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소비만으론 경제 못살린다

입력 2015-10-26 18:16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올해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1.2%에 달했다는 지난 주말 한국은행 발표에 기획재정부가 고무돼 있다. 기재부는 지난 일요일 이례적으로 3분기 성장에 대한 평가자료까지 언론에 배포했다. 러시아 출장 중이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런 좋은 뉴스를 왜 제대로 홍보하지 않느냐”며 특별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분기 성장률로는 여섯 분기 만에 0%대를 탈출한 것이고, 5년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1.2% 성장’의 내용을 뜯어보면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3분기 성장은 한마디로 생산이 아닌 소비로 이뤄졌다. 부문별 성장기여도를 보자. 소비와 투자로 이뤄진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1.9%포인트였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가 0.6%포인트, 정부소비가 0.3%포인트, 건설투자는 0.7%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3분기 내수기여도는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분기 1.2% 성장은 소비 효과

추가경정예산 집행,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등 정부가 소비 진작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기재부 분석에 따르면 정부 소비와 투자를 합친 재정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 0.8~1.0%포인트에 달했다. 1.2% 성장의 70~80%가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였던 셈이다. 반면 제조업 생산의 성장기여도는 0%였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주력 제조업의 침체가 지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란 사실은 많은 경제학자가 동의하는 명제다. 소비는 경제성장의 결과물일 뿐이고, 생산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토대라는 것은 프랑스 경제학자 장바티스트 세이가 19세기 초에 간파한 원리(세이의 법칙)다.

물론 ‘소비가 늘면 공급도 따라 는다’는 케인스류(類)의 주장도 없지 않다. 정부도 이 논리로 경기부양에 나선다. 그러나 소비 진작에 따른 소비재 위주의 생산은 경제를 단순 구조로 후퇴시킬 뿐이다. 최종 소비재보다 장래를 위한 설비나 부품 등 중간재(자본재) 생산이 진정한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준다고 세이는 말한다. 이런 생산이 활발해야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투자 생산 늘어야 진정한 성장

생산 증가에 따른 소득 증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소비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3분기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작은 이유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소멸되는 내년엔 민간소비가 다시 얼어붙는 ‘소비절벽’이 찾아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2012년에도 9~12월 개별소비세를 인하하자 소비가 되살아났지만 세율이 제자리로 돌아간 2013년 1분기엔 소비가 0.1% 감소했다.

경제를 제대로 회복시키려면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푸는 만큼 계속 생겨나는 정부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비효율적인 금융 아래서는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책자금과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도 솎아내야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기재부는 3분기 ‘반짝 성장’에 의기양양할 때가 아니다. 분기별 성장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구조개혁에 일로매진하는 기재부를 보고 싶다.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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