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위에도 들지 못한 국민연금 CIO…현 시스템에선 누구라도 수익 내기 힘들다

입력 2015-11-25 18:33  

현장에서 - 유창재 증권부 기자 yoocool@hankyung.com

자산 규모는 세계 3위지만 CIO 글로벌평가에선 순위 밖

비전문가들이 투자방향 결정…정작 CIO엔 자산배분 권한 없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 못해…수익 올릴 기회 눈뜨고 놓쳐



[ 유창재 기자 ] 글로벌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꽤 공신력 있는 ‘CIO’라는 매체가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최고투자책임자(CIO) 100명’을 선정했다. 1위는 1985년부터 예일대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웬슨 CIO. 대학기금 운용에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접목해 채권 일변도였던 포트폴리오를 주식과 대체투자 자산으로 다변화한 주인공이다. 그가 구축한 자산 배분 방식은 ‘예일 모델’로 불리며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2위는 마크 와이즈먼 캐나다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IB) CIO. 위탁운용사에 의존하는 예일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투자를 통해 수수료 비용을 낮추고 조직의 전문성을 크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1년에 한 번 발표되는 이 리스트에서 아쉬운 점은 한국 국민연금 CIO가 100명 안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운용 자산이 500조원을 넘어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하지만 ‘CIO’가 100명을 선정한 기준을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100점을 만점으로 혁신성 30점, 업계 기여도 30점, 인재 육성 20점, 운용 기금 규모 15점, 재직 기간 5점 등으로 배점이 이뤄져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에게 원천징수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기금 규모를 제외하면 점수를 받을 항목이 거의 없는 것이다.

‘CIO’가 운용 규모보다 혁신성에 두 배의 배점을 부여한 건 수십, 수백조원에 달하는 연기금·국부펀드 운용 자산의 수익률이 자산 배분 원칙과 방식의 시장 선도력에 달려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수천억원 단위인 개별 투자 건은 전체 운용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CIO가 관여할 일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임기가 만료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지난 2년간 자산 배분과 관련해 바꿀 수 있었던 건 전체 자산의 0.2%인 1조원에 불과했다. 이 돈으로 헤지펀드를 새로운 투자 대상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그가 직무를 소홀히 했거나 변화를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체계에서 CIO는 자산 배분 변경안을 제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자산 배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상위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1년에 한 차례 결정하는 것으로 끝이다. 시장 환경이 급변해도 CIO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구조다.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길이 빤히 보여도 속수무책이다.

더욱이 21명의 기금운용위원 중 자산 운용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보건’과 ‘복지’분야에 함몰된 탓인지 도무지 이런 문제를 개선할 의지도, 역량도 없어 보인다.

반면 자산 운용 측면에서 국민연금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일본 공적연금(GPIF)의 히로미치 미즈노 CIO는 41위를 차지했다. 70%에 달하던 국내 채권 비중을 51%로 줄이고 국내외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늘리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요즘 국민연금의 차기 CIO를 뽑는 과정이 한창이다. 벌써 ‘어느 후보는 청와대 라인’이라든가 ‘어느 후보는 정권 실세 장관의 고교 동기’라는 등의 얘기가 나돌고 있다. 국민의 피 같은 돈 500조원을 책임질 CIO다.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국부가 5조원 늘어난다.

‘빽이 든든한’ 후보가 아닌 자산 배분에 전문성을 갖추고 복지부, 기금운용위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단 있는 CIO를 뽑아야 하는 이유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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