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0위내 은행 '0'…'구멍가게' 금융산업

입력 2015-10-04 19:16  

식어가는 성장엔진…갈 길 먼 서비스산업


[ 김일규 기자 ]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한국씨티은행장 재직 시절인 2012년 미국 씨티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전략회의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씨티그룹은 아·태 지역 실적발표 때 한국씨티은행을 포함한 경우와 제외한 경우를 따로 집계했다. 한국씨티은행 탓에 아·태 지역 전체 수익성이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2013년과 2014년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 회장은 “국내 다른 은행과는 수익성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그룹 내 아시아권에선 최하위였다”며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 대국인데 은행 수익성은 왜 평균을 깎아먹느냐는 지적을 받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중국, 인도에도 밀리는 경쟁력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은 초라하다. 대표주자인 은행만 봐도 그렇다. 전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2011년 14조7000억원에서 2012년 9조8000억원, 2013년 4조8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8조4000억원을 기록했지만 18곳에 달하는 은행들이 거둔 수익 치고는 초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31%였다. 5% 이상의 ROA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보면 경쟁력 차이는 확연하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선정한 ‘2015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기본자본 기준)’에서 50위권에 든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산업은행이 62위, 국민은행이 65위, 신한은행이 69위에 올랐을 뿐이다. 반면 중국은 공상은행이 세계 1위에 오른 걸 포함해 4개 은행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혁신 없는 우물안 개구리

한국 금융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혁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혁신 없이 양적 경쟁만 추구한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인·허가(라이선스)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예대마진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한국 금융사들의 모습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5년 말 208조원에서 지난해 말 365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IB(투자은행)나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 실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말 이후 국내 금융그룹들이 동남아 현지 은행을 인수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지에서 100위권 밑에 있는 소규모 은행들뿐이다.

금융 경쟁력 갉아먹는 ‘관치’

금융을 산업이 아닌 공공재로 취급하는 정부도 문제다. 금융회사들?‘정부의 2중대’ 정도로 생각하는 이른바 관치(官治)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시행한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이 변동금리·일시상환 방식으로 빌려준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게 안심전환대출이다. A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내내 외국인 주주들에게 왜 은행이 손해를 보면서 안심전환대출을 해줬는지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귀띔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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