수준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공정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윤영찬 네이버 이사에게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정보기술(IT)업계 경험이 전무한데 이해진 의장을 대신해 로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증인 채택 이유인 네이버의 시장 독점 문제와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같은 당의 김용태 의원이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해서만 질문해 달라. 그만하라”고 말렸을 정도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10일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소관 분야와 무관한 질문을 던졌다. 유 의원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에게 “여당이 포털 길들이기를 한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포털은 방통위가 관장하는 부문이 아니다”고 했지만 유 의원은 “관장이 아니라도”라며 포털 관련 소송 자료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소관은 아니지만) 알아보는 데까지 알아보겠다”는 최 위원장의 답변을 듣고서야 질의를 끝냈다.

일부 국감장은 국회의원들의 민원 처리장으로 전락했다. 인천 계양갑이 지역구인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은 17일 황각규 롯데그룹 운영실장(사장)에게 “인천국제공항에 롯데면세점이 있는데 사회적 기여가 지난해 7000만원에 불과하다”며 “위상에 맞게 사회적 기여도를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와 기흥~용인 민자도로의 노선 중복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자신의 지역구(경기 용인갑) 사업인 기흥~용인 민자도로 공사가 원활히 추진되도록 해 달라는 얘기였다.

피감기관장이나 민간인 증인에게 고성을 지르고 면박을 주는 구태는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강창일 새정치연합 의원은 18일 행정자치부 국감에서 자신이 요구한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네 차례나 얘기했는데 안 갖고 오고 있다”며 “담당 실장 누구예요. 국회를 그렇게 농락해”라고 호통을 쳤다.

피감기관 측의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답변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의원들의 질문에 “정확한 것은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정 장관이 지난달 27일 취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다는 의원들의 한숨이 쏟아졌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은수미 새정치연합 의원을 가리켜 “세상을 덜 살아 재벌과 세상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피감기관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호/은정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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