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사려 1주일 노숙"…불황에도 통한 'H&M·발망 협업'

입력 2015-11-05 17:31  

현장리포트

프랑스 명품브랜드와 합작
수백만원대 디자인 제품들 10만~50만원대로 내놔
개점 3시간여만에 '매진'

4개 매장 총 1150여명 줄서…6일 넘게 노숙하기도
인터넷선 되파는 '꾼'도 기승

SPA업체, 명품 한정판 가세…세련된 이미지·마케팅 효과



[ 임현우 기자 ] “재킷을 꼭 사려고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어요.” “일단 최대한 쓸어담을 거예요. 안 맞는 건 되팔면 되니까.”

5일 오전 7시께 서울 명동의 H&M 매장 앞. 400명 가까운 인파가 쌀쌀한 아침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한 시간 뒤 열릴 매장 문만 쳐다봤다. 맨 앞쪽에 줄을 선 사람들은 “닷새 전부터 밤을 새워 기다렸다”고 했다. 원하는 옷을 꼭 손에 넣고 말겠다는 의지에서 ‘전운(戰雲)’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이 기다린 건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인 H&M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과 함께 제작한 ‘발망×H&M 컬렉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발망의 디자인을 H&M은 4만~54만원에 한정판으로 내놨다. 한 소비자는 “380만원짜리 발망 재킷과 똑같은 디자인을 34만원에 파쨉?좋은 기회 아니냐”고 했다.

해외 SPA 브랜드들이 세계적 디자이너와 손잡은 ‘명품 한정판’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PA=저가 의류’라는 딱지를 떼고 이미지를 고급화하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1주일 가까이 노숙을 하는 사례가 등장하는가 하면 차익을 보고 되파는 ‘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H&M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발망 한정판을 판매한 서울 명동·압구정·잠실, 부산 센텀시티 등 4개 매장에서 총 1150여명이 최장 6일 동안 대기했다. 1인당 구매량을 스타일·사이즈별 1개로 제한했지만 오전 11시께 거의 모든 상품이 동났다. “내가 먼저 집었다”며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유니클로가 ‘유니클로&르메르 컬렉션’을 출시한 지난달 2일에도 전국 매장에서 총 1000여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에르메스 디자이너 출신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디자인한 옷을 유니클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패션시장을 휩쓴 SPA 업체들은 명품 한정판을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노리고 나섰다. H&M은 2010년부터 소니아 리키엘, 랑방, 베르사체, 마르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한정판을 내놓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2009년 질 샌더를 시작으로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카린 로이펠트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SPA의 이런 전략은 택璲?홍보효과 면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내고 있다. 지난해 H&M이 알렉산더 왕 한정판을 내놓자 이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48시간 전부터 줄을 섰는데, 올해는 경쟁이 유독 심했다. 이날 오전 H&M 매장에선 쇼핑백을 네댓 개씩 들고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온 이모 씨(19)는 “800만원어치를 사려 했는데 150만원어치밖에 못 샀다”고 했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 “발망 과 같은 디자인이라지만 어차피 SPA 의류인데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도 많다.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한정판을 싹쓸이한 뒤 서너 배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reseller)’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업체 측이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패션업체의 한 임원은 “SPA와 명품 브랜드들 간의 협업이 틈새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디자인 경쟁력과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런 협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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