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거래소들의 역습…위기의 KRX "글로벌 경쟁력 비상"

입력 2015-11-03 14:24  

[ 정현영 기자 ]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첫 단추가 이달 중 꿰어질 전망이다. KRX의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부터 정치권에서 논의, 오는 19일까지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진행된다.

법안처리는 일반적으로 의원발의에서 시작해 상임위원회 상정(상임위 통과)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마무리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정부와 국회의원이 올린 85개 법안을 상정했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KRX는 이에 따라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지주회사 설립과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RX는 "브라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대다수 신흥시장 거래소들이 상장대열에 합류한 상황"이라며 "아시아 지역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IPO 절차를 늦출 수 없는 절실한 단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신흥시장 거래소의 'IPO 역습'…KRX 글로벌 경쟁력 '비상'

KRX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경우 국가 간 경쟁체제에 머물러 있다. 자국 내 복수의 거래소를 통합해 '1국 1거래소'로서 국가대표 거래소(national champion) 간 경쟁체제란 얘기다.

홍콩거래소는 1986년 4개 거래소를 통합했으며 호주의 경우 1987년 6개 거래소를 합쳤다. 1999년에 싱가폴은 2개 거래소를 통합했고 일본 역시 2013년 거래소 2개를 합쳤다. 한국은 2005년 3개 거래소를 통합한 바 있다.

반면 북미와 유럽 지역의 거래소는 이미 자국 내 시장 통합은 물론 글로벌 시장 통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자국 내 통합과 더불어 24시간 글로벌 거래체계 구축 등을 위해 대륙 간 합병이 본격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2006년에 나스닥(NASDAQ)과 OMX거래소(노르딕과 발틱 8개국가 거래소운영)의 합병 그리고 200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로넥스트(Euronext)의 합병 등이 그 예다. 유로넥스트는 네덜란드,프랑스,벨기에 거래소가 합병한 곳이다.

자국 내 거래소 합병과 대륙 간 합병 모두 IPO와 상장이 우선 과제였다.

비상장회사인 KRX의 경우 상장회사인 해외 거래소에 비해 지분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렵다는 분석. 따라서 대등한 지분교환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인수·합병(M&A)을 감안해도 KRX가 보유중인 M&A 자금(약 2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KRX에 비해 신흥 거래소들은 속속 상장대열에 합류했다. 일본과 홍콩, 싱가폴을 비롯해 호주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2000~2007년 사이 상장 작업을 끝마쳤다.

거래소는 "글로벌 거래소 산업은 시장의 규모와 거래소 자체의 수입 측면에서 상장거래소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상장거래소에 대부분(약 77%)의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이 집중돼 있을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래소의 수입 중 대부분(약 79%)을 상장거래소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거래소, IPO를 위한 구조개편 어디까지 왔나

KRX의 지주사 전환과 IPO 절차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자본시장법 개정 없이는 거래소의 구조개편 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개혁법안이 이달 말이나 내달 중 국회를 통과해야 내년부터 지주사 전환이 가능해진다.

거래소는 연내 자본시장법이 개정될 경우 2016년 1분기(1~3월) 안에 지주회사 '한국거래소지주(가칭)'로 전환을 진행하고 3분기(7~9월) 중 증시 상장을 위한 선결과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16년 4분기 이내에 한국거래소지주의 IPO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중순부터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공개세미나를 열어왔으며 금융개혁회의 등 현장 및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개편방안을 마련해 7월2일 시장에 발표했다.

거래소의 지주사 설립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먼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개정법률에 따라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하면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을 거래소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시장감시기능은 독립된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이 통합 수행하고, 장내외 파생상품 등 청산기능은 전문화된 청산회사가 수행하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IPO를 위한 선결과제 처리방안도 나왔다.

거래소는 "시장감시법인을 별도로 분리된 민법상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해 IPO 이후 영리 추구에 따른 공익성 약화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며 "시장감시법인의 운영상 독립성을 보장하고 시장감시법인에 대해 현행 시장감시위원회와 동일한 수준의 공적 통제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탁결제원의 공적기능 역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거래소가 보유한 예탁결제원 지분을 금융회사 등 예탁결제서비스 이용자 등에게 매각해 지분관계를 단계적으로 해소할 것"이라며 "IPO 이전에 지분율을 일정 수준까지 낮추고 상장 이후의 지분 처분 계획을 마련해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를 위한 공익기금을 설립하고,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상장차익 환수 규모와 공익재단 설립 등 활용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KRX의 구조개편이 꼭 필요한 이유

KRX는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거래소 시장 변화에서 소외, 뒤쳐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과 IPO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거래소는 "자본이동의 자유화와 금융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인해 거래 유동성 확보와 기업 상장을 위한 글로벌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해외 거래소들은 이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과 M&A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RX는 그러나 통합 이후 오랜 독점체제와 공공기관 지정 등으로 수익기반이 약화되고 글로벌 변화 추세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특히 잇단 거래수수료 인하(65%↓)와 수익성 있는 신사업의
부재는 거래소의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2011년 24억90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8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이러한 해외 유동성 이탈과 고령화에 따른 거래 감소 전망 등을 감안하면 장래 수익 기반도 매우 불투명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거래소가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자본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거래소 구조개편을 통한 근본적인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IPO 성공 시 거래소 주식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를 토대로 해외 거래소와 지분 제휴 및 교차거래로 인해 국내 투자자가 저비용으로 다양한 해외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거래소는 "거래소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IPO가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M&A와 지분교환 그리고 사업다각화 등 자본시장의 발전을 선도하려면 새로운 지배구
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IPO 이후 글로벌 전략은…"아시아 공략부터"

KRX의 구조개편 이후 글로벌 전략은 아시아 지역 내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아시아 중견 거래소(second-tier exchange)라는 대외 상황을 고려할 때 '아시아 공략'이 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이를 위해 해외 파생상품거래소를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설립 대상국은 현물시장 규모와 현지 수용도 및 규제장벽 등을 고려해 선정해야 하고 IPO 자금조달을 통해 터키, 필리핀 등 해외 파생상품 취약지역에 파생상품거래소를 조인트 벤처(Joint-Venture) 형태로 설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KRX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유럽선물거래소(EUREX) 등 글로벌 거래소와 연계거래를 실시하고 있는데 다른 거래소들도 제휴를 희망하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래소는 "KRX의 글로벌화는 단순한 업무제휴만으로는 부족하고 해외에 사업거점(outpost)을 확보해야만 실현이 가능해 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지 고객기반과 중개회사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외 거래소 등과 M&A 합작회사 설립 지분교환 등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 거래소와 교차상장, 공동상품개발 등도 적극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아시아 주요국과 공동지수 및 공동상품 개발 논의를 주도하고 해외 우량기업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상장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상품 공급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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