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지역별 편차 큰 판사 1인 사건수…서울서부, 창원의 2배

입력 2015-12-15 18:25  

서울-지방 간 업무량 격차 커
"지방선 심리 기일에 토론 20분…서울은 대부분 5분 내로 끝나"

"판사 늘려 재판의 질 높여야"
법원 간 재판수준 차이 나면 하급심 불복 경향 짙어질 수도



[ 양병훈 기자 ] 서울에서 일하는 홍승권 변호사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지방에 간다. 그 지역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방법원 재판은 서울지역 법원 재판보다 더 깊이 있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판사가 기일을 열고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을 연달아 심리하지만 지방에서는 비교적 여유를 갖고 사건을 심리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홍 변호사는 “서울에서는 기일이 열리면 판사가 재판 진행 절차 등만 물어보고 사건 내용 파악은 대부분 서면으로 한다. 법정 심리는 대부분 5분 내에 끝난다”며 “지방에서는 법정에서 한 사건을 20분 동안 얘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판사 1인당 본안사건 수가 전국 지방법원별로 최대 두 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최근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접수한 본안사건은 7만2081건이었다. 대법원의 ‘각?법원에 배치할 판사의 수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서부지법에 배치된 판사는 69명(법원장 제외)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판사 1명당 본안사건 1044.7건을 담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 지방법원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서울중앙지법 1000.9건, 서울남부지법 861.3건, 서울북부지법 739.8건, 서울동부지법 711.2건 등으로 서울지역 법원 다섯 곳이 줄줄이 1~5위를 기록했다.

판사 1인당 본안사건 수가 가장 적은 곳은 창원지법이었다. 창원지법에서는 지난해 5만9483건의 본안사건을 접수했다. 이 법원에 배치된 판사 수는 118명이었다. 판사 1인당 504.1건의 본안사건을 맡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이어 청주지법 518.9건, 제주지법 524.1건, 춘천지법 526.9건, 의정부지법 552.5건 등으로 주로 중소도시에 있는 판사들이 비교적 적은 수의 사건을 담당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광주·전주·대구·인천지법 등이 상위권에 오른 점을 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 법원 간 격차가 확연하다.

사건 수에 관계없이 처리 기간은 비슷했다. 사건이 많은 대표적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민사 1심 본안사건 평균 처리 기간이 129.1일이었고 사건이 적은 청주지법은 121.8일이었다. 같은 기간에 많은 사건을 다룬다는 건 사건 심리기일을 더 촘촘하게 배치해 짧게 심리한다는 뜻이다. 서울지역 A판사는 “시간 여유가 있으면 다양한 얘기를 들어보지만 사건이 너무 많으면 처리에 급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B판사는 “서울에서는 재판부가 한 달에 120건은 처리해야 하지만 지방은 60~70건만 처리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낯灼杉?

전문가들은 판사 1인당 본안사건 수 차이가 크면 재판의 질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내용에 불만이 있으면 항소·상고도 많이 하게 된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서울 판사는 업무가 과중해 재판을 충실하게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 기록을 제대로 안 보고 법정에 나오거나 특히 단독이나 소액은 전혀 모를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판사 수가 너무 적다. 증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년 판사의 업무량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기초로 인원 배치를 하고 있다”며 “사건 수만으로 업무량을 평가할 수 없고 대법원 규칙과 실제 근무 인원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법원별 업무 편차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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