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마음의 상처로 목소리를 잃은 '아스카'…주인공은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했을까

입력 2015-12-11 19:54  

(4) 아오키 가즈오의 '해피 버스데이' / 문학세계사 펴냄



생일 아침 엄마에게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단지 화가 나고 우울한 것에서 그치지 않을 듯하다. 사랑받지 못하는 걸 넘어서서 존재까지 부정당한 열한 살짜리 아스카는 충격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말을 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맞은 가련한 아스카는 과연 어떻게 될까.

사랑받지 못한 존재

《해피 버스데이》의 작가 아오키 가즈오는 초등학교 교장과 교육상담원으로 일했다. 따돌림을 당해 말을 잃은 소녀와 부모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년을 만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 직접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상담한 경력이 있어 이야기가 생생하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아픔을 함께한 저자의 마음이 작품 속에 녹아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해진다.

험한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는 세상이다.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무섭고 나쁜 이야기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맵고 짠 음식을 먹으면 위가 상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심취하면 마음이 피폐해진다. 일부러라도 마음을 씻을 감동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마음이 복잡하다면, 감정이 메말랐다면 《해피 버스데이》를 읽으며 유익한 감성을 충전하자.

가련한 아스카는 어떻게 되었을까. 딸이 말을 못하는 상황인데도 엄마는 평소처럼 말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딸은 뒷전이고 똑똑한 아들 나오토에게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엄마. 돈 버는 게 힘들다며 집안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아빠. 이런 가정에서 아스카가 과연 회복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다

아스카가 말을 찾고 행복한 생일을 맞을 거라는 구도쯤은 짐작하겠지만 1년 후 생일이 되기까지 많은 얘기가 이어진다.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아스카는 점차 회복된다. 할아버지 댁에서 엄마의 비밀스러운 소녀 시절 사연도 알게 된다. 학교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따돌림 당하는 아이가 있고, 아이를 돕는 선생님과 관심 없는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함께 근무한다. 달라진 아스카는 집단으로 왕따시키는 쪽이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친구 편에 선다. 인접한 특수학교의 장애 아동들과 교류하는 이야기도 특색이 있다.

아스카의 오빠인 모범생 나오토가 여동생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감동적이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사립학교에서 공립학교로 옮기는 나오토 스토리도 주목할 만하다.

이 소설에서 특별히 주목할 사람은 아스카의 엄마 시즈요다. 시즈요는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정서적 성장이 멈춰버린 불행한 어른이다. 결국 엄마 스스로 상담사를 찾아가면서 서서히 치유된다. 소녀 시절 엄마가 저지른 엄청난 사건도 책 속에 담겨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가슴 뭉클한 성장소설’이라는 부제처럼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이 머리를 맞대고 읽기에 알맞은 책이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문제 청소년의 배경에는 불안한 가정이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부모의 보호 아래 자라는데도 아스카처럼 충격으로 말을 잃거나 가출하는 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모의 아픔도 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88’에서 집안의 천덕꾸러기인 데다 전교 999등인 둘째딸 성덕선이 인기다. 서울대에 다니는 언니와 남동생이 닭다리를 차지하고 퍽퍽한 가슴살만 먹는 덕선이는 언니 생일 케이크로 며칠 뒤 자신의 생일을 당겨서 축하하려는 부모 앞에서 폭발한다. “왜 나만 푸대접이냐. 나도 생일 케이크 사줘”라고 소리 지르는 덕선이에게 아빠 성동일은 “미안해. 아빠도 아빠를 처음 해봐서 잘 몰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응답하라 1988’의 부모도 《해피 버스데이》의 부모도 열심히 살지만 자녀들과 충돌한다.

세상의 많은 부모가 준비 없이 틤鰥?엄마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는 사춘기 자녀들에게 그 부모들은 자신의 꿈을 주입하며 공부를 강요한다. 《해피 버스데이》의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해 강요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변화하는 과정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청소년 문제에 그치지 않고 부모의 아픔까지 짚은 이 소설은 그리 두껍지 않지만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 장기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은 이 스토리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아사히 TV가 ‘시청자가 골라 읽고 싶은 책’을 조사했을 때 1위에 올랐을 정도로 각광받았다. 각 학교와 단체에서 상영회를 열고 이 책을 교육문제 토론 교재로 활용했을 정도다.

“상대를 믿는 것, 용서하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이기도 해”라고 다독이는 할아버지 말씀을 마음에 심고 한걸음씩 내딛는 아스카를 따라 감동과 치유의 여행을 떠나자.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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