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관함식(觀艦式)

입력 2015-10-13 18:1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육군에 열병식이 있다면 해군엔 관함식(觀艦式)이 있다. 관함식은 통치권자가 직접 바다에 나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의식이다. 열병식이 주로 제식과 행진에 중점을 둔 대외 과시용이어서 영어로도 ‘millitary parade(군사행진)’다. 반면 관함식은 전력 과시는 물론 실전 태세를 점검한다는 의미를 더해 ‘fleet review(함대사열)’라고 한다.

중세 이래 유럽에선 해군 전력이 국가의 흥망을 가를 만큼 중요했다. 관함식은 백년전쟁 와중이던 1346년 영국 에드워드 3세가 도버해협에서 직접 함대를 점검하고 수병들 사기를 진작한 데서 유래했다. 1588년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자 성대한 관함식을 열어 승전을 치하했다.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 때는 관함식이 17번이나 열릴 만큼 대영제국이 위세를 떨쳤다.

미국에선 관함식을 ‘naval review(해군사열)’라고 한다. 영국의 관함식이 부정기적인 함대 점검의 의미라면, 미국은 19세기 말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래 정기적으로 ‘해군의 날’(10월27일) 대통령이 해군을 사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군의 최초 관함식은 1962년에 열홱? 박정희 의장 등 정부 요인들이 탄 기함(경남호)이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 1000야드 간격으로 2열로 도열한 함정 39척 사이를 지나는 동안 백색 정복을 입은 모든 함승원이 일제히 경례했다고 당시 신문들은 전했다.

관함식은 외국 함대들을 초청하는 국제행사도 많다. 17세기 이래 우방국 해군 간에 망망대해에서 해상정보를 교환하던 관행에서 유래한 것이다. 2005년 영국은 트라팔가 해전 및 넬슨 제독 순국 200주년을 기념해 사상 최대 규모 국제관함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4000t급 구축함 이순신함이 참가해 이순신과 넬슨의 만남이란 화제를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국제관함식은 1998년 정부수립 및 건군 5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렸다. 충무공 순국 400주년과 한국형 구축함(광개토왕함) 확보도 겸한 행사로, 해군 40척과 11개국 해군함정 21척이 참가했다. 2008년 건군 60주년 국제관함식에도 12개국 함정 50여척이 왔다.

해군이 광복 및 해군창설 7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부터 부산 앞바다에서 관함식을 개최한다.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214급 잠수함 등 30여척에다 미국 핵추진 항모 로널드레이건호도 가세한다. 관함식의 백미인 해상사열과 훈련시범은 17, 19, 23일 세 차례 펼쳐진다.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은 옛말이 아니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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