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100장 분량 한경 단독 인터뷰]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일문일답

입력 2015-12-24 17:30   수정 2015-12-24 23:40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4일 서울 모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한 소회와 포부를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증권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꿈을 이뤘습니다. 젊은 시절 대우증권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꿨던 꿈을 이뤘습니다. 젊었을 때 대우증권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당시 증권사 하면 대우증권과 대우증권이 아닌 곳으로 구분됐을 정도니까요. 제가 첫직장을 선택할 때도 대우증권을 갈까 아니면 작은 증권사를 갈까를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대우증권에 갔다간 나만의 능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부속품’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서 대우증권을 선택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대우증권은 그만큼 업계에서 월등한 존재였습니다.이제 미래에셋과 한 울타리에서 일을 할 수있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우증권 인수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단순히 대우증권이라는 회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 나아가 시장을 통째로 산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 재편에 투자한 것입니다. 자본시장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이룬 결과입니다. 얼마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몬트호텔을 인수한 것을 두고 ‘호텔이 아니라 피카소를 산 것’이라고 주변에 말하곤 했습니다. 이제 피카소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손에 쥔 셈입니다”

▶국내 금융업계 판도를 어떻게 바꾸실 생각이신가요.

“판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금융업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핵심은 투자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느냐 여부입니다. 개인도 기업도 투자만이 살 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투자 외엔 성장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게 자본투자 아닙니까. 지금까지는 투자에 인색했습니다. 미래에셋이 땅을 사고 센터원 건물을 지은 것도, 호텔 같은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도 모두 인프라 투자입니다. 사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꾸준히 인프라에 투자해온 곳은 미래에셋이 유일합니다. 제가 창업을 결심했을 때만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제시한 곳도 많았지만 다 뿌리치고 미래에셋을 세운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일조하는 회사를 만들자, 금융업계를 이끌어갈 자산관리의 롤 모델을 만들어보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

▶인수가격 2조4000억원대가 입찰 경쟁후보들의 제시 가격과는 제법 차이가 났는데요.

“사실 ‘저밖에 못 쓸 가격’일 것이라고 산업은행측에 인수금액을 제시할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했던 각 회사마다 저마다 낼 수 있는 시너지가 다르고 그에 따라 낼 수 있는 금액에 차이가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로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가격을 쓸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대우증권을 산 것은 한국 자본시장을 산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한 회사를 샀다면 그런 가격이 나오기 힘들었겠지요. 다른 분들도 각자의 입장에선 쓸 수 있는 가장 많은 금액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데가 적게 썼다고 보진 않습니다. 제가 만약 KB금융 입장이었다면 그만큼도 못 썼을 것입니다. KB 입장에서는 최선의 금액 그 이상을 제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로선 2조4000억원 선이라는 것은 대우증권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이후 생각했던 범위 안에 있던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고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우증권 인수를 결정했을 때 고려했던 수준이었습니다. 대우증권은 한국 자본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집단입니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산 것입니다. 대우그룹이 해체됐을 때 증권사만은 유일하게 흑자를 냈습니다. 적자가 나지 않는데도 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구조조정이 돼버린 회사입니다.

인수가격을 책정한 기준은 두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매각 측, 다시 말해 정부(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두번째는 미래에셋과의 시너지에 걸맞는 가격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경쟁 후보들 모두 예상 시너지를 산정했겠지만 우리 측 시너지가 가장 크게 나왔을 겁니다. 미래에셋과 대우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상호 보완적인 부문이 촘촘합니다. 다른 회사보다 5000억원을 더 썼다고 해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우증권 인수는 돈을 조금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1조원을 더 쓰더라도 무조건 잡아야 할 회사였습니다.”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제친 비결이 궁금합니다.

“평소 일반적인 인수합병(M&A)에서는 우리 회사 사정을 주로 고려합니다. 이 회사를 살 여력이 있느냐, 기존 회사에 도움이 되겠느냐만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 건 같은 경우는 경쟁자와 파는 사람까지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드문 경우였지만 여러 요소를 모두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얼마를 써낼 지도 중요하지만 셀러, 그러니까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거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수합병(M&A)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인수 후보자들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M&A와 매각자의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 M&A가 그것입니다. 이번에는 후자였습니다. 거래의 본질을 꿰뚫어본 것이 주효했다는 판단입니다.”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기본적으로 자산운용부문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IB(투자은행)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1위인 대우증권이 만난 겁니다.사실 1등과 1등이 ‘부합한다’는 표현처럼 똑부러지게 만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드문 경우입니다. 저는 ‘1+1=2’가 아니라 ‘1+1=3’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점포(75개)와 대우증권 점포(105)를 합치면 183개가 됩니다. 여기서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상품이나 운용사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해외 지사에서 두 회사의 상품을 교차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대우의 IB부문이 합세하면 대체투자쪽 사업도 엄청난 속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새로운 프로덕트(상품)를 많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상한 시너지는 1000억~2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무형의 시너지까지 생각하면 결코 비싸게 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당장 사업 속도부터 빨라질 것입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십니까.

“과거엔 위험을 감수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규모가 큰 IB거래를 하는데 필수적인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가능합니다. 하고 싶은 일, 구상하고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IB사업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몸살이 났습니다. IB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입니다. 진정한 창조, 모험자본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줄 겁니다. 이번에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일은 가장 모험적이라고 할 자본시장에서조차 도전과 투자를 두려워하는 풍조가 퍼져있다는 것입니다. 야성이 사라진 것이죠. 미래에셋증권이 자본력을 키우고 성장을 하겠다고 증자를 한다는데 주가가 왜 떨어집니까.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물을 보는 시각과 수준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는 게 금융인데 성장을 두려워하고 리스크를 무서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린 성장의 길을 가야합니다. 성장의 길에 놓여있는 리스크를 무서워해선 안됩니다. 리스크는 관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증권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증권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퇴직연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성장 탄력은 어느 업종보다 높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증권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도 대우증권 管쩜?합류하면 중복되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과 비교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고객자산을 다 합치면 210조원이지만 지점은 180여개밖에 안됩니다. 반면 이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300조원짜리(고객자산) 대형은행들은 1000개의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점을 더 늘리고 사람도 더 뽑아야 합니다.”

▶대우증권에 대한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으로 봐도 됩니까.

“저는 처음부터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우증권 직원들 다 제 후배들 아닙니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선배가 후배를 자릅니까. 저는 부실회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대우증권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조직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조직, 인력, 인프라 전부 다 우수하고 미래에셋증권 보다 더 공격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구조조정을 해야 할 집단이면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번에 대우증권을 실사할 때 ‘왜 미래에셋 경영진은 안 갔냐’고, ‘인수의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뒷말이 돌았다고 합니다. (대우증권에 대해) 다 알고 있는데 왜 갑니까. 이 업계에만 쭉 있었기 때문에 대우증권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조직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흔히 대우증권에 대해 보수적인 조직이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절대 그런 조직이 아닙니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다 보니까 그렇게 잘못 알려진 것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미래에셋증권보다 더 공격적인 조직입니다. 오히려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이 고용보장을 고민할 정도입니다. 제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에게도 肉裡超퓽?하는 일, 자산운용사가 하는 일을 더 나눠주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자산운용 쪽 경력직 채용을 안 했습니다. 충분히 두 조직의 인재들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니까요. 만약 이번에 대우증권 인수를 못 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생각했던 플랜B가 있었습니다. 한 700~750명의 경력직을 채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수에 성공했으니 대우증권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구조조정 없이 대우증권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방법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우증권은 리서치센터가 경쟁력이 있으니까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 시장에서 브로커리지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도 투자자들이 ‘합병된 미래에셋·대우증권에 가면 미국, 일본 주식도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방대한 수준의 해외기업 리서치가 가능한 조직은 국내에선 대우증권이 유일합니다. 우리는 퇴직연금을 더 강화해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합니다. 대우증권의 연금사업 규모는 미래에셋의 4분의1 수준입니다. 한 400~500명은 퇴직연금 쪽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 직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이제 막 DB형(회사책임형)에서 DC형(확정기여형)으로 전환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증권업은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크게 봐야합니다.”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꿈꾸고 계십니까.

“제가 편하게 돈을 벌려고만 했다면 증권업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빌딩을 사서 임대수익 얻는게 가장 손쉬운 길입니다. 한국이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옛날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도 없습니다. 제조업은 이미 중국에 거의 다 따라 잡혔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투자만이 살 길입니다. 제가 미래에셋을 세운 이유, 대우증권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일조하는 회사를 만들자, 금융업계를 이끌어갈 자산관리의 모델을 만들자, 투자가 왕성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한국 시장을 보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도전정신 부재입니다. 가장 모험적이어야할 자본시장 조차 도전과 투자를 두려워하는 풍조가 퍼져있습니다. 야성이 사라진 것이죠. 한국 경제는 성장의 길을 가야합니다. 리스크를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크게 봐야 합니다. 제가 요즘 한국이 위기라고 보는 것은 야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투자도 야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를 일궜던 선대 기업인들은 다 했던 것인데 말입니다. 정주영 회장이 직원들에게 ‘해봤나?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냐’고 했던 정신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쟁상대라는 중국의 경우 5대 자치구가 모두 서울보다 훨씬 규모가 큽니다. 우리가 무엇으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유일한 방법은 투자입니다. 그리고 투자를 하려면 야성이 필요합니다.”

▶투자와 관련해서 벤치마킹했던 경영인이 있습니까.

“미래에셋 창업을 앞두고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스토리를 다 읽었습니다. 개인 스토리뿐 아니라 회사 얘기까지 전부 다 봤습니다. 성공사례 뿐 아니라 율산그룹, 제세그룹처럼 망가진 기업의 사례도 공부했습니다. 제가 찬찬히 보니까 다들 망가진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허상을 봤습니다. 이번에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한 것도 허상을 좇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대우증권 인수하기 위해 1조원 유상증자하겠다’고 말했으면 진짜 그렇게 합니다. 왜 그 말을 못 믿는 것인지. 있는 그대로 믿어야죠. 제가 이번에 언론을 비롯해서 외부 미팅을 최대한 자제한 것도 만나면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문입니다. 있는 그대로 ‘유상증자 할 거고 대우증권도 인수할 거다’라고 저는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우증권’이란 사명은 어떻게 됩니까. 역사속으로 사라지나요.

“대우라는 이름을 계속 쓸 것입니다. 대우증권은 한국 증권의 역사와 같은 회사입니다.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 것입니다. 외국에는 인수합병하는 회사의 이름을 모두 적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는 미래에셋이라는 이름을 버릴 생각도 없고, 대우라는 이름도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업계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대우증권이 옛날 삼보증권에서 온 회사아닙니까. 한국 증권의 역사와도 같은 회사입니다. 젊은 시절의 대우증권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그 우상을 망가뜨릴 순 없습니다. 다만 운용사는 고민 중입니다. 산업은행 이름은 당연히 떼어내야 할 거고요. 합병 증권사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라고 바꾸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우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오래됐을 뿐 아니라 堧切쩜?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대우증권 인수가 미래에셋 성장의 ‘종착역’은 아니겠지요.

“JP모간이 오늘날 수준으로 성장하기 까지 200번의 M&A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래에셋은 이제 겨우 20회 정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금융업에서 자수성가로 18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눈 언저리가 붉어지며)사실 그렇습니다. 대우증권 본입찰 마감일 점심 때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들과 만났는데 술잔을 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 때 시작해서 저녁 늦게까지 15시간 동안 마셨습니다. 제가 18년 만에 처음으로 낮술을 그렇게 마셔봤습니다. 모두들 ‘어떻게 정확하게 그 가격을 써낼 수 있었냐’고 하더군요. 혼자 투자를 시작했던 20대부터 마치 영화 필름처럼 다 생각났습니다. 그때 사실 대우증권 주식에 투자해서 제가 돈을 꽤 많이 벌었거든요. 미래에셋 창업의 종잣돈(시드머니) 중 상당부분이 대우증권 투자로 번 돈이었습니다.”

▶당시 창업자금이 얼마였나요.

“한 10억원 됐습니다. 대우증권 주식에 투자해서 꽤 많이 벌었고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삼성화재 등 제가 증권업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우량주와 증권주들에 투자한 것이 수익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 5000만원 가량하던 아파트 한채를 어머니가 주셨는데 그것도 창업자금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대우증권 주식 살 때는 훗날 대우증권이란 회사를 사게 될 것까진 미처 몰랐죠(웃음). 당시 대우증권 주가가 거의 액면가 수준이었습니다. 주당 1000원밖에 안됐는데 아무리 봐도 그 주가가 말이 안됐습니다. 대우증권 직원을 만나서 물어보니까 자본금 200억원짜리 회사에 하루에 주식거래 수수료로만 1억원씩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딱 액면가라니, 이건 무조건 오른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데이터를 안 봤습니다. 주식투자는 감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제일 돈을 많이 벌었던 것이 증권주였습니다.하하”

▶투자 수익률 높기로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20대 때부터 투자를 했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투자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저의 종목선정 기준은 간단했습니다. 발전하는 산업, 성장하는 회사에 투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일본 자본시장을 연구했습니다. 아직 한국시장이 미국을 따라가긴 멀었고 일본이 간 길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나갔던 일본 자본시장의 성장기를 읽으면서 증권주가 유망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건설주, 무역주만 오르고 있던 때였는데 운이 좋게도 증권주가 오르기 전에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제 수익률과 관련해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때 저한테 투자 상담을 받고 돈 많이 번 분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파트 한 채가 5000만원 할 때인데 원금 7000만~8000만원으로 10억원을 번 것입니다. 그때 10억원은 엄청나게 큰 돈이었죠. 지금 기준으로는 100억원은 될 겁니다. 그분이 ‘내가 평생 번 것보다 더 많이 벌었다’며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분이 10억원을 벌었다고 얼마나 고마워했던지 저에게 ‘로얄XQ’라는 차를 사줬습니다. 대형차라서 운전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차 때문에 운鰥Ы응?했다니까요. 아무튼 그분이 나중에 봉투를 건네주길래 봤더니 현금 5000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돈을 발판 삼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셋이 전통적인 증권업 영역으로 여기지 않던 호텔·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멀리 봐야 합니다. 호텔, 관광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은 호텔이나 리조트를 지을 때 돈을 세가면서 싸게 짓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하지만 요즘 여행자들은 옛날과 같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집보다 좋은 호텔’에 묵길 원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최고 수준으로 지어야 한다는 겁니다. 돈에 연연해선 큰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관광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중요합니다.지금 중국인 여권소지자가 전체 인구의 4%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 중 여러번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외국에 들락거리는 인구만 1억명입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이나 한국의 여권소지자 비율이 40%정도라고 합니다. 중국이 영원히 4%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한국 표현으로 ‘동장’에 해당하는 사람만 5000만명이 된다고 하는 나라입니다. 이들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 얼마나 확장성이 크겠습니까. 해외 여행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사람들 눈이 높아질 겁니다.

또 호텔사업은 미래에셋 입장에선 여러가지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무형의 시너지가 적지 않은 것입니다. 얼마전 포시즌스호텔 열고 난 뒤 여러 최고경영자(CEO)분들이 저도 모르게 호텔을 다녀가셨다고 합니다. 입소문이 난 것입니다. 이번에 대우증권을 인수했으니 대우라는 브랜드에 향수를 갖고 있는 분들, 예전 대우그룹에 몸 담으셨던 분들도 포시즌스호텔에 한 번쯤 다녀가지 않으실까요. 그런 뒤에는 ‘(미래에셋이 운영하고 있는) 블루마운틴 골프장도 한 번 가보자’고 하실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너지가 크게 날 겁니다.”

▶투자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시는 게 인상적입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투자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이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옛날 방식처럼 제조업 기반으로 산업발전을 급속도로 이룰 수는 없습니다. 제조업은 이미 중국이 다 따라잡았고 오히려 한국을 앞선 부분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바이오,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IoT), 여행레저 같은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투자는 필수적입니다. 투자 안 되는 기업, 투자가 없는 사회는 답이 없습니다. 개인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인프라에 투자를 해야만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저성장 우려가 커졌습니다. 저성장 사회의 원인도 투자부진에서 찾아야 합니까.

“저성장뿐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의 답은 투자에 있습니다. 기업은 투자를 먹고 사는 생물입니다. 만약 투자를 했는데 잘 안된다고 하면 그건 방향성이 잘못된 것이지 투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면 안 됩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저는 창업 18년 만에 자수성가로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한국이라는 사회에 아직까지 기회가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기회가 있는 시장입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투자측면에서 보자면 금융사들이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생각이신지요.

“과거에 금융사는 자본의 공급처 역할밖에 못 했습니다. 소극적인 역할이죠. 투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자본시장의 리더 격인 금융회사가 스스로 적극적 투자자가 돼야 합니다.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보세요. 창의력을 발휘하면 금융업에서도 얼마든지 창조적인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습니다. ”

▶기존 미래에셋의 강점 하면 퇴직연금 관리가 떠오르는 데요.

“연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바꿔야 합니다. 너무 자식들에게만 돈을 쏟아 붓습니다. 교육이다 뭐다, 우리 윗세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 세대만 해도 다 자식들한테만 돈을 씁니다. 부모들이 스스로 노후에 투자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그 시작입니다. 최근에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으니 퇴직연금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날 겁니다. 금세 늘어날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조언을 한다면.

“글로벌 분산투자를 해야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길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미래에셋은 글로벌 자산배분을 강조해왔습니다. 지금 미래에셋 고객들은 대부분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췄습니다. 이것을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 미래에셋의 소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일찍부터 분산투자, 해외투자를 말씀하셨지만 2007년 ‘인사이트펀드’ 사태는 아픈 기억일 듯 합니다.

“밖에서 보기엔 2007년에 힘들었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인사이트펀드만 큰 손실을 본 것은 아닙니다. 인사이트펀드가 중국시장에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당시 한국시장도 그만큼 떨어졌습니다. 한국은 반토막 안 났습니까. 그런데 인사이트만 가지고 반토막이 났다고 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이 주식투자를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비판한다면 그것은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투자해서 떨어졌다고 한다면 그것은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입니다. 데이터를 보고 얘기해야 합니다. 물론 중국시장 상황도 안 좋았지만 그때 한국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1000대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인사이트펀드의 의도가 나빠서 손실이 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구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뒤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시장 상황 때문에 손실 폭이 커진 것입니다.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얘기긴 하지만 인사이트 펀드 신규투자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인사이트펀드에 들어온 자금 대부분은 다른 국내펀드에서 들어온 것들이다.그 다음에 중국펀드에서 많이 들어왔습니다. 순수한 신규 유입자금은 대략 20% 정도 밖에 안됐습니다. 기존에 펀드투자 하시던 분들이 인사이트 펀드로 갈아타신 것이었지요.”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사이트펀드는 실패경험이 아닌가요.

“실패라기보다는 ‘아 내가 고객을 불편하게 했구나’ 라고 느낍니다. 당시엔 그저 ‘비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회복할 줄 알았던 겁니다. 저는 자본시장의 회복력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내가 실패했구나’라는 생각보다는 ‘빨리 맏뭣쳐耭煞渼?rsquo;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보다 회복이 늦었습니다. 시장에서 투자를 하다보면 그런 일이 항상 생깁니다. 결국 올라오긴 했지만 오래 걸렸습니다. 우리가 그때 몰랐던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질 지 몰랐습니다. 전혀 예상을 못 했습니다. 둘째는 펀드 운용을 잘못 했습니다. 그때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을 시가총액 2조~3조원에 샀는데 지금 30조~40조가 됐습니다. 제가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를 강력하게 사라고 했는데 6조~8조원에 샀습니다. 그게 지금 160조짜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미래에셋 펀드 편입종목에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시장이 떨어질 때 다 팔아버렸다는 것입니다. 바이두를 다시 사려고 봤을 땐 이미 20조~30조원이 됐으니 못 산 것이죠. 운용을 잘 못한 것이지 펀드의 개념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증권가에선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인수하지도 않을 대우증권 얘기를 한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습니다.

“그러니까요. 저도 들었습니다. 그건 시야가 좁아서 그런 것입니다. 저는 투자하는 분위기의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허상을 좇지 않기 위해 손에 잡히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거라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믿지를 않았습니다. 미래에셋은 완전히 다르게 생각합니다. 생각의 방식이 다릅니다. 그것을 알아주십시오.”

▶과거 ’박현주 펀드’처럼 개념 자체가 다른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바꿔오셨는데요.

“제가 국내 최초로 주식형 및 채권형 뮤추얼펀드를 도입했습니다. 부동산펀드와 PEF도 국내에서 최초로 설정해 운용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어려움 없이 잘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규제라는 벽을 만나 좌절한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초창기 때인 ‘박현주펀드 2호’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때는 개방형 펀드라는 게 아예 없었던 시절입니다. 투자자금은 엄청 모았는데 웬걸, 만기 직전에 외국인과 기관들이 저희 펀드가 편입한 종목을 대거 팔았습니다. 저희가 대응수단이 없는 것을 알고 한 것이지요.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펀드가 40% 가량 손실이 났는데 당시 코스피지수가 35% 정도 떨어졌으니 따지고 보면 유독 제 펀드만 큰 손실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투자자들께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상품을 개방형으로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 당국자들을 다 찾아 다녔습니다. 당시 금융위원장이 이헌재 장관이셨는데 이 장관 빼고는 다 만났습니다. 사람들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정부 때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유력 인사 점심 모임에 불참했다고 ‘건방지니 손봐주라’는 얘기가 있었다는 뒷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미래에셋이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절대 안 바꿔줬습니다. 바꿔주면 미래에셋만 특혜를 주는 거라고 하면서요. ‘박현주펀드 1호’, ‘박현주펀드 2호’ 다 청산하고 나니까 다른 회사 폐쇄형 상품을 개방형으로 바꿔주더군요.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어 배우러 미국 간 것도 그때 인가요.

“맞습니다. 이래저래 데이다 보니 갑자기 한국이 되게 ‘허접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하지 말고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어가 안되잖아요. 해외로 나가려면 영어를 안 할 수가 없었죠. 그때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하루 10시간씩 영어를 했습니다. 그때 홍콩에 있던 회사 임원 몇 명 같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습니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영어 선생님께 개인 교습도 받으면서 하루 10시간씩 1년 반 동안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밥 먹는 영어 수준은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1년에 영어 문서를 3000~ 5000페이지를 읽고 있습니다. 그 힘이 다 거기서 나온 겁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틔워준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쭉 돌아봤을 때 그때 만큼 힘든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그렇겐 못 할 것 같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때가 영어 공부할 때였습니다.”

▶투자전략가로서 새해에는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박현주 회장의 명함에는 회장이라는 직책과 함께 투자전략가라는 직책이 적혀 있다.)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은 연15% 금리 시대가 아니잖습니까.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과거와 생각을 달리 해야합니다.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부분, 즉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 사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돈 1억원을 몇 억원처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치를 그렇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글로벌 분산 투자를 하면서 모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산 투자해야 합니까.

“글로벌 분산투자라고 해서 한국시장에 투자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미래에셋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한국 주식시장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다가 해외 채권시장을 열었고 글로벌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대체투자의 시대입니다. 한국 대체투자 시장 역시 미래에셋이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에 중국 상하이 푸둥에 건물을 산 것부터 시작해서 국내외 부동산에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당시 국내 금융회사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미래에셋의 역사는 끊임없이 도전해온 역사고 그것이 지금까지 미래에셋을 성장하게 만든 것입니다. 다양한 자산을 갖도록 미래에셋이 계속 유도했습니다.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미래에셋이 크게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대체투자의 영역을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도 재평가 받을 것으로 봅니다.”

▶지난 7월 미래에셋생명이 상장한 뒤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많이 속상합니다. 미래에셋증권도 미래에셋생명도 지금 주가는 기업가치에 비해 합당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이것은 시장의 평가가 그렇다는 건데 우리가 반성해야 될 부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미국 정도의 수준은 돼야 합니다. 리먼브러더스가 망가진 이유는 사실 과도한 레버리지의 파생상품 탓이지 리먼이 행했던 여러 투자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

▶발표가 임박한 M&A건이 더 있습니까.

“아직 사인을 하지 않아서 밝힐 순 없지만 ?건이 한두 군데 있습니다.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회사들입니다. 국내 증권사는 아닙니다. 그런데 보세요. 앞으로 증권사 매물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내년 시장 전망을 여쭙고 싶습니다. 만약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4번가량 올린다면 한국 시장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이 과연 그렇게 많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싶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선 반영했습니다. 미국 금리가 연 2~3%대까지 가지 않는 한 시장은 내성이 길러졌기 때문에 괜찮을 것으로 봅니다. 또 인상한다 하더라도 미래에셋은 이미 분산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미국의 13개 주요 업종 중 8개는 미국 달러화가 강세일 때 실적이 나빠지는 업종들입니다. 미국도 지속적으로 강달러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원화 가치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국의 산업은 모두 옛날 산업에 고착돼 있습니다. 바이오, 전기차, 항공산업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자해야 성장이 보이는데 과거 잘나갔던 산업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과잉투자를 해소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원화가치가 지금도 너무 강하다고 봅니다. 더 절하돼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뿐입니다. 요즘 원화가 절하된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엔화는 달러화 대비 이미 50% 이상 절하됐고 위안화도 약세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유로화, 캐나다달러화 등 전세계 주요 통화 대부분이 달러화 대비 약세입니다. 원화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보면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원화가 더 약세로 갈 수 있고 국내 기업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증권업계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실 계획입니까.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니 왜 관광하러 일본 홋카이도까지 갑니까. 한국에도 강원도처럼 좋은 곳이 많습니다. 강원도를 홋카이도처럼 왜 못 만들겠습니까.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겁니다. 지금 구글이 인공위성 사업에 투자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손가락질합니다. 로켓을 쏴서 태평양을 건너 뉴욕까지 가는데 1~2시간 정도만 걸리게 하겠다는 생각을 허황되다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만약 뉴욕까지 1~2시간 만에 갈 수 있다면 저는 5000만원을 주고서라도 갈 것입니다. 그것을 왜 비웃습니까. 기업은 지금보다 더 많이 혁신적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하고 정부는 더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미래에셋은 현재 정부에서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투자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려면 규제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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