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아닙니다, 신비의 땅 요르단입니다

입력 2015-11-16 07:00  

영화의 장면이 현실로! 요르단 여행

협곡 사이의 고대 사원 페트라
영화 '인디아나 존스' 성배 숨겨진 곳

외계행성 같은 모습의 와디럼 사막
'트랜스포머' '혹성탈출' '마션'…
수많은 SF 영화의 촬영지로 쓰여

암만 시내는 드라마 '미생' 배경으로
로마시대 유적과 기독교 성지가 곳곳에




요르단. 생소한 나라였다. 같은 중동 국가인 이라크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어쩌다 아시아 지역 축구대회에서 요르단을 승점 쌓기의 제물로 삼겠다는 뉴스 외에는 그다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착각이었다. 이미 우리는 숱하게 요르단의 풍광과 유적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요르단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페트라…‘인디아나 존스’의 성배가 숨겨진 곳

서쪽에 이스라엘, 북으로는 시리아, 동으로 사우디와 국경을 접한 요르단은 딱 대한민국 크기의 소국이다. 게다?국토 대부분이 척박한 사막지역이다. 인구는 800만명 정도. 국민 대부분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 수니파들이다.

비록 면적은 작지만 요르단은 거대한 신비로 가득한 땅이다.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은 봤음직한 ‘인디아나 존스’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시리즈 중 3편인 ‘최후의 성전’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그의 아버지(숀 코네리)가 성배를 찾아 모험을 떠난 신비의 협곡과 유적이다. 붉은빛 협곡과 바위산 안에 지어진 거대한 사원. 영화 세트장 같기만 하던 그곳이 바로 요르단의 고대 유적인 페트라다.

페트라는 ‘바위’란 뜻으로, 기원전 7세기 유목민인 나바테아인들이 세운 도시다. 아라비아 반도의 무역상들이 지중해와 홍해로 갈 때 이곳을 거쳐야 했고, 거대한 바위 틈새의 골짜기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최적의 지형이었다. 번성하던 이 고대 도시는 106년 로마에 점령당하고 6세기께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사라졌다. 이후 잠들어 있던 이곳은 1812년 스위스의 탐험가 부르크하르트가 발견해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 속에서의 모습처럼 페트라는 여전히 신비 투성이다. 페트라의 상징과 같은 유적은 국립공원 입구에서 ‘시크’라고 부르는 거대한 협곡을 따라 3㎞쯤 지나서 만나는 알카즈네다. 붉은색 암벽을 깎아서 만든 거대한 신전이다. 구렁이처럼 구불거리는 좁은 협樗?걷다 알카즈네의 위용과 마주치는 순간은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만하다. 인디아나 존스와 같은 강심장을 갖지 않았기에 실물을 마주치는 순간 그 위엄에 눌려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알카즈네 외에도 바위산을 깎아 만든 수많은 집들과 절벽을 파서 만든 33층 계단식 원형극장, 이제는 기둥만 남은 갖가지 신전들을 만나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왜 페트라를 성배를 숨겨 놓은 장소로 설정했는지 수긍이 간다. 현실 같지 않은 고대 도시는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이며 아직 90% 이상이 발굴되지 않았다고 한다.

와디럼 사막…지구에 남아 있는 화성

페트라는 영화 ‘트랜스포머’에도 등장한다.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쥐고 있는 열쇠 또한 알카즈네 속에 감춰져 있는 것으로 나온다. 페트라의 신비 지수는 지구는 물론 우주를 통틀어 최고인 것 같다. 하지만 페트라조차도 와디럼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와디럼은 페트라에서 남쪽을 향해 차로 한 시간 반 가까이 가야 만날 수 있는 황량한 사막이다. 720㎢ 면적의 와디럼은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아니라 험준한 바위와 협곡이 가득한 곳으로,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같은 풍광을 갖고 있다. 3억년 전 지각 변동으로 맨 아래는 화강암층, 중간은 석회암층, 가장 위쪽에는 사암층이 형성됐는데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사암이 깎여 지금과 같은 신비한 모습이 탄생됐다.

기상천외한 모양의 바위산들을 수없이 품고 있는 와디럼은 마치 사진 속 화성의 풍광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트랜스포머’에서는 외계 로봇들의 본거지였으며 ‘레드 플래닛’ ‘혹성탈출’ ‘프로메테우스’ 등 수많은 영화에서 외계 행성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최근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도 와디럼을 촬영지로 선택했다. 그만큼 지구가 아닌 것 같은 풍경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붉은빛 모래와 사암 절벽이 가득한 와디럼에서 보내는 밤도 특별하다. 바위산 아래로 침대는 물론 식당, 샤워장까지 갖춘 캠프들이 많아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버킷리스트로 정한 사람이라면 그 꿈을 실현시켜볼 만하다. 특히 해발 고도가 1000m를 넘는 고지대이고 빛 공해가 없기 때문에 ‘세계에서 별 보기 가장 좋은 곳’ 10위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부터 ‘미생’까지

수많은 공상과학(SF) 영화의 촬영지로 등장한 와디럼이지만 이곳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영화는 1962년에 제작된 전설의 명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아랍인들을 위해 싸웠던 영국군 장교 T.E. 로렌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에서도 와디럼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으로 분한 피터 오툴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베두인족 전사로 등장한 오마 샤리프의 위엄과 아름다움이 빛을 내뿜는 영화다.

수천 명의 베두인족들이 말을 달리던 광대한 영상미가 인상적인 이 영화는 그해 여러 개의 오스카상을 휩쓸었다. 와디럼 사막의 풍광이 수상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없지 않다. 실제 로렌스는 터키군의 요새가 있던 요르단 최남단의 해상도시 아카바를 점령하기 위해 와디럼을 근거지로 삼았다. 영화의 유명함 덕분인지 ‘로렌스의 집’ ‘로렌스의 샘’ 등 사막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요르단이 품은 신비한 장소들이 할리우드 영화에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직장인의 비애를 주제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 또한 마무리를 요르단에서 했다. 주인공 장그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중고차 사업을 위해 요르단을 찾았던 것. 정작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요르단의 이국적인 풍광이었다.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만화가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요르단에서 일을 했던 것도 계기였다. 하지만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요르단은 참 잘 어울렸다.

영화나 드라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찾아가도 좋지만 요르단은 역사나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나라다. 제라쉬를 비롯한 수많은 로마 제국의 유적들이 잘 보존돼 있고 마다바, 느보 산 등 예수나 모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성지이기도 하다. 또한 이스라엘에만 있는 줄 알았던 사해 또한 요르단에서 체험할 수 있다. 보통 바다보다 훨씬 높은 염분 때문에 바다에 둥둥 뜬 채 책을 볼 수 있는 특이한 바다가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누군가가 영화에서나 가능한 상상을 현실 속에서 이루게 해줄 곳을 묻는다면? 그 해답은 요르단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까.

여행 팁

요르단은 여름에 40℃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더운 나라다. 여행 최적기는 겨울인 11~3월. 시간은 한국보다 일곱 시간 늦다. 화폐는 ‘디나르’를 사용한다. 전압은 230V로 한국 전자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콘센트 모양이 달라 멀티플러그를 준비하는 게 좋다. 요르단에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출발 전 한국에서 받아도 되지만 여권용 사진만 준비해 현지 공항에 도착해 받아도 된다.

한국에서 요르단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두바이나 도하, 방콕을 경유해야 수도인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음식은 지중해 특유의 햇빛을 받은 올리브와 채소, 과일이 맛있지만 한국인에게는 물리기 쉽다.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기호품을 가져가는 게 좋다.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미국과 외교적으로 가까운 나라여서 영어도 통용된다. 암만이나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페트라(요르단) 글·사진=김경우 여행작가 ichufs@naver.com
취재협조 : 주한요르단대사관, 요르단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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