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신년회견·대국민담화] 야당 발목에 원칙 깬 노동개혁…'기간제법 포기'로 70만명 일자리 잃을 판

입력 2016-01-13 18:33  

노동입법 취지 크게 후퇴

박 대통령 "기간제법 중장기적 검토…파견법 등 조속 처리해달라"
재계 "4개 법안이라도 통과를"…야당 "파견법도 동의 못해"



[ 백승현/서욱진/은정진 기자 ]
“노동개혁 5법의 분리 처리는 없다”던 정부가 결국 원칙을 깼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가 심했던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 기간제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리기로 했다.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은 기업 부담을 늘리는 법이고, 그나마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야당을 향해 “기간제법을 일단 양보하는 대신 파견법 등 나머지 4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동안 노동개혁 5법의 분리 처리는 있을 수 없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1월 임시국회에서도 노동개혁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진 데다 지난 11일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을 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달랠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큰 기간제법을 포기하면서 노동개혁 입법의 취지는 크게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35~54세 기간제 근로자 자신이 원할 경우 현행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너무 짧아 회사 측이 정규직 전환보다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근무기간을 늘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높여주겠다는 취지지만,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만 늘릴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35~54세 기간제 근로자는 78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2년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9.2%에 불과하다. 기간제법 개정안이 무산되면 70만여명에 달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얘기다. 기간제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쪼개기 계약 제한’, ‘생명안전 관련 분야 비정규직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복지팀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가장 원했던 법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아쉽다”며 “정규직 중심인 양대 노총이 기간제 근로자들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양보하면서까지 입법을 요청한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근로자와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연봉 5600만원 이상) 전문직 등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노동개혁 4법’의 1월 임시국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기간제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비정규직을 늘리는 가장 나쁜 법인 파견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시급성과 법안 통과 무산에 따른 심각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야당이 이 제안마저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노동개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동개혁은 노·사·정이 한발씩 양보해서 이뤄내야 하는데 노동계가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하니 정부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며 “20만~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파견법만으로는 무늬만 노동개혁”이라고 말했다.

■ 기간제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지만 오히려 기간 제한이 고용을 더 불안하게 하고,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편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어 계약기간을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 파견법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동시장 유연화 차원에서 행정·서비스 등 32개 업종에 대한 파견이 허용됐다. 하지만 제조업에는 파견이 금지돼 있어 하도급·외주생산 등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안은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승현/서욱진/은정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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