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인 국가 체코

입력 2015-12-03 17:46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체코인들의 자존심은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이웃 헝가리와 폴란드인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충분히 그럴 법하다. 이미 2차대전 이전에 의회민주주의를 시행했다. 중세시대엔 국왕이 한때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오르기도 했다. 수도 프라하의 아름다움과 보헤미아의 풍광도 자랑할 만하다. 지금도 동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국가다.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이나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무엇보다 체코인들에겐 공업국가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300년이 넘는다는 프라하공대를 비롯 100년이 넘는 공대가 즐비하다. 20세기 무기의 총아인 기관총도 웬만한 것은 모두 체코제다. 1920년 청산리전투에서 독립군들이 사용한 기관총 역시 체코제라고 한다. 크리스털 제품의 명가 스와로브스키도 보헤미아가 고향이다.

토지가 비옥하지 않아 농사보다 방적이나 유리 장신구 생산에 주력했던 나라다. 이미 1348년 프라하에서 유리 거울을 만들었다. 지금도 유리공업은 세계 최강이다. 장인들의 혼과 정신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더욱이 18세기 산업혁명을 만난 건 체코엔 행운이었다. 유리나 방적업이 기계화의 같燒?타게 됐다. 이 같은 장인 정신과 기계화의 유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차인 스코다(1895)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의 설립자 페르디난드 포르셰도 원래 북부 보헤미아 출신의 체코인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이 아니라 체코 시민권을 선택할 만큼 체코에 애착을 가졌다. 독일의 국민차를 개발한 그였지만 체코 정신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것이다. 포르셰의 폭스바겐은 1999년 스코다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금도 체코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현대자동차 역시 체코에 공장을 세워 수출에 나서고 있다. 체코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은 4.5%였다. EU 성장률 1.8%의 2배가 넘는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이공계로 동부 유럽에서 최고다. 무엇보다 노동생산성이 뛰어나다. 현대차 공장만 하더라도 생산성은 한국 공장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체코 쪽에서 보자면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3대 투자국이다. 한국 기업 62개가 체코에 진출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원전 등 18개 분야에서 경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한다. 유럽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 같다. 체코 장인과 한국 기술의 만남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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