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선 일본겜톡6] 아듀 '메탈기어 솔리드'! 28년 전설 끝나다

입력 2015-10-21 16:03   수정 2015-10-22 11:13

<p>지난 9월, 코지마 프로덕션의 마지막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 Ⅴ: 더 팬텀 페인'(이하 팬텀 페인)이 전 세계에 발매되었다. 2008년 PS3로 발매된 실질적인 전작 '메탈기어 솔리드 4: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이하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이후 7년만에 나온 넘버링 속편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konami.jp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가 최고의 시나리오와 연출로 메탈기어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반면 '게임이 아니라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이라도 한 듯, 코지마 감독은 2010년 PSP로 발매된 외전격 작품인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 워커'(이하 피스 워커)에서 게임플레이의 스펙트럼을 상당히 넓힌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팬텀 페인'은 메탈기어의 연대기를 완성해주는 작품으로도 의미가 크다. 1987년 MSX로 발매된 시리즈 최초의 작품 '메탈기어'와 그 속편 '메탈기어 2:솔리드 스네이크'에서 모든 음모의 배후로 묘사되는 '악역 '빅 보스의 10년 전의 이야기이자, '피스 워커'에서 국경 없는 군인들의 평화를 꿈꾸던 '주인공' 빅 보스의 10년 뒤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팬텀 페인'이 발표되었을 때 필자 역시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 이후 더 이어갈 스토리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시대배경을 알고 난 뒤 코지마 감독이 메탈기어 사가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미싱 링크'를 과연 어떻게 이어놓았을 지 너무나 궁금했다. 마치 '스타워즈'의 팬들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을 기다리듯 말이다.

이번 일본겜톡에서는 28년 간 이어진 메탈기어 사가의 최초이자 최후의 이야기 '팬텀 페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주의: 본문에는 직접적인 스토리 언급은 없지만 해석 여부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픈월드로 풀어낸 잠입 게임플레이의 최종 진화형

'팬텀 페인'은 최초 트레일러 공개 때부터 '오픈월드' 장르임을 표방해 왔다. 말을 타고 광활한 아프가니스탄의 황무지를 달리는 모습은 흡사 오픈월드 게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레드 데드 리뎀션'과 같은 모습으로, 그간의 메탈기어와는 조금 이질적이었다. '메탈기어만의 오픈월드는 어떤 모습일까?', '오픈월드 특유의 '열린 결말'로 메탈기어 사가를 마무리하려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함께 메탈기어 시리즈가 이제와서 오픈월드를 채용한다고 해도 'GTA'를 비롯한 그간의 명작들과 비교될 것이 분명한데 과연 그 완성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모두 불식시킬 정도로 '팬텀 페인'의 게임플레이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미션을 주변 환경과 플레이어의 장비에 蕙?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마취총으로 적을 기절시켜 가는 것이 가장 쉽지만 중반 이후에는 헬멧을 장착한 적들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당황하게 하는데, 마취가스 클레이모어를 설치한 뒤 그 쪽으로 적을 유인하여 해결할 수 있고, 인간 모형의 더미 풍선으로 적의 주의를 끈 뒤 숨어들어가거나, 더미 풍선을 갑자기 발동시켜 적을 기절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공략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기존의 메탈기어 시리즈에서도 있었던 방법들이다. '적 기지에 침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메탈기어 시리즈가 보여준 잠입 플레이의 백미이기도 하다. '팬텀 페인'은 동일한 플레이를 광활한 오픈월드에서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만 이는 훨씬 많은 패턴을 만들어낸다. 기존 시리즈는 좁은 공간에서 주인공의 무기와 첩보장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침투 경로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루트로 침투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따라서도 환경이 달라진다.

가령 적 스나이퍼가 플레이어를 저격하는 어려운 맵이 있을 경우 기존 시리즈였다면 거의 후반 스테이지에 등장할 만한 난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텀 페인'에서는 펫으로 적 스나이퍼 위치를 쉽게 알아낸 후, 이쪽에서 저격하기 좋은 장소를 선택하여 먼저 처리한 뒤 침투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전략을 실행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할 때 갑자기 모래폭풍이 불어와서 매우 쉽게 적진으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목표에 어떻게 침투할 지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몫


또한 '피스 워커'에서 추가된 풀톤 회수(기절한 적 병사나 무기 등을 열기구에 띄워 마더 베이스로 보내는 시스템)로 맵의 구석구석을 뒤지며 용병과 전리품을 노획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더 베이스에서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다 보면 나중에는 웜홀 생성기처럼 판타스틱한 장비까지 갖추게 되어 플레이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진다. 플레이어의 컨트롤을 극한까지 시험해야 했던 기존 시리즈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코지마 감독의 영리함이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이러한 오픈월드 환경이 철저하게 시나리오를 이어가는 데에 필요한 주재료로 사용됨으로서 시리즈 본래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활한 아프가니스탄의 황무지에 말을 타고 진입할 때는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난감하지만, 조금만 플레이해 보면 MMORPG의 메인 퀘스트에 해당하는 '미션'과 서브 퀘스트에 해당하는 '사이드 옵스'의 2가지로 매우 심플한 구성임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열리는 미션과 사이드 옵스만 클리어해 나가면 길을 헤멜 필요 없이 엔딩을 볼 수 있다.

미션의 시작과 종료 시 영화같은 연출과 함께 출연진과 스탭롤이 표시된다
반면 미션의 수행지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실패 처리되는 등 완전한 오픈월드라고 보기에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공개 당시 홍보했던 것에 비하면 오픈월드 게임으로서의 플레이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필자는 코지마 감독이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에 따라 달라지는 결말을 메탈기어에서 기대하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후반에 이르러서는 이미 수행했던 미션에 극단적인 조건을 건 미션으로 컨텐츠를 채우는 경우가 많고,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미션의 언락 조건을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데 이는 후술하도록 하겠다.

폭스 엔진의 성능 또한 탁월해서 최근의 PS4 게임들에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하이엔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메탈기어 솔리드 Ⅴ:그라운드 제로즈>(이하 그라운드 제로즈) PC버전에서도 뛰어난 최적화 성능을 보여왔으며 팬텀 페인에서도 그 점은 동일하다.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트 디렉터인 신카와 요지는 2014년 봄 '그라운드 제로즈' 발매당시 인터뷰에서 '폭스 엔진은 계속 튜닝 중으로, 본편인 팬텀 페인에서는 그래픽 수준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라고 밝히며, 게임 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날씨가 변화하고, 차량이나 말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원하는 목표를 마음껏 달성하는 흐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호언장담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캐릭터와 배경은 물론


원경의 묘사수준 또한 매우 높다


최근의 콘솔 게임들은 오픈월드 장르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 '폴아웃', 'GTA', '다크소울' 등 시리즈의 시작이 전혀 달랐던 게임들이 큰 틀에서는 비슷한 플레이 흐름을 갖게 된 것이다. '팬텀 페인' 역시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메탈기어 시리즈만의 '잠입'이라는 요소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고, 이는 게임플레이의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필자는 이전까지 메탈기어 시리즈의 게임플레이가 좀 어려웠지만 스토리를 보기 위해 플레이하는 편이었다. 반면 '팬텀 페인'은 정신차려보니 엔딩이었을 정도로 열중해서 플레이했을 만큼 재미있었다.

■마더 베이스에 소셜 게임의 게임플레이를 품다

'팬텀 페인'의 싱글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션'과 '사이드 옵스'로 나누어지지만 그와 구분되는 성장형 컨텐츠로 '마더 베이스'가 있다. 이 역시 '피스 워커'에서 계승된 시스템으로 기지의 건설과 용병의 고용 및 파견, 신무기 개발까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게임플레이 도중 언제든지 iDroid(<팬텀 페인>내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PDA)를 활용하여 명령을 내리거나 생산을 할 수 있고, 현재 위치한 곳으로 보급품을 받거나 헬기 화력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마더 베이스 내부의 잔재미도 쏠쏠하다


점점 확장되는 마더 베이스를 직접 둘러볼 수 있는데, 고용하는 용병은 실제로 마더 베이스 안을 배회하며 대화하기도 한다. 최근의 유저들은 이미 수많은 모바일 게임을 플레이하며 마을과 기지를 건설하고 있지만 그 안을 직접 둘러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모든 생산활동은 소셜 게임과 같이 시간 베이스로 이루어지지만, 게임을 종료하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온라인까지 되는 게임에서 왜 이런 제한을 두었는지 의아해했던 필자는 금새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FOB (Forward Operating Base) 시스템이다.

FOB는 일종의 전진 기지로, 시스템적으로는 싱글플레이 용의 마더 베이스 외에 온라인 전용의 마더 베이스를 별도로 건설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플레이어의 FOB에 침투해서 핵심 위치의 침투에 성공하면 해당 플레이어의 용병을 빼앗아오거나 자원을 약탈할 수도 있다. 물론 해당 유저에게는 침투 사실이 알려지고 온라인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라면 아마도 금새 보복해 올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흐름이지 않은가? 클래시 오브 클랜의 그 플레이가 메탈기어만의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랜덤 선택된 상대를 공격하고 이후 내 위치가 노출된다. 왠지 전투는 계속될 것 같지 않은가?
대부분의 기지들은 넓지만 통로가 협소하고, 계단에 방어병력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기존 시리즈에 있었던 '협소한 공간 내의 전략적 침투'를 바로 이 FOB 침투 미션에서 즐길 수 있다. '팬텀 페인'을 플레이하면서 술래잡기하는 맛이 많이 줄어서 아쉬웠다면, 이 모드에서 그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다. PvP형 컨텐츠이기 때문에 고레벨 유저 사이의 대전은 아마 기존 시리즈의 최고 난이도를 방불케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전작들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의 잠입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FOB 침투는 비동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어를 위해 플레이어가 미리 취할 수 있는 액션은 기지에 감시용 드론이나 지뢰를 설치하는 것이지만, 만약 플레이 중 적이 침투해 온다면 곧장 본진으로 돌아가서 방어에 임할 수도 있다. 또한 동맹을 맺을 경우 동맹의 FOB가 침공당했을 때 지원해주면 보너스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역시 많은 모바일 게임에서 익숙한 요소들이지만, 실제로 방어에 임할 경우에는 동기화 대전이 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또한 '핵무장' 시스템은 '피스 워커'부터 이어지는 '빅 보스'의 딜레마를 게임플레이로 멋지게 풀어냈다. 우선 핵무기를 보유한 플레이어는 핵 억지력에 의해 다른 플레이어가 침입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마더 베이스의 확장을 거듭하여 영웅도가 20만 이상이 될 때부터 그 억지력은 사라지고 핵을 탈취해 올 경우 억지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도리어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된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핵을 폐기해서 자원으로 되돌릴 지, 아니면 유지해서 억지력을 계속 유지할 지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피스 워커>의 선한 빅 보스가 <메탈기어>의 최종 보스로 변모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FOB 플레이는 충분히 재미있었고, 엔딩을 본 필자도 짬짬히 FOB만 플레이하는 중이다. 비동기와 동기, 싱글게임 플레이와 소셜게임 플레이를 넘나드는 입체적인 컨텐츠 구성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침투/방어의 밸런스 문제와 PC 버전에서의 핵 유저 문제 때문에 유저 커뮤니티에서 FOB에 대한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 또한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DLC결제를 통해 추가 FOB를 짓거나 임의로 보호막을 생성할 수도 있게 되었지만 거부감을 갖는 유저들이 많다. 다른 플랫폼의 요소를 가져오는 것이 재미가 될 수는 있지만, 과금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또한 지난 10월 8일 대규모의 업데이트를 통해 스팀을 제외한 모든 플랫폼에 '메탈기어 온라인 3'이 론칭되었다. '메탈기어 솔리드 3:스네이크 이터'에서 처음 도입되었던 '메탈기어 온라인'은 온라인 단체 PVP를 지원하는 TPS 게임으로,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에서 '메탈기어 온라인 2'크게 확장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4년 간 서비스를 지속한 바 있다.

차별화된 게임성을 보여주는 메탈기어 온라인 3
'메탈기어 온라인 3'은 일반적인 FPS의 데스매치에 해당하는 '바운티 헌터', 깃발 빼앗기에 해당하는 '클락 앤 대거', 거점 점령전에 해당하는 '컴 컨트롤'의 3개 게임모드를 지원하며, 다양한 종류의 맵을 지원한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TPS와 다를 바 없지만 총을 들지 않은 채로 이동하는 것이 사뭇 다른 플레이 감각을 보여준다.

또한 '팬텀 페인' 본편에서 사용되는 CQC(맨손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술)가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뒤를 잡으면 손쉽게 적을 기절시킬 수 있고, 풀톤 회수를 통해 날려보내는 등 총격전 외에도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게 제공된다.

상대에게 회수당할 때의 기분이란..


'메탈기어 온라인 3'은 FOB 시스템과 같이 게임에 연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별도로 게임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게임플레이는 상당히 재미있지만 '메탈기어 온라인 2'에 비해서 규모가 많이 줄어들어 이전만큼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80년대를 보여주는 장치들

'팬텀 페인'의 시대배경은 소련 -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진행중인 1984년이다. 전작 '그라운드 제로즈' 이후 9년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던 빅 보스가 깨어나면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병원에서 눈을 뜬 빅 보스의 옆에는 초기 형태의 소니 워크맨이 놓여 있고, 80년대에 유행했던 신스 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울트라복스 출신의 보컬 미지 유어가 데이빗 보위가 발표했던 'The man who sold the world'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여러 가지 카세트 테이프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은 게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과도한 컷신을 줄인 덕분에 생긴 스토리의 공백을 전부 이 카세트 테이프로 해결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적 병사들이 기지에서 듣고 있는 음악 테이프를 수집하면 그 음악을 재생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게임의 특색 중 하나다. 워크맨에서 재생되는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Gloria)'나 아하의 '테이크온 미(Take on me)'를 들으며 플레이하다 보면 80년대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냉전시대 소련의 특수부대 스페츠나츠가 미국 팝송을 듣고있는 것은 좀 의아하지만 말이다.

코지마 감독도 1984년 당시의 모습으로 특별 출연했다.
28년 간 지속된 시리즈의 종막이라는 점은 어찌보면 한계로 다가올 수 있다. 현재 메탈기어 시리즈를 즐기는 많은 팬들이 PS의 '메탈기어 솔리드'로 입문했지만, '팬텀 페인'은 MSX로 나왔던 '메탈기어'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메탈기어의 역사를 알고 있을 지언정, 그 플레이 경험을 간직하고 있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재믹스라면 모를까, MSX라는 기기에 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 지금의 게임유저 중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필자의 경우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MSX 기종은 대우전자의 'IQ 1000'으로 3.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가 부속되어 있었다. MSX에서 카세트 테이프로도 게임이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또한 '메탈 기어'는 그 京커?나온 MSX2 이상의 기종에서 플레이 가능했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게임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전설의 게임이었고, 필자 역시 처음 플레이한 메탈기어 시리즈는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였다.

이 장면에서 무언가 감동받았다면 당신은 최소 30대 이상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미래를 보여주며 대미를 장식하였다면, '팬텀 페인'은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냉전 시대를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후술할 이유로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스토리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메탈기어 연대기를 알고 있는 유저라면 <메탈 기어>와 <메탈 기어2:솔리드 스네이크>로의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코지마 감독의 마무리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와는 또다른 느낌의 강렬한 경험이었다.

■27년 반복된 미완의 역사, 그리고 아쉬움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듯, 코지마 감독은 '팬텀 페인'의 제작 도중 부사장에서 사원으로 강등된 바 있다. 이는 올해 3월 코나미의 조직개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코지마 프로덕션은 제8제작부로 변경되었고, 제8제작부의 모든 개발장비는 외부로의 인터넷 연결이 차단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코나미의 카리스마岵?경영방식과 명작 프랜차이즈의 잇단 종료가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코나미를 대표하는 장수 시리즈인 메탈기어 시리즈를 만든 코지마 감독에 대한 징계는 메탈기어 팬들의 역린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 '팬텀 페인'의 발매 직후 스팀 리뷰란은 A Hideo Kojima game으로 도배되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orkly.com


그러나 발매된 '팬텀 페인'을 클리어한 뒤 챕터 2 도중에서 거의 뚝 자르다시피 하는 전개를 보고 필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의 데이터를 살펴보았고, 그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다른 게임은 접히더라도 꼭 지켰어야 할 메탈기어가 중단되었다기 보다는, 다른 게임이 살아남았어도 메탈기어의 제작만 중단될 수도 있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팬텀 페인'에서 코지마 감독이 본래 구상한 스토리는 챕터 5까지이지만 본편에는 챕터 2까지 수록되어 있다. 콜렉터즈 패키지에 부속된 블루레이에서 30%만 완성되었다는 챕터 3 '파리의 왕국'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챕터 2까지와는 또다른 스타일의 카메라워크가 사용되고 있고, 배우들의 페이셜 모션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챕터 1이 31개의 미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한 양의 컷신을 포함하여 스토리를 확실하게 마무??있는 반면, 챕터 2는 실질적으로 9개 정도의 미션으로 구성되며 스토리 또한 중도에 끊은 느낌이 강하다.

닛케이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팬텀 페인이 발매되기 전인 올해 8월 '팬텀 페인'의 개발비는 이미 1백억 엔(한화 약 970억원)에 이르렀고, 몇 차례나 발매가 지연되었다고 한다. 2012년 PAX에서 폭스 엔진이 발표되었고 2013년 GDC에서 완성버전과 거의 동일한 트레일러를 공개한 것에서 엔진 개발과 더불어 게임의 틀을 잡는 데에 2년 가량이 소요되었으며, 이후 2년 이상 개발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계산해도 챕터 5까지 개발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비가 더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라운드 제로즈'가 2시간 가량의 프롤로그 분량만 담은 채로 별도 발매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발매 전 강등되었다는 뉴스가 전해진 후 코지마 감독은 유저들의 원성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고, 그저 '팬텀 페인'을 개발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코지마 감독은 개발 중단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타협선을 찾아서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발매 후 판매량이 나오면 미완의 스토리를 완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명기의 PS3에서 단일 플랫폼으로 출시된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와 달리 '팬텀 페인'은 PS4와 Xbox One 외에도 PS3과 XBox360, 그리고 스팀버전까지 동시에 출시한 것에서 그런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빅 보스와 코지마 감독이 오버랩되어 보이는 것이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신기하게도 정확히 27년 전, 코지마 감독은 똑같은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1988년 그가 MSX로 개발했던 '스내처' 역시 액트 5까지 구상했지만 사업적인 이유로 액트 2에서 많은 의문들을 남긴 채 첫 작품을 내놓았다. 이후 PC엔진으로 내놓은 완전판에서 액트3~5의 스토리를 액트1 분량으로 축소하여 완결을 지었고, 많은 팬들의 찬사를 자아낸 바 있다. 스케일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일본에서 이름을 어느정도 알린 신진 크리에이터가 27년 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시리즈를 만들어 온 감독이 된 후에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상업 게임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커맨드 선택식 어드벤처 게임. 사진= http://gyusyabu.ddo.jp 주인공의 서포트 메카로 '메탈기어 mk-2'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팬텀 페인' 발매 후의 판매추이를 보면 아무래도 스내처와 같은 전개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브스의 기사에 따르면 '팬텀 페인'이 발매 시점에서 손익분기점에 다다르려면 600만 카피 이상을 판매해야 하지만, 첫 1주 간의 판킹??300만 카피 정도다.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가 비슷한 판매량을 달성한 것을 생각하면(최종적으로는 약 600만 카피), 스팀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으로 내놓은 '팬텀 페인'의 수치는 비슷할 전망이며, 개발비나 개발 기간을 고려할 때 상업적으로는 사실상 실패라고 봐야겠다. FOB 플레이의 지속적인 운영과 메탈기어 온라인의 론칭으로 어느 정도 판매가 지속되겠지만, 누구나 즐기는 게임은 아닌 '팬텀 페인'의 특성으로 생각할 때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확률은 낮다.

10월 첫주까지 PS4 버전이 40만 카피 판매되었다. http://www.famitsu.com/biz/ranking/


차라리 '스타크래프트 2'와 같이 3부작 구성으로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모두가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멀티플레이로 버티면서 다음 시리즈가 나오면 또 스토리를 즐기는 흐름이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폭스 엔진의 뛰어난 완성도가 아쉬움을 더한다.더욱 아쉽다. 위닝 일레븐에 폭스 엔진이 계속 사용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의미가 다르다.

이는 비단 코나미만의 흐름이 아니다. 일본의 게임업계 역시 AAA 게임을 만드는 것에 회의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자체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사활을 건 모험이 된 것이 현실이다. 캡콤은 '바이오 해저드 5'부터 기술력을 과시한 MT 프레임워크 엔진을 버리고 최신작인 '스트리트 파이터 5'에서 언리얼 엔진 4를 채용했으며, 마찬가지로 기술적으로 최첨단에 서 있는 남코 역시 최신작 '철권7'에서는 18년 간 유지했던 자체제작 환경을 버리고 언리얼 엔진 4를 채용했다.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화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저조했던 '메탈기어 솔리드 3:스네이크 이터'의 영향인지,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는 한국어화가 되지 않아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팬텀 페인'은 일찍이 한국어화가 결정되어 중국어판과 함께 오는 11월 27일에 발매가 결정되었다. 가능한 높은 판매를 기록하여 코지마 감독의 마지막을 조금 더 빛내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김창선 william.kimcs@gmail.com

■ 김창선은?
'스파이크 걸즈'의 게임 기획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했고, '다이스 어드벤처'의 디렉터를 담당했다. 모본, 엔씨소프트와 일본계 게임사를 거쳐 현재는 알트플러스(AltPlus) 코리아에서 디렉터로 근무 중이다.

일본 게임의 안팎에 정통하고, 특히 발빠르게 일본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핫 이슈를 콕 집어주는 내공으로 주목을 받았다.</p>

정리=박명기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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