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파티 후 음주운전 사고설도
김용순·이제강 등도 교통사고사
정부, 통일부장관 명의 조의
[ 김대훈 기자 ]
북한의 대남(對南) 정책을 총괄해 온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사진)이 29일 사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양건이 지난 29일 오전 6시15분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꾸렸다고 보도했다.김 비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대남 정책의 전면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2007년부터 북한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에 올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주관했다. 2010년 9월부터 당중앙위원회 비서에, 지난 2월부터는 북한 정권의 핵심인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대화 국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온 김 비서의 사망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김 비서 사후, 대남 라인에 강경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정은 유일 영도체제’인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비서는 정책의 집행자에 불과했고, 이 때문에 그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북한이 발표한 장의위원 명단에는 그동안 지방 농장으로 추방됐다는 설이 나돌던 최용해 당 비서와 숙청설이 제기됐던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포함돼 이들이 복권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 고위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전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김 비서도 교통사고로 위장해 숙청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03년 10월 사망한 김용순 전 노동당 비서와 2010년 6월2일 숨진 이제강 노동당 부부장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비밀파티’에 참석한 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는 설도 나돈다. 군부 강경파가 온건파인 김양건을 제거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 내 추모 분위기로 보아 이 같은 숙청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지난 8월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함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낸 김 비서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한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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