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성 백혈병' 9년 만에 옴부즈만 합의…남은 쟁점은?

입력 2016-01-12 11:24  

삼성 공장 외부 공개 감수, 옴부즈만 합의

9년 만에 재발 방지책 첫 최종 합의 의미
100여명 이미 보상, 사실상 마무리 수순
'진정성' 있는 삼성 사과, 온도차 여전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고통받는 퇴직 근로자, 그리고 그 유족 등이 12일 삼성전자와 재발 방지안에 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

반도체 사업장의 유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 직업병 추가 발병을 막자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핵심 사업장 내부를 외부 검증단에 공개하는데 합의했다. 수년째 사회적 갈등을 낳은 백혈병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다.

9년 만의 첫 핵심 쟁점에 대한 당사자 간 최종 합의다. 다만 재해예방대책과 더불어 3대 핵심 쟁점인 삼성전자의 사과 및 보상에 대한 최종 합의는 아직 미지수다. 반올림-삼성전자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해서다.

◆ 9년 만에 재해예방대책 첫 최종 합의

조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직업병 관련 인권단체 반올림 등 당사자 3주체 대표자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재해예방대책은 백혈병 등 반도체 관련 직업병 재발방지 대책을 담고 있다. 재해예방대책 핵심은 옴부즈만 도입이다. 위원장 위원 2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독립 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를 설치한다. 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을 종합 실사할 권한을 갖는다. 진단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만들어, 삼성전자의 이행 및 성과를 점검한다.

위원장은 이철수 서울대 법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한국 노동법학회, 노사관계학회, 서울대 고용복지법 센터장 등을 맡으며 노동자 보호에 앞장선 인물로 평가받는다. 조정위원회가 직접 위원장 독립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선임했다. 나머지 2명 위원은 옴부즈만 위원장이 선임한다.

9년 만에 첫 3자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2006년 6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당시 23세)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이숙영 씨도 2006년 8월 투병 끝에 30세 나이에 숨졌다.

백혈병 등 직업병 발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반올림의 협상 대표 격인 황상기 씨는 고 황씨의 아버지다.

2014 년 8월 서울고등법원은 고 황씨와 이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한바 있다. 재판부는 "황씨 및 이씨는 반도체 사업장 내 벤젠과 전리 방사선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있다"며 반도체 유해물질과 백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다만 피해자들이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쉬운 사건이 아니었다?덧붙인 바 있다.

◆ 100여명 이미 보상, 사실상 마무리 수순

삼성전자가 그간 반도체 생산 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던 옴부즈만 제도를 전격 수용하면서 백혈병 문제 최종 타결에 한반짝 더 다가섰다. 하지만 나머지 핵심 쟁점인 삼성전자의 사과 및 보상에 대한 최종 합의는 남아있다.

인권단체 반올림 측은 그간 보상안보다 삼성 측 재발 방지안 마련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 그간 삼성의 사과도 미흡하다고 판단, 보다 전향적인 사과도 요구해왔다.

이날 반올림 측은 "재해예방대책 합의가 보상 협상의 최종 합의를 뜻하는 것이 아닌데 마치 타결된 것처럼 보도하는 건 오보"라며 "조정위가 이 3가지 합의를 모두 마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실효성있는 보상안 마련 및 실행에 집중해왔다.삼성전자 측 협상 대표인 백수현 전무는 "가족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보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보상을 신청한 퇴직 근로자 30명에게 1차 보상금을 지급하며 타결을 시도해왔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직원 및 협력업체 퇴직자 150여 명이 신청, 100여명에 대한 보상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보상 관련 세부 절차는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홈페이지(www.healthytomorrow.co.kr)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보상을 퇴직자 및 협력사 직원이 대상이다.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일한 경우다.

반도체 및 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정비 및 수리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퇴직자 협력사 임직원의 경우 2011년 1월 1일 이전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또는 LCD 생산라인에서 상주하며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한 퇴직자다. 삼성전자 LCD사업부 소속은 2012년 12월 31일 이전 퇴직자로 한정했다.

보상금액은 보상위원회가 정한 질병 1, 2, 3군 등급에 따라 다르다. 보상금은 요양비와 위로금, 사망자 보상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요양비는 1~3군 모두 기존 치료 지출액에 향후 예상지출액을 합쳐 지원한다.

위로금은 1, 2군일 경우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평균임금의 70%와 및 소정의 위로금으로 구성된다. 다만 3군은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 사망자 보상금은 1군일 경우 평균 임금의 1000일분, 2군은 700일분, 3급은 350일 분이다.

지난해 9월 3일 발족한 보상위원회는 그간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보상 질병의 세부 범위, 향후 치료비 산정 방법을 포함한 보상액 산정의 세부 기준 등을 마련해왔다. 개별 신청자의 기준 부합 여부를 심사하고, 지급액을 결정하는 등 보상의 전 과정을 총괄한다. 노동법, 산업의학, 사회정책, 법률 등 관련 분야 전문가 5명과 회사측, 근로자 대표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 '진정성' 있는 사과 온도차 여전

또다른 쟁점인 '진정성 있는 사과'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는 그간 수차례 사과 입장을 충분히 표명했다는 입장이다.

2014년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백혈병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권 부회장은 "진작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전향적인 사과와 함께 중재 기구 결정에 따른 합당안 보상안 마련, 산업재해인정 소송 보조 참가 철회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1차 보상을 진행하며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명의의 피해 사과문도 개별 전달했다. 사과문에는 "발병자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으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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