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경기 진작 위해 '서머타임' 도입 필요한가

입력 2015-12-18 18:02   수정 2015-12-19 05:03

[ 김순신 기자 ] 낮이 길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평소보다 한 시간 앞당겨 생활하는 서머타임 제도 도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서머타임제 도입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면 부진에 빠진 내수가 살아나고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오후나 저녁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하면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확대 시행 등과 맥락을 같이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있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더불어 에너지 절약 효과가 연간 1000억원을 웃돌고 사람들의 여가활동이 늘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반대 의견도 있다. 서머타임 제도 도입이 근로 시간만 늘릴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한 시간 일찍 근무를 시작해도 한 시간 일찍 퇴근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노동투입 시간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길고 대부분 기업의 임원 출근시간이 오전 7시 전인 것을 감안하면 서머타임 제도 도입이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의 찬성 논리와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과 교수의 반대 논리를 소개한다.

찬성 / 에너지 절약 효과만 年1000억 넘어...여가활동 늘어나 내수 회복에 도움

87개국서 도입 … OECD國 중 한국만 시행 안 해

매년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되면 한국과 미국 및 유럽 지역의 시차는 한 시간 늘어난다. 미국과 유럽에서 낮이 긴 봄부터 시곗바늘을 한 시간 앞당겼다가 낮이 짧아지는 가을에 되돌리는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제)’를 도입하고 있어서다. 봄과 여름에 앞당겨 놓은 시간을 가을에 되돌리면서 시차가 확대되는 것이다.

서머타임제의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처음 생겨났다.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해가 떠 있는 동안 더 많이 활동하면 양초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서머타임제의 시초다. 제도 도입은 독일에서 먼저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한국도 해방 이후 10년간,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 등 두 차례 실시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근로시간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시행하지 못했다.

서머타임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2009년 정부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낮 활동 증가로 매년 야간전력 소비량이 0.13~0.25% 감소한다. 연 341억~653억원 수준의 에너지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같은 해 삼성경제연구소도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면 조명 및 냉방 전력의 소비가 줄어 매년 500억~1180억원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추정 결과를 내놓았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면 여가활동이 늘어 내수가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 기관들이 한 시간 길어진 일광시간 덕분에 문화·관광·쇼핑·외식 등 적극적인 외부 여가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009년 나온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서머타임제 도입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54.6%)가 ‘서머타임제 도입으로 집 밖에서 활동하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고, 30%가 넘는 응답자들은 ‘가족과의 친교, 영화·연극 등 문화 관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서머타임제로 인해 여가 관련 서비스업과 운수업에서 발생하는 생산유발효과가 1조1363억원(2007년 기준)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서머타임제 도입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현재 서머타임제는 유럽연합(EU) 27개국 등 세계 87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아이슬란드와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모두 서머타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 때문에 서머타임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어 시행하지 않고 있다.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 않던 일본도 지난 7월 제도를 도입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사실상 한국만 도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내년도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 한 해 유례없이 저유가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16일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세계경제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불안요인이 신흥국을 덮쳐 경기가 크게 위축된다면 한국 경제의 수출 전선도 안전할 수 없다. 이미 수출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오던 무역 1조달러를 올해에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내수활성화가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 견인차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인 서머타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반대 / 조기퇴근 못하고 근로시간만 늘 것...생체리듬 바뀌면 국민 건강도 위협

가계·정부 소비구조 재정비가 먼저

최근 한국 경제는 지표상의 숫자와 체감 경기가 따로 노는 형국이다. 일단 통계로만 보면 국내 경제상황은 예년보다 나아졌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기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104.4를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1.3%로 5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업을 비롯한 여러 대표 업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룬 값진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은 이 같은 지표와 큰 괴리를 보인다. 2011년 이후 수출 증가속도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 達같?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폭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만 보면 2011년 자산 규모가 1990년 대비 각각 53배, 30배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들을 제외한 다른 회사 역시 이와 같이 양적·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수출 주도 기업들과 내수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발생하고, 비정규직 비율은 매우 높아졌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구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머타임제(일광절약시간제) 도입이다. 낮 시간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에선 일단 “서머타임제 도입 자체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얘기는 여전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과연 서머타임제가 내수를 살리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여건상 이런 목표가 실현되긴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서머타임제는 저녁 시간의 여가 활용을 통한 소비 활성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근로시간 연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

게다가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원들의 출근 시간이 오전 7시 이전이다. 서머타임제를 도입하면 출근시간은 더욱 앞당겨지고, 각 회사 임직원의 노동시간은 그만큼 길어진다. 이를 감안하면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서머타임제 반대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생긴다.

두 번째로 서머타임제 도입은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협할 개연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국의 경제 구조는 낮은 노동생산성을 장시간의 노동 투입으로 보완하는 형태다. 이 여파로 국민 건강수준은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으로 평가받는다.

세 번째로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서머타임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의 생산성 경쟁, 인구 노령화에 따른 소비저하 방지, 높은 가계부채 비율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단순히 몇 가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서머타임제 도입을 검토하기 전에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경제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상향 조정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 환율 시장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 가계 및 정부 부문의 소비 구조도 재정비해야 한다.


복지예산 비중의 급격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소비쿠폰 발행과 같이 복지 지출이 직접적 소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통신비와 의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관련 부문의 규제를 풀어 가계 지출의 효용성 제고와 연결시켜야 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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