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100여곳 둥지 튼 왕징…'베이징의 코리아 타운'서 창업 중심지로

입력 2015-10-04 21:10  

베이징은 지금

저렴한 임대료·접근성 '매력'
메이투안 등 속속 입주

"신흥 비즈니스 거점된다"
한국 기업들도 잇따라 이전



[ 김동윤 기자 ] 중국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왕징(望京)이 베이징의 새로운 창업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투안,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어러머 등 100여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왕징에 둥지를 틀고 성장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선 정보기술(IT) 산업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왕징이 중관춘(中關村) 못지않은 창업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드타운에서 창업 중심지로

톈안먼광장에서 북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있는 왕징은 베이징시가 1990년대 중반 외국인 주거지역으로 개발한 곳이다.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이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리아타운으로 발전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주재원 대다수가 왕징에 거주하고 있다.

작년 초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소호가 지은 오피스빌딩 왕징소호가 완공되면서 왕징은 ‘베드타운’에서 ‘창업 중심지’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연면적 39만㎡ 규모, 3개동으로 지어진 왕징소호는 완공 직후인 작년 초만 해도 하루 사무실 임대료가 ㎡당 4위안(약 740원)에 불과했다. 왕징소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몰려들면서 하루 임대료가 ㎡당 13위안(약 2400원)으로 1년반 만에 세배 수준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어러머는 왕징소호 T3동 5층에 입주해 있고, 메이투안은 T3동의 22, 23층을 모두 쓰고 있다.

이 밖에 헬스 관련 앱 서비스업체 핏타임, 모바일게임 업체 아하위러 등도 왕징소호에 입주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중심지로서 왕징의 위상은 자금 조달 실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자금을 조달한 베이징의 상위 10개(조달 자금 규모 기준) 스타트업 중 4개 기업이 왕징지역에서 나왔다. 어러머는 지난달 초 텐센트 JD닷컴 등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으로부터 총 6억3000만달러(약 7452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주목받았다.

원래 베이징의 창업 중심지는 북서부 지역에 있는 중관춘이었다. 하지만 중관춘의 상징이었던 전자제품 매장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창업 중심지로서의 중관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주간지 제일재경주간은 “중관춘은 하드웨어에 특화돼 있다는 이미지가 강해 모바일 비즈니스 관련 스타트업이 왕징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최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창업 투자회사도 속속 왕징지역에 사무소를 여는 등 창업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 비즈니스 중심지로 도약 기대

왕징지역이 이처럼 창업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뛰어난 공항 접근성(차로 20분 거리) △우수한 주거 및 교육환경 등이 꼽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선 왕징지역이 단순히 창업 중심지가 아닌 베이징의 대표적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왕징 남동부지역에는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5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지어지고 있는데, 이들 빌딩에 중국 주요 기업이 입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녹지그룹이 최근 왕징지역에 완공한 빌딩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화북지역 본부가 입주했다.

베이징에 흩어져 있던 한국 기업들 역시 최근 왕징으로 모이고 있다. 포스코 중국법인은 지난 1월 왕징 소호 인근 지역에 33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이전했고, 우리은행 중국 본사도 지난달 포스코건물로 이전했다. 이 밖에 KOTRA 중국 본부, 수출보험공사 및 수출입은행 베이징 사무소 등도 왕징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포스코 관계자는 “톈안먼광장 동부지역에 조성된 중심업무지구(CBD)는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아 왕징지역이 ‘제2의 CBD’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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