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홀대하는 정부부처
석달간 발표한 보도자료 중 국어기본법 위반 1만3000건
"국어책임관이 뭔가요"
정부·자자체 국어 발전 담당 대부분 자기 업무인지도 몰라
전문인력 도입은 국회서 '허송'
[ 강경민 기자 ]
올해로 한글이 569돌을 맞았다. 1446년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1990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23년 만인 2013년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됐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한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바른 국어 사용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조차 여전히 어려운 한자어와 외래어가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보도자료 건당 평균 4회 위반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는 지난 4~6월 석 달 동안 17개 정부부처에서 낸 보도자료 3270건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는 국어기본법 14조 1항을 위반한 사례가 1만3099회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어기본법 위반 횟수(9919회)보다 32.1% 늘었다. 보도자료 건당 평균 4회 위반한 것이다. 위반 횟수가 가장 많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평균 7.4회)였고, 미래창조과학부(5.2회)와 외교부(3.8회)가 뒤를 이었다.
‘일부 선박이 광양항을 Skip함에 따른 영향’(해양수산부), ‘의무지출에 대한 Pay-go원칙’(보건복지부), ‘노사공동 혁신활동으로 Cozy-Room 만들기’(고용노동부) 등은 ‘영문은 알파벳 그대로 쓰면 안 된다’는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대표적인 사례다. ‘Pay-go’는 ‘페이고’로 표기해야 맞는다.외국어를 한글로 소리 나는 대로 적기는 했지만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6월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엔 ‘이어폰연결음(이어링·earing)을 이용해 힐링멘트와 광고메시지를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네이티브 오디오광고 서비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earing’이라는 불필요한 영문 병기와 함께 ‘힐링멘트’ ‘네이티브 오디오’ 등의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일본식 한자어도 정부 보도자료에 상당수 포함됐다. ‘첫 직장에서 3년간 착근(着根)하면’(고용부), ‘인축(人畜)에 심각한 피해’(농림축산식품부), ‘모수(母樹)의 형질을 받아’(미래부)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정부와 국회는 2년간 허송세월
국어기본법에 따르면 각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국어의 발 喚?보전을 담당하는 국어책임관(과장급)을 두게 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행정기관 416명, 지자체 243명 등 총 659명이 국어책임관으로 지정돼 있다. 대개 부처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장이 국어책임관을 맡고 있다.
하지만 국어책임관 업무를 맡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가 대부분이다. 국어책임관을 맡고 있는 A부처 관계자는 “내가 국어책임관을 맡고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2005년 도입된 국어책임관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날이 23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된 2013년 공공기관당 1명씩 국어 전문인력인 ‘국어전문관’을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어전문관을 두기로 한 국어기본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체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다른 법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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