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지자체의 '청년 용돈 포퓰리즘', 사전의무협의로 걸러내야

입력 2015-11-11 18:27  

치적 쌓기 선심성 무상복지 논란

'청년배당' '청년수당' 등 지자체의 선심성 무상복지
수혜자의 도덕적 해이 더해 지방재정 파탄 우려
표 위한 선심 아닌 조화로운 사회안전망 생각해야

"복지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매우 낮다.
유사·중복사업, 제도 간 분절적 시행,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사업 남발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한국은 선진국 못지않은 1·2·3층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구제하겠다는 명목으로 무상복지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사회복지 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중앙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은 연평균 7.6%씩 늘었으며,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은 연평균 11.3%씩 증가했다. 중앙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2015년 현재 115조7000억원, 지방정부의 지출은 46조8000억원에 이른다. 선진 제도를 갖추고 복지사업을 확충해왔음에도 복지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매우 낮다. 유사·중복사업, 제도 간 분절적 시행,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사업 남발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2010년 모라訝??부채상환 유예)을 선언했던 성남시가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중학생 무상 교복, 청년배당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들고 나와 정부와 갈등을 빚더니, 서울시도 청년수당이라는 걸 지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와 협의도 거치지 않고 시행 계획도 불분명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면서 지자체의 선심성 복지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표를 의식해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신규 복지제도뿐만 아니라 기존의 복지제도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사업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청년배당금을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청년 계층이 모든 세대 중 가장 대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취업 여부도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청년실업 해소인지 지역경제 활성화인지 사업 취지도 분명치 않다. 사업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사업의 지속성도 없어 보인다. 자치단체장의 지지 기반인 청년들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30% 육박하는 지자체 복지예산

정규 교육과정에 있지 않고, 노동시장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소위 니트(NEET)족을 대상으로 2~6개월간 월평균 5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청년수당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청년이 대상이며, 활동계획서를 제출받고 심사를 통해 지원하기 때문에 복지사업이 아니라 일자리 지원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설·변경되는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은 의무적으로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사회보장기본법 26조를 피해보자는 의도다. 또 서울시는 청년수당 정책은 프랑스, 독일, 호주 등에서 시행 중인 ‘청년보장제도’와 비슷한 제도로 한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유럽연합(EU) 의회가 권장하는 청년보장제도는 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니트족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현재 니트족인 청년을 경제활동 계층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사후적인 대응책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수당을 받기 위해 구직을 미룬다거나 활동계획서대로 이행하지 않고 수당만 받으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영유아 보육예산이 없다고 예산 편성조차 하지 않은 서울시가 아직 연구 단계에 있고 사업의 성과도 불확실한 정책을 서둘러 시행하겠다고 하니 다음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이 당연해 보인다.

청년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성남시의 무상 공공산후조리원사업과 교복지원사업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상 공공산후조리원사업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해 입소자에게 2주간 산후조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성남시는 민간 산후조리원 입소율이 60%에 그칠 정도로 이미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지역이다. 산후조리 서비스가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공공산후조리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폐업하는 민간 산후조리원이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다.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는 산모와의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무상 공공산후조리원사업도 정책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되는 선심성 사업으로밖에 볼 수 없다. 기존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교복지원사업을 확대해 중학교 신입생 전원에게 지원하는 무상 교복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교복 착용 여부는 의무교육 범위도 아니고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기에 공공재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이나 다음 선거를 앞두고 치적 쌓기를 위한 무리한 사업은 지방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기 마련이다. 중앙과 지자체의 신설·변경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국가 전체적인 틀 안에서 중앙과 지방 간의 조화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상 복지정책은 과잉 수요를 유발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또 한 번 시작한 복지정책은 중단하거나 없애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 단계부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자체의 선심성 사회보장사업 남발을 방지하고, 사회보장사업의 중복이나 누수, 사각지대 발생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사전 의무 협의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사전 협의를 통해 수용, 불수용, 변경 보완 후 수용, 대안 권고 등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는 사회보장위원회에 상정해 심의·조정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유사·중복사업을 제탭構?절감된 재원을 다른 사각지대에 사용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데 기여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협의 강화해야

선거공약으로 무상급식이 처음 제기됐을 때 국민은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제 국민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무상복지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선심성 공약이 표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중앙과 지방 간의 유기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해 효율적이고 조화로운 복지재정을 꾸려나갈 때에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조경엽 <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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