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박 대통령 '대학구조개혁법 처리' 강조 배경은?

입력 2015-12-24 08:36   수정 2015-12-24 17:37

'부실大 퇴출, 정원감축, 체질개선' 3대포인트
"한계대학 퇴로 열자" vs "설립자 '먹튀' 우려"
통과되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탄력'



[ 김봉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개혁법) 처리를 당부했다. 4대 부문 구조개혁 가운데 교육개혁 세부과제에 해당하는 법안이다. 부실대학 퇴출과 정원감축의 법적 근거가 된다.

경제활성화·노동개혁법 등 중점법안 국회 처리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이 대학구조개혁법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관계 부처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 등의 차질 없는 시행에 힘써달라”며 구체적 사업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산업 수요가 큰 대학 전공 위주로 정원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이 프라임사업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3가지 포인트로 요약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감축 △‘한계대학’의 자발적 퇴출 유도 △인력 미스매치에 대비한 정원조정 등 대학 체질개선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구조개혁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평가 통해 퇴출 유도, 규제 풀어 퇴로 마련"

국회 계류 중인 대학구조개혁법은 지난해 4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여성가족부 장관)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과 올해 10월 같은 당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수정안 성격의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있다.

김희정 법안은 관련 규제를 풀어 한계대학의 퇴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사학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국고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규정한 조항을 풀어주자는 것. 자체 계획에 따라 사학법인을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사회복지·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등에 출연하는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특례조항을 뒀다.

인센티브 성격의 제도 손질도 포함됐다. 자발적으로 퇴출을 선택한 대학에 대해선 해당 상속세·증여세법 조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또 정원감축으로 인한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은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손쉽게 용도 변경할 수 있게 했다. 교육용은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지만 수익용은 보다 자유롭게 처분 가능하다.

안홍준 법안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설립자에게 출연 재산을 돌려주는 조항이 ‘먹튀’ 논란을 빚자 수위를 낮춘 정도다. 법인 해산시 설립자 귀속 금액이 기본금(출연금에 물가상승분을 더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상속세법도 적용받게 했다.

한 마디로 설립자에게 출연 재산을 돌려줘 한계대학이 스스로 문 닫을 수 있게 동기 부여를 하자는 것이다.

교육부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장관은 대학평가 결과를 근거로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불이익이나 정원감축·조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평가에서 연속 2회 이상 최하등급을 받은 대학의 폐쇄와 법인 해산까지 명령할 수 있다.


◆ 미룰 수 없는 '대학구조조정' 추진동력 확보

대학구조개혁법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대학구조개혁 작업이 본격화됐지만 쟁점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법안 논의가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우선 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을 돌려주도록 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설립자 출연 재산까지 국고에 귀속토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사학법인 측 주장이 반영됐다. 정부·여당은 “문을 닫고 싶어도 못 닫는 한계대학에 퇴로를 열어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법안 통과를 주장해왔다.

반면 야당은 ‘먹튀법’ 우려를 들어 제동을 걸었다. 설립자에 대한 특혜일 뿐 아니라 부실운영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설립자가 출연 재산을 돌려받고 간판을 바꿔달아 운영하는 식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조할 것”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즉 대학 운영을 열심히 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대학교육의 질도 저하된다는 비관론인 셈이다.

정부에 지나친 권한을 쥐어주는 점도 쟁점이다. 법안은 대학평가 세부 기준을 명시하지 않았다. 취업률 같은 임의 평가지표가 대학 퇴출과 정원감축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물론 교육부에 전권을 준 건 아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친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 소속으로 위원회를 둬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뒤집어 보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과단성 있게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교육부는 올해 8월 말 대학들을 A~E등급으로 나눈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등급별로 차등적 정원감축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대학구조개혁법이 계류 중이었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 보직교수는 “그렇잖아도 교육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구조개혁을 연계해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대통령까지 나서 법안 처리를 언급한 것은 보다 확실한 구조조정 추진동력 확보 차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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