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점 안 부러운 '기차역 맛집'

입력 2016-01-22 17:53  

커버스토리

전국 철도역 입점 지역맛집 작년 매출 조사

부산역 입점 삼진어묵, 1년 만에 연 매출 600억
삼진어묵 135억, 성심당 54억…역사에서 '대박 역사' 쓴 맛집들

제2, 제3 삼진어묵 꿈꿔
'대전지역 대표 빵집' 성심당…KTX역 입점, 전국 브랜드로
'대구 마약빵' 삼송베이커리, 백화점까지 뚫고 승승장구

코레일 "지역맛집 적극 발굴"…또 하나의 창조경제 모델로



[ 백승현 기자 ] 1951년부터 부산 영도의 전통시장에서 영업한 한 어묵가게가 2년 새 연매출 6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변신했다. 1년3개월 전 부산역 입점을 계기로 도약한 삼진어묵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입수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전국 기차역 지역 맛집 운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전국 기차역의 지역 맛집은 여섯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5억원 이상은 아홉 곳이었다.


삼진어묵 부산역점은 2014년 입점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에만 1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성심당 대전역점의 지난해 매출은 54억원이었다. 동대구역의 삼송베이커리는 입점 8개월 만에 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鰥だ?가락국수와 익산역의 PNB풍년제과도 지난해 매출이 10억원 이상이었다. 이들 맛집의 공통점은 철도역사에 입점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삼진어묵은 2014년 10월 부산역에 입점했다. 2층 대합실의 역광장 출구 쪽 59㎡(약 18평) 공간이었다. 입점과 동시에 영도 사람들만 알던 어묵 맛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부산역점 매출은 135억원, 한 달 평균 11억원어치의 어묵을 판 셈이다. 영도 봉래시장을 벗어나 첫 매장인 부산역점이 대박을 친 것을 계기로 전국의 롯데·신세계백화점까지 공략하면서 매장이 12곳으로 늘어났다. 60여년 전 봉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판잣집으로 시작한 영세가게가 기차역 입점을 계기로 직원 45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차역 입점으로 매출이 급상승한 향토기업은 삼진어묵만이 아니다. ‘제2, 제3의 삼진어묵’을 꿈꾸는 맛집이 적지 않다. 해당 지역 사람들만 알음알음으로 찾던 가게가 기차역에 입점한 뒤 입소문이 퍼져 매출이 급상승한 경우다. 공통점은 역 입점 전에는 그저 동네에서만 유명한 가게였다는 것이다. 과거 플랫폼에서 선 채로 마시듯 먹던 대전역 가락국수는 장소를 대합실로 옮기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삼진어묵이 유명세를 타면서 부산역점은 지역의 대표 맛집이 됐다. 역 대합실 한쪽 구석의 조그만 가게지만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부산역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약속장소가 된 것이다. 부산역 관계자는 “평일 오후에도 매표소에서 기차표를 구입하려는 泳兌릿?어묵을 사려는 줄이 더 길어 혼잡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진어묵의 주력 메뉴는 ‘어묵 고로케(크로켓)’와 고추튀김어묵, 새우어묵가스 등이다. 20여명의 직원이 매일 4000~4500명의 손님을 맞는다. 하루 최고 매출은 지난해 12월 기록한 6700만원이다. 손호진 삼진어묵 부산역점장은 “상행선 기차를 타는 사람이 많은 오후 2~8시가 피크타임으로 시간당 800만~9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며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때는 400명까지 줄을 서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런 날은 어묵 고로케를 사려는 100번째 손님이 20분 이상 기다렸다고 한다. 삼진어묵은 지난해 6월 부산역 1층에 수제공방도 마련했다. 어묵제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치한 체험형 매장이다.

대전의 ‘지역 대표 빵집’이던 성심당도 대전역 입점으로 ‘전국적 베이커리’가 된 경우다. 대전 옛 도심인 은행동 본점에 이어 2호점인 대전역점 입점 이후 매출이 급상승했다. 전체 매장은 다섯 개로 늘었다. 지난해 대전역점에서만 54억원어치의 빵을 팔았다.

성심당의 대표 메뉴는 ‘튀김 소보로’다. 지난해 1월에는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튀김소보로는 KTX를 타고’라는 타이틀로 KTX 특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대전역에서 맛본 빵을 전국 어디서나 안방에서 주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송성규 코레일 대전충남본부 총괄팀장은 “성심당은 역 입점으로 대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됐고, 대전역도 그저 지나치는 역에서 한번 들러볼 만한 곳으로 바뀌는 등 홍보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입점 8개월 만에 16억원?매출을 올린 동대구역의 삼송베이커리는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출발한 빵집이다. 주력 메뉴는 통옥수수빵. 지역에서는 ‘마약빵’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해 4월 동대구역 입점 이후다. 역에 입점한 뒤 현대백화점 등에 세 개 매장을 더 열었고 대구시로부터 ‘스타가게’로 인증받기도 했다.

충북 제천역의 약초가게 순우리초도 역사 입점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방차와 약초, 산채 등을 판매하는 순우리초는 2007년 제천역 대합실 한쪽에 입점했다. 매표창구 외에 오래된 TV만 한 대 덜렁 있던 역대합실에 한방차와 약초 매장이 들어서자 여행객들은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차도 마시고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순우리초 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4억3000여만원. 1만원 안팎의 한방차와 약초 꾸러미가 한 달 평균 4000만원어치가량 팔린다는 이야기다.

지역 맛집들이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코레일의 역할도 컸다. 이승화 코레일유통 부산경남본부 대리는 “역대합실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보다는 향토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해 발굴하고 있다”며 “유명하진 않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 영세기업의 판로를 개척해주자는 의미로 시작한 사업인데, 삼진어묵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삼진어묵의 성공이 코레일과 향토기업이 합작한 ‘창조경제’로 평가받는 이유다.

코레일의 할인제도인 ‘내일로’의 지원사격도 큰 힘이 됐다. 내일로는 KTX와 전철을 제외한 국내 모든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만 25세 이하 청년에게만 판매磯? 가격은 5일권이 5만6500원, 7일권은 6만2700원이다. 2007년 판매를 시작한 내일로 티켓은 지난해 21만여장 등 지금까지 97만장가량이 팔려나갔다. 입소문 마케팅의 진원인 셈이다.

입점 업체의 성공은 코레일의 수익과도 직결됐다. 코레일유통이 입점업체에서 받는 영업료는 매출의 14%다. 지난해 삼진어묵에서만 약 19억원을 받았다. 22개 맛집 매장의 영업료 수입은 40억원에 육박한다. 장선식 코레일 여객본부 관광사업단 차장은 “코레일 경영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 기업도 키웠다는 점에서 공기업으로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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