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펜타곤

입력 2015-10-12 18:13   수정 2015-10-13 05:0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00년 전만 해도 평면을 빈틈없이 채울 오각형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정오각형으로는 쪽매맞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욕실 타일도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이었다. 그러다 1918년 독일 수학자 카를 라인하르트가 5종류의 새 오각형을 찾아냈다. 이후 1985년까지 14개, 지난 8월에 15번째 오각형이 발견됐다.

특히 30년 만에 찾아낸 15번째 오각형을 두고 학자들은 “물리학의 새로운 소립자 발견과 같은 쾌거로 생화학과 구조설계, 디자인계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흥분했다. 오각형은 타일뿐만 아니라 건축 구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중세 성채 건축이 육면체 위주였다가 대포의 등장 이후 방어 중심의 오각형으로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오각형 건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이다. 펜타곤으로 불리는 것은 건물 모양이 오각형(pentagon)이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2만6000명을 수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관공서다. 복도 길이만 모두 28㎞에 이른다. 5개의 동심오각형 ‘환상형 고리’를 10개의 바퀴살 모양 통로가 감싼다. 2001년 9·11 테러로 남서쪽 일부가 붕괴되고 200여명이 희생되는 참사를 겪었지만, 지금도 최?군사강국의 상징물이다.

오각형만큼 눈길을 끄는 게 팔각형 건물이다. 영어 옥타곤(octagon)은 미국 종합격투기대회 UFC의 팔각형 경기장을 뜻하기도 한다. 장제스 총통을 기념하는 대만 국립중정기념당과 이란의 술타니아 영묘도 팔각형 건물이다. 미국 헤리티지스퀘어 박물관의 롱펠로 하스팅스 옥타곤 하우스도 팔각형 주택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육용사 화탑(花塔)이나 우리나라 창경궁 팔각칠층석탑, 월정사 팔각구층석탑도 마찬가지다. 미국 프로야구팀 필라델피아 필리스 홈구장 등 팔각형 운동장도 많다. 대구에서 내년 개관할 삼성 라이온즈의 새 홈구장도 팔각형이다. 팔각형은 난방비 절감과 통풍 등 실용성이 뛰어나고, 오각형은 안정성에 무게중심이 있다고 한다.

하긴 충북 청원에 있는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의 오각정과 38선 경계에 있는 경기 포천의 오각정 전망대를 봐도 그런 생각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모레 펜타곤을 방문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모양이다. 그렇잖아도 한·미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안보를 상징하는 오각형 안정뿐만 아니라 실사구시를 생각하는 팔각형 협력까지 아우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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