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핀테크 성공, '금융의 박지성'이 필요하다

입력 2015-10-08 18:14  

"갈수록 커지는 간편결제 시장
'천송이코트' 문제 후 규제완화
핀테크 벤처 활동공간 확장해야"

강임호 < 한양대 교수·경제학 >



영국 프로축구의 명문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 경(卿)은 박지성 선수에 대해 “스스로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라고 했다. 상대편 선수를 끌고 다니며 스트라이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에서도 이렇게 공간을 열어주는 기능이 절실하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핀테크와 관련해 그렇다.

핀테크는 ‘금융벤처’라고 할 수 있다. 금융산업에서 모험성이 있는 사업을 벌이는 것이란 의미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은 높지만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몰린다. 핀테크의 성패는 결국 금융산업이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공간을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핀테크 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류드라마와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본 중국 현지의 소비자가 한국의 온라인 상점에서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복잡한 결제방법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100%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당시 온라인 결제는 정말 어려웠다. 온라인 결제의 문제가 신(新)시장 창출의 기회를 잃게 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결제가 이렇게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인가. 온라인 결제가 신용카드사 편의 위주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는 온라인 결제의 성공률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사기를 당하지 않을 확률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자체가 ‘안전성’이란 높은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중국의 소비자는 그 장벽을 넘는 데 필요한 공간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 뒤 1년6개월 만에 눈부신 변화가 일어났다.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나타났다. 이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대체로 온라인결제 대행업체로, 신용카드사가 아니다. 그동안 이들 업체는 규제로 인해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발빠른 금융 규제완화가 이런 변화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예정돼 있다. 다양한 사업자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다른 어떤 ‘혁신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계기로 트인 생각을 가진 젊은 금융벤처들도 쏟아져 나와 국내 핀테크의 공간이 더 확장되기를 바란다.

인터넷은행과 관련해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국내의 우수 핀테크업체 모임인 ‘핀테크 얼라이언스’가 인터넷은행을 룩셈부르크에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이 룩셈부르크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려는 이유는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 규모가 국내에 비해 작고, 법인세 감면 등 룩셈부르크 정부의 지원이 적극岵見?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를 중시하는 현지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룩셈부르크 정부차원의 지원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영업기반이 전혀 없는 낯선 외국땅에 인터넷은행을 세우고 영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국내의 전자금융 관련 규제가 시대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상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 하고 있다. 소규모 전자금융업자의 등록을 위해 자본금 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에는 금융사고에 대한 1차적 소비자 책임을 모두 금융회사가 부담했는데 앞으로는 약정을 통해 핀테크업체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 금융회사와의 협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여러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들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스스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젊은 핀테크 벤처가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강임호 < 한양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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