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일본에서는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전기 울타리로 인해 사람들이 연속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도쿄 서남부 시즈오카현 니시이즈초에서 7월19일 야생동물을 막기 위한 전기울타리 감전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5명이 다쳤다.
8월7일엔 이 전기울타리를 설치한 79세 남성이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밭작물의 사슴 피해를 막기 위해 5년 전 전기울타리를 설치했는데, 모르는 사이에 전선이 끊어져 누전사고가 난 것이다. 누전차단기 설치는 법률로 의무화되어 있지만 설치를 하지 못했다.
사고 뒤 일본에서는 야생동물 피해 문제가 큰 화제가 됐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야생동물로 인해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다. 멧돼지와 사슴, 원숭이 등에 의한 피해가 많다. 왠만한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의 농작물 피해지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는 사슴과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70%를 차지한다. 일본 환경성은 2012년말 사슴 개체수를 전국 249만 두로 추정했다. 1989년 30만마리에서 늘어났다. 포획이 안 되면 2023년엔 402만 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멧돼지도 3년 전 88만 두로 추정했다.
일본에서는 광역단체 단 ㎎?유해 야생동물 포획 활동을 한다. 그런데 포획을 담당할 사냥꾼들의 고령화가 심해 해마다 포수들이 줄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노약자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포획용 틀이나 덫이 개발되고 있다. 총소리나 유황 등 냄새로 ?아내는 대책 등도 가동된다.
야생동물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경작지, 촌락 주변에 야생동물 먹이가 되는 농작물을 방치하지 않도록 계도한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신속한 포획 활동을 한다. 휴경 농지, 경작포기지를 적정하게 관리, 유해 야생동물 서식지를 최소화 한다. 인간과 야생동물 활동지역을 명확히 나눈다.
고치현이 연간 3만 두의 사슴을 포획 목표로 삼는 등 포획량도 많아 활용방안을 강구한다. 포획동물고기 판매 식당을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소비촉진 캠페인도 한다. 요리법도 공모한다. 육가공 판매업자도 알선한다. 고기나 내장, 가죽 등을 액체비료로 제조해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연중행사가 되고 있다. 산을 끼고 있는 논밭에서 벼 고구마 등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하루 밤사이 멧돼지들이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고 헤쳐놨다”는 하소연이 많다. “참깨 밖에 지을 농사가 없다”고 호소할 정도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2010년 132억 원, 2011년 155억 원, 2012년 121억 원, 2013년 127억 원, 2014년 109억 원으로 최근 5년간 643억 원에 달한다. 야생동물 포획도 늘어나, 최근 5년간 포획된 야생동물이 무려 72만 779 마리를 기록했다.
한국도 일본도 유해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심각한 상태이지만 근본적인 晩萱?없어 부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야생동물 포획 지원과 피해 발생시, 피해액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원 정도가 정부 당국이 해 주고 있는 대책의 전부다. 농부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속수무책 형국이다.
현실적으로 한일 양국 다 야생동물 피해는 여러 이유로 늘고 있다. 간벌 등 숲 손질이 제대로 안돼 동물 먹이나 생식지가 감소하며 대신 농작물이 노려진다. 중산간지역 경작포기지가 늘고 인구가 감소한데다, 지구온난화도 야생동물 번식에는 좋은 조건이 돼 야생동물은 증가 경향에 있다.
그렇지만 호랑이나 늑대 등 야생동물들의 천적을 투입할 수는 없다. 그런 상태에서 늘어난 야생동물 가운데 숲속의 먹이 경쟁에서 밀린 개체들은 계속 농작물을 노릴 것이다. 효과적인 퇴치법 개발과 포획동물 고기와 부산물의 적법한 활용 방안 마련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인 셈이다.
야생동물의 적정한 서식밀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규정하기 어렵다. 동시에 지나치게 인간 위주로 야생동물 피해를 부각시키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공생이 최선의 답이겠지만 현실은 불가능해 보인다. 두 나라 민관에 큰 숙제가 되고 있는 야생동물 피해 대처가 어떻게 되어갈지 주목된다.
이춘규 남서울대 초빙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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