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일 상품교역 적자지만 서비스 수지는 흑자

입력 2016-01-07 07:07  

한·일 경제협력 50년

1965년 일본과 경제교류 시작…경제적 원조·기술 이전 받아

일본 '잃어버린 20년' 장기침체
한국, 1990년대 후반 맹추격…반도체·철강·조선 등 추월

일본, 한국 찾은 관광객 수 1위…외국인 직접투자는 2위

양국 통화스와프 재개 관심…한·중·일 FTA 협상도 '가속'



[ 심성미 기자 ]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교역은 외교문제만큼이나 복잡하다. 1960년대 한국은 일본에서 경제적 원조와 기술 이전을 받은 나라였다. 1990년대 들어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이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일본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외교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일본 관광객이 꾸준히 한국을 방문한 덕에 일본은 한국 입장에서 유일한 서비스수지 흑자국 자리를 지켰다. 재계에서는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이 양국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자에서 경쟁자로

두 나라의 본격적인 경제 교류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5억달러(무상 3억달러·유상 2억달러)의 배상금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포스코(옛 포항제철)는 일본 배상금(7370만달러)과 일본수출입은행의 상업차관(5000만달러),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의 기술 지원을 받아 1968년 창립됐다. 삼성은 1969년 일본 산요전기와 합작으로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하면서 전자산업에 진출했다.

한국은 일본의 기술을 빠르게 추격했다.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두 나라 간 기술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고, 2000년대 들어선 양국 경제의 역학 관계에 본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 속에 기업 경쟁력이 추락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일본 경쟁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세계 가전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소니를 밀어내고 TV 시장 정상에 등극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일본 경쟁사들을 제쳤다.

포스코는 1998년 조강생산량에서 당시 세계 1위이던 신일본제철을 추월했다. 조선산업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디스플레이산업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갔다. 일본 입장에선 경제원조국이 20여년 만에 경쟁자로 환골탈태해 나타난 셈이다.

서비스 무역은 유일한 흑자국

대일 상품 교역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비스 수지 부문에서 일본은 주요 교역국 중 한국이 흑자를 기록하는 유일한 국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은 서비스 부문에서 일본에 대해 12억43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에서 흑자 폭이 가장 큰 분야는 여행 수지다. 198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 누적 관광객 수는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보다 2200만명 이상 더 많았다. 畸뮌?방문한 누적 관광객 수 1위는 일본, 중국이 2위다.

일본은 한국에 외국인 투자를 두 번째로 많이 한 국가기도 하다. 196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본의 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 금액은 396억5600만달러다. 누적 FDI 순위로는 미국(624억2500만달러)에 이은 2위다. 최근 들어 엔저(低) 현상과 아베노믹스 여파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FDI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제조업 부문에 대한 투자는 여전하다. 지난해 일본 스미토모세이카케미컬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품목인 고흡수성수지(기저귀 원료)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데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리튬이온전지의 분리막 생산 업체인 더블유스코프는 국내 2차전지 생산기업 납품을 위해 2차전지용 분리막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데 8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될까

두 나라의 관계 개선으로 양국 경제협력은 더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당장 가능한 것이 지난해 중단된 양국 통화스와프 계약 재개다. 그동안 한·일 외교 갈등으로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은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은 2001년 일본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어 한때는 그 규모가 700억달러에 달했지만 경색된 외교관계 영향으로 지난해 2월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통화스와프 관계가 끊겼다.

한국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3500억달러가 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한·일 통화스와프 등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재계는 요구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위안부 협상 타결 뒤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한국의 TPP 가입 선언 시 가장 껄끄러운 게 일본”이라며 “일본과 관계가 개선되면 TPP 가입도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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