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 '오키노도리' 복원 속도내는 일본…중국과 해양영토 경쟁

입력 2015-12-28 17:45  

오키노도리에 산호초 조성

'자연적으로 생긴 섬' 주장
EEZ 인정받으려는 속셈

중국 군사행동 견제 요충지
태평양 진출 차단 목적도



[ 이상은 기자 ]
일본의 최남단 섬은 어디일까.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도쿄에서 1700㎞가량 떨어진 ‘오키노도리섬(沖ノ鳥島)’이다. 일본에선 ‘섬’이라고 부르는데 막상 보면 실체가 없다. 바다 위에 동그란 인공구조물 세 개와 사각 구조물 하나뿐이다. 동그라미는 진짜 섬이 아니라 바닷속 산호초에다 트라이포드를 얹고 콘크리트를 부은 가짜 섬이다. 그나마도 수시로 바다에 잠기고, 태풍에 깎여나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영어명 스프래틀리)군도에 인공섬을 조성한 데 이어 일본도 1980년대 말 조성한 자국 인공섬 오키노도리에서 대대적인 산호초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섬 조성을 통한 ‘바다영토 확보’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콘크리트에 산호초 키워 ‘섬’ 주장

일본 국토교통성 관동지방정비국은 ‘자국의 유일한 열대기후지역’ 오키노도리에 올해 70억엔(약 675억원)을 들여 안벽을 덧대고 배를 댈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했다. 1987년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극우 성향의 일본재단 주도로 ‘콘크리트 공사’를 하고 티타늄 망을 씌웠는데, 그래도 암초가 계속 깎여 사라지고 있어서다. 관동지방정비국은 “만조 때 두 섬이 바다에 잠기면서 침식되고 있기 때문에 부서지고 금이 가 보완공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물 보완만이 아니다. 그 위에 산호초도 키우고 있다. 이 지역 어린 산호초를 멀리 오키나와 구메섬의 해양심층수연구소(DSRI)까지 가져가 1년가량 키운 뒤 다시 옮겨심는 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오모리 마코토 도쿄해양대 교수는 FT에 “내년에는 세계 최초로 3㏊(약 3만㎡) 규모의 산호초를 심을 것”이라며 “산호초를 복원하는 것은 어렵지만 성공하면 태평양·인도양 일대 산호섬 복원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학술연구라는 식의 설명이다.

그러나 굳이 이곳에 산호초를 옮겨심는 속내는 따로 있다. FT는 “산호가 자라나 해수면 위로 솟으면 중국의 인공섬과 달리 ‘자연적으로 조성된 섬’이라고 일본 정부가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진짜 섬으로 간주되면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기준점으로 인정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오키노도리를 기준으로 EEZ를 그리고 있지만 중국 등이 “섬이 아니라 암초에 불과하다”고 반발해 국제적으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中 태평양 진출 차단 목적

일본이 이 일대를 EEZ로 인정받으면 대륙붕에 묻힌 가스 등의 자원을 발굴할 수 있다. 또 다른 목적은 오키노도리를 중국의 군사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FT는 전략 전문가들의 발언을 통해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벌인다고 가정하면 ‘두 개의 선’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일본 본토~오키나와~대만을 잇는 선이고, 다른 하나는 오키노도리~괌(미국령)을 잇는 선이다. 두 선 사이를 곡예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충돌이 일어난다면 이 사이에서, 오키노도리 점유권을 둘러싸고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퇴역장군인 가네다 히데아키 오카자키연구소 부소장은 FT에 “오키노도리는 (중국과 분쟁 시) 중국군이 동쪽에서 지원병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충지로, 중국 핵잠수함이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목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키노도리가 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에서도 “오키노도리를 섬이라고 주장하지 않아야 중국의 난사군도 인공섬이 불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FT는 오키노도리의 군사적 가치를 볼 때 일본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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