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불 수교 130주년

입력 2015-11-04 18:07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로즈 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극동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하면서 조선과 충돌한 사건인 병인양요(丙寅洋擾). 1866년 10월 발발했으니 149년 전의 일이다.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금압령에 의한 병인박해 후 7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박해에서 순교한 프랑스 신부는 9명이나 됐다. 정작 프랑스와의 수교(한불수호통상조약)는 병인양요 이후 20년 만인 1886년에 이뤄졌다. 프랑스와의 만남은 빨랐지만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보다 수교는 오히려 늦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불수호통상조약에는 다른 조약에서 찾을 수 없는 구절이 삽입됐다. 교회(敎誨)를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이 프랑스 가톨릭 신부들의 포교를 받아들이는 것을 공인한 셈이다. 이후 프랑스는 한국에 성당을 짓고 왕성한 포교활동을 벌여나갔다. 특히 프랑스 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물론 프랑스는 포교만 한 게 아니다. 서양 문물과 지식을 소개하고 외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유럽에 한국을 소개한 것도 프랑스다. 하지만 한국과 프랑스 관계는 을사조약 체결 때문에 1906년 중단됐다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1949년 다시 이어졌다.

무엇보다 프랑스, 프랑스인 하면 랄프 몽클라르 중령의 투혼을 잊지 못한다. 전역 중장이었던 그는 6·25에 참전하기 위해 중령 계급장을 달고 자원했다. 지원병만으로 구성된 프랑스 대대는 그의 지휘 아래 한국 전선에 3차에 걸쳐 참전, 공산군의 공격에 맞서 방어진지를 고수하는 등 혁혁한 전과(戰果)를 올렸다.

한국과 프랑스인들의 양국 간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조사도 있다. 2013년에 영국 BBC방송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63%가 프랑스에 호감을 갖고 있는 반면 프랑스인은 37%만 한국에 호감을 보이고 47%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3박4일 일정으로 그제 방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기업인들과도 만났다. 내년 한·프랑스수교 130주년에 앞서 올해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프랑스는 지난달 파리 에펠탑을 태극(太極)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뒤덮는 조명쇼를 펼치기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국어를 외국어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를 넓히려 하고 있다. 순교 신부들과 몽클라르 중령의 피와 땀에서 양국의 미래를 본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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