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도시경쟁력이다] 대구서 만든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열풍…중국 상하이, 20회 공연 요청

입력 2015-12-23 18:33  

(2) 대구, 국제 공연문화도시로 부상

공연 매출 광역시 중 최고…대형 공연장 11곳 서울 다음
국제 오페라·뮤지컬축제 성황…콘서트 '지방공연 1순위'



[ 김보영/오경묵 기자 ] “한국의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를 개관 기념작으로 올리고 싶습니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상하이에서 내년 8월 문을 여는 뮤지컬전용극장 훙차오(虹橋)아트센터에서 DIMF의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를 공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극장 측이 요청한 ‘투란도트’의 공연 횟수는 20회. 그간 문화교류 차원에서 국내 창작 공연이 단발성으로 중국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상업성을 인정받아 장기 공연을 한 적은 없다.

투란도트가 상하이 무대에 서면 국내 창작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례가 된다. DIMF가 제작해 2011년 초연한 ‘투란도트’는 작가 이해제가 대본을 쓰고 장소영 황규동이 함께 작곡했다. 유희성이 각색 연출했다.

◆인프라 탄탄 ‘지방공연 1순위’

대구가 글로벌 공연문화도시를 향해 발을 내딛고 있다. 탄탄한 공연 인프라와 수십년간 두텁게 형성된 문화소비 인구, 대구로 활발하게 유입되는 공연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이미 서울에 버금가는 공연문화도시로 자리 잡았다. 내실 있는 국제문화예술축제 운영, 자체 제작 공연의 세계 진출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음악공연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섬유산업 중심지로 1970~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렸던 대구는 일찍부터 문화예술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높은 생활 수준을 갖췄다. 최근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는 오페라 뮤지컬 관현악 등의 음악 공연이다. ‘2015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이뤄진 예술활동 1486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클래식 음악(34.7%)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클래식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12.6%)보다 월등히 높다.

다른 지역에 비해 공연 인프라가 우수해 대구는 대규모 뮤지컬·콘서트의 ‘지방공연 1순위’로 꼽힌다. 오페라하우스, 시민회관, 수성아트피아 등 1000석 이상 실내 대공연장만 11곳이다. 서울을 빼면 전국에서 가장 많다. 2012년 내한해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던 뮤지컬 ‘위키드’는 내년 7~8월 서울 공연에 앞서 5~6월 대구를 먼저 찾는다. 지난 9월 방한한 세계적인 록밴드 ‘마룬5’도 서울 공연에 앞서 대구 공연부터 잡았다. 2003년 대구에서 30회 내한공연을 했던 ‘캣츠’의 유료관객 점유율은 95%에 달했다. ‘오페라의 유령’(2010년)은 매출 100억원을 올렸다.

공연기획사 설앤컴퍼니의 노민지 과장은 “뮤지컬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도시는 서울과 대구湛繭遮?게 공연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터파크의 대구 공연 관람권 판매액도 269억1000만원으로 6대 광역시 중 1위다.

대구·경북에 있는 대학의 공연예술 관련 학과를 졸업한 젊은 예술가들이 매년 3600명 넘게 유입되는 점, 경산·구미·포항 등 경북 지역은 물론 울산·마산까지 아우르는 1000만명의 공연 수요도 시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화예술시장 기반 두터워

문화예술 우대 풍토가 뿌리를 넓게 내리면서 대구에는 자연스레 문화예술 ‘시장’이 확립됐다. 해외 유명 극단의 내한공연이 아니더라도 시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불가리아 출신 줄리안 코바체프의 인기에 대구시향 정기연주회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시민회관(174건, 지난해 기준), 대구문화예술회관(167건), 수성아트피아(163건), 봉산문화회관(134건), 북구문화예술회관(73건) 등 전시와 공연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에서 고르게 열린 점도 ‘풀뿌리’ 문화예술시장이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올해 각각 9회와 13회 행사를 치른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와 DIMF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 운영과 대구 시민의 적극 참여로 세계적인 공연 축제로 발전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뮤지컬 전문축제인 DIMF는 그간 체코 러시아 등 동유럽권의 우수한 뮤지컬을 국내에 소개하고,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통해 ‘번지점프를 하다’ ‘꽃신’ 등의 작품을 배출했다. 내년 2~3월 서울에서 공연할 뮤지컬 ‘투란도트’는 ‘DIMF표(標)’ 창작뮤지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시작한 DIOF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오페라 축제다. ‘청라언덕’ ‘가락국기’ 등 창작오페라를 꾸준히 배출하고 다양한 외국 오페라를 국내 초연하고 있다.

대구는 DIMF와 DIOF의 공연 작품 수 등 규모 확대를 통해 공연문화도시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음악’를 주제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대구=김보영/오경묵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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