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만에 방송계 판도 바꾼 tvN

입력 2016-01-12 18:00  

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인재 영입·자율성 부여·과감한 투자…색다른 콘텐츠로 지상파도 제쳤다

'꽃보다 …' '삼시세끼' '미생' '집밥 백선생' 등 줄줄이 히트
'응답하라 1988' 시청률 17.8% …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고
나영석·신원호 PD 영입 … 매년 제작비 1000억 투자가 주효



[ 유재혁 기자 ] 요즘 방송계의 최대 화제작은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1988년 서울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의 훈훈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18화가 방영된 지난 9일 역대 케이블TV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17.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매체 기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지상파 채널들도 제쳤다.

CJ E&M의 종합 엔터테인먼트채널 tvN이 설립 10년 만에 방송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06년 10월 개국한 tvN은 7년간 적자에 빠졌다가 2013년부터 흑자 기조를 확대하며 지상파와 맞먹는 채널로 급성장했다.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 부문장은 “유연한 조직문화와 인재 영입,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장르와 범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2012년 ‘응답하라 1997’과 2013년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 ‘응답하라’ 시리즈는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모았다. 금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2’는 최근 시청률 13.3%로 막을 내렸다.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편’도 지난 8일 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은 가히 열풍이라 할 정도로 사회적 신드롬을 형성했다.

tvN이 히트작을 잇따라 발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있다. 경영진은 구성원들이 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장르와 범주의 한계에 갇히지 않도록 자율성을 대폭 허용했다. 기획안이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고 색다른 재미가 있다면 실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 ‘응답하라’ 시리즈도 이런 조직문화에서 탄생했다. 예능 전문인 신원호 PD가 ‘예능형 드라마’를 제작해보고 싶다고 제안해 성사된 것이다. 드라마국과 예능국 등으로 범주와 장르가 정해져 있는 여느 방송사와는 다르다.

방송 중인 ‘집밥 백선생’과 ‘수요미식회’도 정형화된 먹방 프로그램이 아니다. 유명 셰프가 어려운 레시피로 음식을 만드는 대부분의 먹방 프로그램과 달리 ‘집밥 백선생’은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만드는 법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수요미식회’에는 음식이 등장하지 않고, 식당과 음식 관련 이야기로만 풀어낸다. ‘꽃보다 할배’는 젊은이들만 출연하던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노인을 등장시켜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여행하는 내용이다. ‘삼시세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시골과 어촌에 가 작물을 재배하거?어물을 잡아 직접 요리하는 내용이다.

◆인재 영입과 투자 확대

tvN은 일찍부터 최고의 창작자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자질이 우수한 PD를 키우고 외부에서는 능력이 탁월한 PD를 영입했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을 만든 나영석 PD와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는 KBS 출신이다. 두 PD의 능력을 인정한 tvN은 일찌감치 거액을 주고 이들을 영입했다.

PD들에게는 좋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했다.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tvN에서는 어렵지 않았다. tvN은 매년 공채를 통해 신입 PD를 뽑아 육성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이들이 스타PD를 잇는 인재로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7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지속했던 것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지원 덕분이다. 적자가 지속되면 웬만한 기업은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그러나 “한두 해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적인 비전 아래 경영하라”며 적자 속에서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제작비를 투입하도록 했다.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tvN은 없다는 얘기다.

'응답하라 1988' 꿈의 시청률 20% 돌파할까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꿈의 시청률’이라 할 20%를 돌파할 것인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은 2010년 ‘슈퍼스타K2’ 마지막회(평균 18.1%)였다. 지난 6년간 깨지지 않은 이 기록은 지난 9일 17.8%를 찍은 ‘응팔’이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인공 덕선의 남편이 누구냐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남은 2회 동안 시청률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도 시청률 20%를 넘기 힘든 현실에서 ‘응팔’이 20%를 돌파하면 방송가 주도권 싸움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응팔’의 관심사는 현재 덕선(이미연 분)의 남편(김주혁)이 예전의 바둑고수 택(박보검)이냐, 공군에 입대했던 정환(류준열)이냐로 모아진다. 초반부터 중반부까지 정환이 덕선의 남편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후반부에 택의 존재감이 정환을 제치고 급부상하자 누리꾼은 대혼란에 빠졌다.

누리꾼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파로 나뉘어 드라마 속 각종 복선과 ‘깨알 증거’들을 채집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물이 덕선의 남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치솟는 인기와 함께 ‘응팔’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응팔’의 20회까지 각종 광고와 VOD 매출을 합치면 221억원에 이른다는 게 tvN의 설명이다. 광고는 드라마 전후 광고, 중간 광고, 간접광고, 협찬 등을 합한 금액이며, VOD 매출은 주당 5억원씩 10주로 계산한 금액이다. 역대 케이블 프로그램 최고 매출이다. OST와 버스카드·우표·포토엽서 등 드窄?관련 상품 매출까지 합치면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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