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남궁훈 "영화인·음악인처럼 우린 '게임인'…게임 통해 더 좋은 세상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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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25 17:36  

[人사이드 人터뷰] 남궁훈 "영화인·음악인처럼 우린 '게임인'…게임 통해 더 좋은 세상 만들고 싶다"

한국 게임산업의 산증인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겸 엔진 대표



[ 추가영 기자 ]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
김범수 의장과 한게임 공동창업
NHN·CJ E&M서 경영자로 활약
위메이드서 윈드러너·캔디팡 등
모바일 게임으로 대박 행진

공익재단 세워 건전한 문화 앞장
“운 좋고 때 잘 만나 큰 돈 벌어
게임업계에 진 빚 갚고 싶다”
후배들이 자긍심 갖도록 지원

세상 살면서 오래 계속되는 인연(因緣)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 겸 엔진 대표(43·사진)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1998년 삼성SDS를 그만둔 김 의장은 서울 한양대 근처에서 PC방 ‘미션넘버원’을 시작했다. PC방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게임을 모아 놓은 온라인 게임 포털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렸다. 게임을 잘 알면서 사업 감각이 탁월한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은 이가 바로 남궁 대표다. “일단 PC방에 한번 놀러오라”는 전화를 받고 남궁 대표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 역시 첫 직장인 삼성SDS를 그만두고 창업 준비를 하던 터였다. PC게임 매니아였던 그는 김 의장의 게임 포털 사업 구상을 듣고 흔쾌히 동참하기로 했다.

게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그의 주업무였다. PC방을 돌며 바탕화면에 ‘한게임’ 아이콘을 깔게 해야 했다. 한게임은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 포털이다. “한 게임 할래?” “한 게임 더?” 등에 착안해 그가 작명한 브랜드다. 한게임을 보급하기 위해 하루에 많게는 100여곳의 PC방을 돌았다. 현장 영업 감각은 이때 키웠다.

한게임 그리고 게임인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 공동 창업자인 남궁 대표는 NHN 인도네시아법인 총괄, NHN USA 대표 등을 거치며 해외사업 경험을 쌓았다. 2008년 NHN 둥지를 떠나서도 게임 관련 사업 경영자로 활동했다. CJ그룹이 게임사업을 키우려고 할 때도 그랬고,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 때도 그는 스카우트 후보 영순위였다. 게임 사업에 관한 그의 수완은 사업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평가받았다.

2012년 위메이드를 이끌 때 모바일 게임 윈드러너(다운로드 3000만건), 캔디팡(1000만건), 에브리타운(500만건)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천직으로 알고 밤낮없이 승부를 걸었던 게임사업에서 성공하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통해 좋은 세상을 가꾸는 길을 찾고 싶었다. 불량식품처럼 매도당하는 일 없이 건전한 게임산업을 육성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었다. 2013년 11월 게임인재단을 세운 까닭이다.

남궁 대표는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 등 한게임 1세대를 비롯해 게임업계 선배들을 찾아가 후원을 요청했다. 재단이 출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총 100억원 규모의 ‘힘내라! 게임인 펀드’를 조성했다. 네이버(50억원)와 한국투자파트너스(25억원), 남궁 대표를 비롯해 게임업계 1세대들(25억원)이 출연했다.

그렇다고 아직 젊은 나이에 공익사업에만 전념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의 미션을 수행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임처럼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게 그의 삶이다. 지난 7월 게임 퍼블리싱(유통·운영)업체 엔진을 인수한 것도 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도였다. 엔진을 통해 중소 게임개발사들과 벤처캐피털(VC)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었다. 경영난에 빠진 중소 게임업체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싶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의 사업 인연이 매듭처럼 다시 이어졌다.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엔진 지분 66%를 인수했다. 카카오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 게임하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게임 t사업 수완 이 남다른 남궁 대표의 또 다른 활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엔진은 중소 개발사들이 개발한 게임을 발굴해 완성도를 높여주고, 카카오는 유통을 맡는 방식이다.

남궁 대표는 “재단을 세운 것도, 엔진 경영을 맡은 것도 업계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자는 취지”라고 했다. 운이 좋고 때를 잘 만나 게임사업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그맨 유상무가 유세윤, 장동민과 함께 개그맨 후배들에게 ‘이자 무(無). 기한 무. 독촉 무’로 돈을 빌려주는 ‘옹달샘 대출’을 내놓은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문화산업瓦〈?끈끈한 연대의식과 유대감이 있는 것 같다”며 “게임업계 후배들도 좀 더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인’이란 말을 가장 먼저 쓴 것도 그다. CJ E&M에서 게임부문을 맡고 있을 때 음악 영화 방송 등 나머지 사업부문을 맡은 대표들과 저녁에 술 한잔 할 때면 ‘우리 영화인들은 말이야’ ‘우리 음악인들은…’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 내심 부러웠다. 그래서 게임인이란 단어를 줄기차게 쓰면서 대중화했다고 한다.

대박 게임엔 몸이 먼저 반응

남궁 대표를 한 번 만나본 사람은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빡빡머리에 고글형 안경 너머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기업인이라기보다는 게임인에 가깝다. 학창 시절 PC게임인 ‘삼국지2’와 ‘쥬라기공원’에 푹 빠졌던 그가 1997년 첫 직장으로 삼성SDS에 들어간 것도 회사에서 PC통신을 마음껏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박 게임엔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남궁 대표는 “소리를 꺼도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각을 통해 청각까지 자극할 수 있는 오감만족 게임을 할 때면 누가 찌르는 것도 아닌데 ‘움찔’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게임할 때 이용자들이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새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매일 몇 시간씩 게임을 하는 고등학생, 5년 동안 게임을 하지 않은 30대 자영업자 등 다양한 이용자를 모집해 게임 출시 전에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한다. 이때 손가락이 기획 의도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언제 게임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먼 산을 보는지 등 이용 행태를 세밀하게 살핀다. 게임을 얼마나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지가 게임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는 “맛있는 음식도 예쁜 그릇에 담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듯이 게임도 개발에 50%, 개발한 뒤 마감하는 데 50%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믿고 베팅한 것이 성공비결

남궁 대표는 다양한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에너지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성공시킬 사람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을 믿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위메이드 대표 시절 이 생각은 더 강해졌다. 그는 “투자 의도와 실제 사업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며 “사람을 믿으면 좀 길게 보면서 성공할 때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윈드러너 개발사인 ‘링크투모로우’에 투자할 땐 캔디팡, 윈드러너 등 대박 게임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길형이란 ‘게임인’은 뭔가 작품을 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길형 링크투모로우(현 조이맥스) 대표도 한게임 출신이다.

그는 “게임회사들이 모여 있는 경기 판교에서 ‘주식회사 판교’ 엔진 사업부, 위메이드 사업부, 선데이토즈 사업부 같은 느낌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실┠?엔진과 조이맥스,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등 중견 게임 개발사들은 ‘카카오 게임하기’에 모바일 보드게임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 ‘게임인재단’은
차세대 게임인재 발굴…중소 게임개발사 지원

게임인재단은 남궁훈 엔진 대표(게임인재단 이사장) 주도로 게임업계 상생을 꾀하고 차세대 게임 인재를 양성해 게임인(人)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2013년 11월 출범했다.

게임인재단은 지난 22일 대상으로 선정한 모바일 퍼즐게임 ‘던전 앤 고스트’까지 총 12회 ‘힘내라 게임인상’을 시상했다. ‘힘내라 게임인상’ 대상을 수상한 중소 게임개발사는 △개발 지원금 1000만원 △1000만원 상당의 UX(사용자 경험) 및 UI(사용자 환경) 테스트 △카카오 게임하기 무심사 입점 △NHN엔터테인먼트 서버 및 네트워크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네이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공동 출자한 100억원 규모의 중소 게임개발사 상생펀드인 ‘네이버 한국 투자 힘내라! 게임인 펀드’를 통해 ‘제6회 힘내라 게임인상’을 받은 모바일 테니스 게임 ‘얼티밋테니스’ 개발사인 나인엠인터랙티브(대표 김성훈)에 투자하기도 했다.

아울러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중소 게임개발사가 이용자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베타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중소 개발사들은 게임 출시 전 테스트를 위한 이용자 모집 비용을 줄이고 게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법무법인 천고를 통해 ‘힘내라 게임인상’ 수상작을 대상으로 투자자 계약, 퍼블리싱(유통·운영) 계약, 노무 계약 등 신생 개발사들이 흔히 부딪히는 문제에 법률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래 게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나의 꿈, 게임인 장학금’도 운영한다. 게임 특성화 교육기관 재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게임 특성화 교육기관 재학생에게 실제 게임업체에서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게임인재단 내 프로젝트 ‘모두다’는 최근 소셜벤처기업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6월 남궁 대표의 전액 출연으로 설립된 모두다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모여 있는 시설에 찾아가 참여자들이 동작 인식 콘솔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게임을 통해 이들의 발달 활동 및 치료 효과를 얻으려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다.

남궁 대표는 “모두다를 통해 문화 체험에서 소외된 계층도 게임이라는 매개체로 함께 어울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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