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규제완화로 부활한 영국] 영국 건설인력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실업률 4%대로

입력 2016-01-15 18:02  

위기를 희망으로 바꾼 나라들 (6·끝) '무차입 경영' 꿈꾸는 영국

올 실업률 11년 만에 최저…일자리 50만개 증가 예상
제조·소매업 등 '구인난'…세금 낮추자 기업 몰려

부채비율 0% 목표…법인세 18%로 인하 추진
고용 유연성 확보 등 개혁…예산 40% 추가 감축키로



[ 박종서 기자 ] 5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영국 건설업체 스위프트 브릭워크의 마이클 월시 노무담당 국장은 요즘 정신이 없다. 주택과 상업용 건물 등 공사현장은 급격히 늘어나는데 일손을 채우기가 어려워서다. 월시 국장은 “당장 벽돌공이 급해 직업훈련을 해주는 전문대까지 찾아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그 많던 벽돌공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영국 건설업계의 일손부족 현상을 진단했다. 영국 왕립감정평가사협회에 따르면 영국의 건설노동자 구인난은 20년 만의 최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많은 인력이 현장을 떠났는데, 충원이 힘들 정도로 건설경기가 빠르게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다른 분야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영국의 건설업종 성장률은 -13.2%로 곤두박질치면서 30만명이 업계를 떠났다. 2014년엔 건설업종 성장률이 9.8%에 달했다.


英 정부 “올해 임금 3.5% 상승”

영국에서 일손 부족은 건설업계만의 고민은 아니다. 2009년 -4.2%로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은 2014년 2.9%로 급반전했다. 고용시장도 덩달아 한껏 달아올랐다. 영국고용연맹과 회계·컨설팅업체 KPMG는 지난해 7월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조·소매·의료·기계·정보기술 등의 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민간연구소인 인력개발연구소(CIPD)는 올해도 일자리가 50만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기관인 예산책임청(OBR)이 기대하고 있는 40만명보다 더 긍정적인 전망이다. 마크 비슨 CIP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0월 5.2%였던 실업률이 올해는 5% 이하로 떨어지면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임금도 오를 전망이다. OBR은 올해 임금상승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법인세 28%에서 20%로 낮춰

2008년 금융위기에 치명타를 맞아 ‘병상에 누워 있던’ 영국 경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중심으로 한 보수당 정부의 ‘정공법’이었다. 2010년 집권한 캐머런 총리는 매정하다고 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대학보조금과 건강보험(NHS) 예산을 대폭 깎았고, 공무원 9만명을 줄였다.

대신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한 조치와 대규모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28%였던 법인세율도 20%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율이 떨어지자 신생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몬산토,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 비료업체 CF인더스트리 등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법인세율(35%)을 피해 영국으로 몰려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금을 피해 국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미국 경제의 탈영병’이라고 비판했지만 허사였다.

영국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의 결실은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9년 1534억파운드(약 270조원)에 달한 정부 순부채가 지난해 892억파운드로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10.2%에서 4.9%로 떨어졌다. 캐머런 총리는 ‘화려한 경제성적표’ 덕분에 지난해 5월 총선거에서 야당인 노동당과 박빙 승부를 벌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다.


GDP 대비 부채비율 0% 목표

영국 정부의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캐머런 총리는 2019년까지 GDP 대비 부채비율을 0%로 떨어뜨리겠다며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는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집권 2기의 보수당 정부는 ‘邦?정부’를 내세워 각 부처 예산을 40% 깎겠다고 공언했다. 법인세는 2020년까지 18%까지 더 낮출 계획이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노동개혁법안을 내놨다. 노조원의 50%가 투표에 참여한 파업만 인정되고 노조는 파업 2주 전에 사용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캐머런 총리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서도 경제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반대에도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초기부터 가입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아시아 개발사업의 밑거름을 깔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초청해 정상회담을 열었다. 식민지배 역사 때문에 두 나라가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의회 광장의 마하트마 간디 동상 앞에서 모디 총리와 한자리에 서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영국 정부는 양국 기업들이 90억파운드 이상의 투자협력에 합의했다며 이를 통해 영국에서 19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미국 월가와 함께 세계 양대 금융가로 꼽히는 ‘시티 오브 런던’의 부활에서도 적극적이다. 영국은 과거 ‘금융 종가(宗家)’ 명성을 ‘핀테크(금융+기술)’를 통해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FT는 “미국에 이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호전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영국”이라며 “적정한 인플레이션만 받쳐준다면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가 연내 연 1%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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