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100% 사전제작'…중국 네티즌 '취향저격' 한다

입력 2016-01-18 18:42   수정 2016-01-19 15:54

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중국, 작년부터 사전 심의
한국 드라마 제때 방영 안돼 불법 시청 늘며 수출가격↓

심기일전한 한국 제작사
올해 한·중 동시방송 목표로 '태양의 후예' 등 5편 사전제작
수출가 3분의2 수준 회복



[ 유재혁 기자 ] 드라마 제작업계에 ‘100% 사전 제작’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하기 위해서다. 드라마를 방영하는 도중에 제작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제작을 마치고 방영하는 드라마가 올해는 역대 최다인 다섯 편에 이른다. 한 편도 채 되지 않던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폭락했던 드라마의 대(對)중국 수출 가격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태양의 후예’ 방영 전 제작비 회수

다음달 24일부터 KBS2TV와 중국 포털 아이치이에서 동시 방송하는 NEW의 ‘태양의 후예’가 대표적이다. ‘태양의 후예’는 한류스타 송혜교와 송중기를 앞세워 전쟁과 질병으로 얼룩진 중앙아시아의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군인과 의사들의 사랑과 성공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판권을 보유한 제작사 NEW는 방영 전에 제작비 120억원을 대부분 회수했다. 중국 수출 40억원, 한국 방영 40억원, 간접광고 30억원 등 110억원에다 일본 등으로의 수출과 주문형비디오(VOD) 수입 등을 합치면 흑자를 낼 것이란 예상이다. 이 작품에는 NEW 2대 주주인 중국 기업 화처미디어가 참가했다. NEW는 풍부한 자금력으로 제작비를 자체 조달한 데다 중국과 동시 방영이란 카드로 방송사에 판권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삼화네트웍스와 IHQ가 공동으로 사전 제작 중인 ‘함부로, 애틋하게’(수지, 김우빈 출연)는 KBS와 중국 인터넷에서 오는 6월 방송할 예정이다. 그룹에이트는 ‘사임당, 더 허스토리’(이영애, 송승헌)를 9월 SBS와 중국 인터넷에서 동시 방영한다. 이 작품에는 홍콩 자금이 투입됐다. 제작사 오보이프로젝트는 ‘화랑:더 비기닝’(박서준, 고아라), 제작사 바람이분다는 미국 유니버설의 투자를 받아 ‘보보경심:려’(아이유, 이준기)를 하반기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하기 위해 사전 제작에 들어갔다.


수출가 회복…드라마 제작 활기

드라마 100% 사전 제작은 급락한 중국 수출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인터넷에서 방송하는 해외 드라마에 대한 사전 심의를 시작해 한국 드라마의 수출가격이 폭락했다. 2014년 초 ‘별에서 온 그대’가 대성공한 뒤 ‘피노키오’가 편당 28만달러(약 3억원, 20부작 총 60억원)를 받았지만 규제 조치가 발표된 뒤 ‘하이드 지킬, 나’는 3분의 1 수준인 편당 10만玭?총 20억원)로 급락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되지 않을 경우 중국인들이 불법으로 미리 시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 수출가격 40억원은 전성기의 3분의 2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여기에다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을 추가로 나누는 조건이다. 다른 드라마도 미니멈개런티 40억~60억원에다 추가 흥행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있다. 중국 동영상 포털 시장에는 압도적인 1위가 없고 여러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위험은 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완성도는 높지만 극의 진행에 따라 대중의 반응을 즉각 반영하지 못해 흥행성에서 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SBS ‘비천무’, 2009년 MBC ‘탐나는도다’, 2010년 MBC ‘로드 넘버원’, 2011년 SBS ‘파라다이스 목장’ 등이 그런 사례였다.

중국 정부가 반(反)시장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외국 드라마에 대한 심의를 지연해 방영 날짜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동시 방영을 방해할 수도 있어서다. 이 경우 수입한 중국 포털들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드라마업계의 관측이다.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18일 발표한 드라마산업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사전 제작은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과거 제작비 회수 정도에 그치던 수익 실현 기회가 수출과 VOD 등 부가 판권 등으로 확대되는 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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