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숙명?"…협업으로 부활한 문래동 소공인

입력 2015-09-24 18:18   수정 2015-10-06 11:07

한계돌파

"이대론 죽는다" 절박감에 신제품 개발·해외 마케팅
매출 50% 뛴 업체도

명품 만년필·휘핑기 등 개발
'천수답 경영' 업체는 고전



[ 김낙훈 기자 ] 이리직업훈련원을 나와 16세에 선반작업을 시작해 10년 전 서울 문래동에 터를 잡은 최기재 대현정밀 사장(51). 그는 요즘 일감이 한 달가량 밀려 밤 11시까지 잔업을 한다. 최근 60㎡ 규모 공장을 90㎡로 확장했고, 1억원 넘게 들여 신형 절삭기 한 대도 샀다. 최 사장은 “남들은 불황이라고 울상이지만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5%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추석에 어머니(87)가 좋아하는 굴비를 사들고 고향인 경남 합천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비록 월세공장이지만 공장을 넓히고 설비도 새로 들여와 푸근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압력계측 부품을 생산하는 성일테크의 전명일 사장(43)도 하루 세 시간씩 잔업을 한다. 원주직업훈련원 출신인 전 사장은 일본시장을 개척해 작년에 1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내수와 수출을 병행하면서 수주와 매출이 각각 50% 이상 증가하자 컴퓨터수치제어(CNC)머신 등 공작기계 석 대를 추가로 사기로 했다. 그는 “일손이 달려 연휴에 제대로 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활기 넘치는 직원들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10대 후반부터 쇠를 깎기 시작해 20~30년간 금속가공업에 종사하고 있는 문래동 소공인(小工人)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문래예술촌과 협업…아이디어 제품 잇단 출시

‘문래동 금속가공업체 집적지’엔 기계 부품이나 자동차 부품 등을 가공하는 선반 밀링 프레스작업 업체 1300여개(2014년 말 기준)가 밀집해 있다. 대부분 직원이 1~3명인 작은 기업이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때로는 골판지 상자를 깔고 공장에서 잠을 자며 일해 온 이곳 소공인들의 기술력은 국내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이곳엔 짙은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활기를 잃었다. 기존 거래처가 줄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공인도 나타났다. 그런데도 일감이 들어와야만 작업하는 ‘천수답 경영’은 여전했다.

오랜 불황은 소공인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고조된 것. 소공인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기술력과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박람회 등을 통해 해외 기업과 거래를 트는 데도 적극 나섰다. 친분 있는 소공인끼리 모여 기술융합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을 찾았다.

소공인들의 ‘의식개혁’에는 중소기업청에서 설립한 문래소공인특화지원센터도 한몫했다. 무료강좌인 ‘소공인경영대학’을 통해 경영혁신 교육을 시키고 공동작업도 알선했다. 반월·시화 공단 중견기업과의 거래도 도왔다. 일본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도쿄 오타구(大田區) 방문단도 꾸려 그곳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도 이끌어냈다.

협업과 공동마케팅 등으로 수주가 늘자 시설 확장에 나서는 곳이 속속 생겨났다. 정제약 검사기를 생산하는 태승엔지니어링의 이태구 사장(54)은 머시닝센터를 최근 2대 추가 구입했다. 황동으로 기어 부품 등을 가공하는 부영메탈의 한부영 사장(48)은 판매장을 새로 열었고,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태원테크의 김종신 사장(45)은 공장을 넓혔다.

소공인과 인근 문래예술인 간 협업제품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재연기계는 문래예술촌의 도움으로 ‘명품을 지향하는 만년필’을 선보였다. 한빛정밀은 ‘커피휘핑기’를 출시했다. 금속장인과 예술인이 만나 탄생한 ‘메이드 인 문래(made in Mullae)’ 제품이다.

곽의택 문래소공인지원센터장은 “소공인들이 불황만을 탓하지 않고 협업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시장개척에 나서면서 문래동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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