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소·공급 과잉에 유가 1년반 동안 70% 추락
사우디 등도 재정난으로 산유량 줄이지 못해
미국도 자국산 원유 수출 허용…장기 저유가 국면 가능성
[ 박수진 기자 ]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해제로 국제 유가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는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 겹쳐 지난 1년 반 동안 70%나 추락했다. 이번 이란 제재 해제로 이란산 원유까지 시장에 풀리면 원유 가격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1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배럴당 10달러대 유가는 2001년 12월 이후 약 14년간 한 번도 없었다.
유가 19개월째 날개 없는 추락
최근 국제 유가는 2014년 6월 배럴당 107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9개월 연속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29.42달러, 28.94달러로 떨어졌다. 정점 대비 1년7개월 만에 70% 이상 하락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는 2003년 말 이후 12년 만이다.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은 재정 악화로 산유량을 줄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매장량 4위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
국제 유가에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의 시장 복귀다. 이란의 원유 확인 매장량은 세계 4위, 천연가스는 세계 1위다. 그러나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그동안 많지 않았다. 미국 등은 이란의 핵개발을 이유로 한국 등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란은 2014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25만배럴을 생산해 이 중 110만배럴 정도만 수출했다.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산 원유는 국제시장에 봇물처럼 터져나올 전망이다. 메흐다 알살리 OPEC 이란 대표는 16일 “산유량을 하루 평균 50만배럴 늘릴 것”이라며 “그 이후 짧은 시일 안에 생산량을 50만배럴 더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원유 시장에 하루 100만배럴이 더 풀린다는 얘기다. 이란은 또 수출을 위해 3000만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비축량이 최대 6000만배럴에 달한다는 추정도 있다. 이 같은 비축량까지 수출하면 국제 유가는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저유가 국면 진입 가능성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올 상반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지고 하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럴당 10달러 선으로 하락한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레보비츠 JP모간 시장연구원은 “유가의 바닥이 어디인지 확신할 수 없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장기 저유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1998년 12월 국제 유가는 △아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OPEC의 판단 착오로 인한 원유 증산 △달러 강세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배럴당 11.30달러까지 떨어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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