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오른팔·왼팔'은 모두 R&D 전문가

입력 2015-11-10 18:59  

7조5000억 '잭팟' 한미약품, 신약 개발 경쟁력은

권 소장, 13년간 랩스커버리에만 매달려
이 사장, 연구소장 시절 R&D 기틀 다져
전문가 "신약은 안된다는 패배주의 없애"



[ 김형호 기자 ] “한미약품의 핵심 기술력 비결은 무엇입니까.”

한미약품 신약개발의 두 주역, 이관순 사장과 권세창 연구소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사장은 “권세창 연구소장이 랩스커버리 개발의 일등공신”이라며 “그는 30명의 별동대를 데리고 13년 동안 그 기술 하나에만 매달렸다”며 공(功)을 권 소장에게 돌렸다.


권 소장은 “회사가 적자일 때도 연구개발(R&D) 비용을 아끼지 않은 임성기 회장과 연구소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연구원들의 애로를 잘 아는 이관순 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 사장과 권 소장 같은 인재를 발탁해 길러낸 임 회장의 안목이 새로웠다. 이 사장은 1997년부터 13년간 연구개발 소장을 맡으면서 ‘한국 최초의 개량신약’ ‘한국 최초의 의약품 기술수출’을 이뤄낸 ‘정통 R&D’맨이다. 2010년부터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글로벌 진출을 진두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을 맡고 있다.

1996년 선경인더스트리에서 근무하다 경력사원으로 합류한 권 소장은 이 사장이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오로지 랩스커버리 기술에만 매달린 ‘집념파’다.

그는 “랩스커버리 외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아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이 ‘글로벌 제약사’의 꿈을 그리는 이상가라면 이 사장과 권 소장은 그 꿈을 현실로 바꿔주는 실행가인 셈이다.

○권세창 연구소장의 ‘첫 좌절’

2010년 어느 날. 권 소장은 의기양양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새로 개발한 기술을 임 회장이 참석하는 회의에 보고하러 가는 중이었다. 이 기술은 매일 맞아야 하는 당뇨 주사를 2~4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도록 개선한 것이다.

연구진은 획기적 기술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를 받는 임 회장의 표정은 연구진의 기대와 달랐다.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고가 끝나자 임 회장은 “주 1회가 아니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 연구하라는 지시였다. 한미약품 연구진은 고개를 떨구고 연구소로 돌아갔다.

권 소장은 “약효가 1주일에는 못 미쳐도 상당히 획기적인 기술이라서 칭찬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기대했는데 여지없었다”고 회고했다. 권 소장은 5년 뒤 임 회장이 원하는 주 1회 투여 기술을 확보했다. 한미약품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올해만 글로벌 제약사들과 약 7조50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임성기-이관순의 31년 인연

서울대 화학교육학과와 KAIST 화학 박사 출신인 이 사장은 대학 3학년 때 한미약품에 입사해 지금까지 31년째 연구개발을 챙겨온 ‘한미맨’이다. 병역특례를 마칠 즈음 임 회장이 이 사장을 불렀다. “자네 우리 회사에 계속 다닐 생각 없나.” 이 사장도 마침 우연히 출원한 제약 관련 특허가 등록되면서 제약업을 새롭게 볼 때였다. 임 회장은 이 사장에게 절대적 신임을 보냈다. KAIST 박사과정도 임 회장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 회장은 이 사장에게 최장수 연구소장을 맡겼다. 이 사장은 2004년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 ‘아모디핀’과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 개발로 임 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며 한미약품 연구개발의 기틀을 다졌다.


○“다른 길을 가야 한다”

1973년 회사를 설립한 임 회장은 항상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가 잡은 방향은 ‘다른 길, 빠른 길’이었다. 한미약품이 제약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이유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린 랩스커버리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4년이다. 임 회장은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폈다. 매일 맞는 주사의 고통이었다. 당뇨병 환자가 주사 맞는 시간을 놓치면 혈당 관리에도 문제가 생겼다. 임 회장은 이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 회장은 지시를 내리고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2주에 한 번 열리는 ‘R&D 리뷰’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권 소장은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연구개발이 지연되면 맛揚?직접 나서 방향을 잡아줘 어려움 속에도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빨리 가야 한다”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약물을 몸 안으로 전달해주는 방법에 관한 기술이다. 한미약품 외에도 세계에서 6개 업체가 확보하고 있다. 사노피, 얀센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한미약품을 찾은 이유는 속도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중반 독자적인 랩스커버리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임상용으로 쓸 제품을 생산하는 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머뭇거리다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300억원을 들여 임상시험용 시료를 생산하는 바이오공장을 짓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한미약품은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사장은 “자체 공장에서 글로벌 임상용 제품을 생산해내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며 “지난해 말 월 1회 투여하는 당뇨병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 2상이 성공하면서 기술수출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연구를 지켜보던 다국적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신약이 만들어지기 전 기술수출을 한 이유도 이런 스피드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 신약까지 개발해 수출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최종 신약 판매로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쾌거는 ‘신약개발은 안 된다’는 패배주의를 극복한 일대 사건”이라며 “이를 계기로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순 사장은

△1960년 충남 서산 출생 △1978년 대전고 졸업 △1982년 서울대 사범대 화학교육과 졸업 △1989년 KAIST 화학 석·박사 △1996년 한미약품 수석연구원 △1997년 한미약품 연구소장 △2010년 한미약품 R&D본부 사장 △2011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권세창 연구소장은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1982년 서울 경동고 졸업 △1986년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1988년 연세대 생화학 석사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 이사 △2009년 서울대 동물자원과학 박사 △2010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바이오신약 총괄 부소장 △2012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소장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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