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경영상] "시장은 넓고 고객은 널려 있다"…한자리 모인 대한민국 '기업 영웅'

입력 2016-01-29 18:12   수정 2016-08-21 02:16

역경을 헤치고 새 길을 개척해 가는 ‘기업 영웅’들은 달랐다. 좋지 않은 환경은 핑계일뿐이라고 했다. 어렵다고 움츠러들면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느냐며 의지를 불살랐다. 국회가 도와주지 않아도 탓하지 않았다. 고급 기술을 앞세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지난 28일 저녁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다산경영상’ 역대 수상자 신년 인사회 자리에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친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그룹의 모태가 된 출판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집책, 학습지 등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태블릿 PC로 볼 수 있게 해 시장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72세의 청년’다운 패기였다.

국내서 성공한 ‘한국식 모델’을 통째로 해외에 가지고 나가려고 하는 도전도 소개됐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은 “중국에 일부 기술을 내주더라도 선점이 중요하다”며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표준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양하 한샘 회장은 “한국에서 하는 사업모델 그대로 중국에서 할 계획”이라며 “600조원에 이르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을 잡아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서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작년 어려운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더 어려울 것 같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 크다. 이런 때에 정부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만들었는데, 국회가 통과를 시키지 않고 있다. 손길승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나를 찾아와서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에서 참여하라고 압박한다고 통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70만명 정도가 서명했다고 한다. 500만명, 1000만명이 서명하면 국회가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본격적으로 서명운동을 해서 이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우리 세대가 아니라 후세를 위한 법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다. 말뫼는 스웨덴에 있는 조그만 항구였는데, 여기에 조선공업단지가 만들어졌고 이후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스웨덴 사람들의 자부심도 강했다. 하지만 극동지역에서 조선업이 부흥하기 시작했고, 스웨덴 조선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골리앗 크레인만 남았다. 해체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그 크레인을 사가려고 하는 이가 없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 소식을 듣고 사겠다고 나섰다. 스웨덴에서는 공짜로 주겠다고 했는데, 정 명예회장이 공짜는 안 된다고 맞서면서 결국 1달러에 계약했다. 해체된 골리앗 크레인이 배에 실려 말뫼를 떠나는 장면을 스웨덴 공영방송이 생중계했다. 이날 말뫼 항구에 3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모여서 “지난 세월 조선소 덕분에 행복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말뫼의 눈물이라고 하는데 이제 ‘울산의 눈물’ ‘포항의 눈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수출 전진기지인 울산과 포항에 전깃불이 꺼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국회가 대오각성 해야한다. 세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 다보스포럼의 화제 중 하나는 기술 발전이 너무 빠르게 이어지는 게 인류에 이익일까 해악일까였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사람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무인항공기(드론), 무인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다보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고, 중산층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한국은 바깥세상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칼럼을 통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적절할 때 적절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에 제출된지 3년이 넘었다. 파견법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이 누구보다 목말라하는데도 야당 반대에 묶여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지난 한해 대우조선해양이 국민께 걱정을 많이 끼쳤다. 그렇지만 대우조선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훌륭하다. 해양 프로젝트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판단을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준비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었고 유동성 위기까지 겹쳤다. 지난해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이 지원을 해 고비는 넘겼다. 올해부터는 상당한 규모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말이 되면 연간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국가에 기여를 많이 하지만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사람을 모집하는데 애로가 있어 결국 경쟁력을 잃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50년대 영국,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국가, 1970년대 일본, 1990년대와 2000년대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이렇게 주도권이 움직이는 산업이다보니 중국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없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 4만달러가 되면 어차피 내줘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보다는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인더스트리 4.0’을 조선산업에 접목해 ‘쉽야드 4.0’을 만드는데 성공하면 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버틸 수 있는 것을 40년, 50년 버틸 수 있게 할 것이다. 첨단기술과 정보기술 등을 접목하면 우리 아들 세대까지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지난해에는 나름대로 좋은 실적을 올렸다.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했는데, 1000억원 정도 더 났다.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글로벌 사업이다. 지난해 연말 해외 점포 200개를 돌파했다. 올해 15개 정도 더 문을 열 예정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시작했다. 스타벅스 맥도널드 피자헛 등이 미국에서 시작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어디든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 미국에서 활발하게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뉴욕 맨해튼 지역의 매출이 높다. 미국 가맹점주 신청을 받아보니 약 300명이었는데, 그 중 200명이 한국인이었다. 교민들 입장에서 파리바게뜨가 익숙하니 더욱 신청을 많이 한 것 같다. 다음달 가맹 1호점이 문을 연다. 앞으로 미국에 많은 기대를 하고 獵? 프랑스 파리에는 점포를 많이 낼 생각이 아니었다. 상징적으로 파리에 들어가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프랑스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는 ‘한국의 다국적 베이커리 공룡그룹, 파리로 들어왔다’는 제목으로 우리 기사를 썼다. 프랑스에서도 우리를 겁냈다는 의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가 프랑스의 빵 문화를 널리 알린다는 것을 알아줬다. 프랑스의 재료를 써서 프랑스 빵을 만든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에서 훈장도 받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바게뜨의 ‘코팡’을 언급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얘기해, 인근 점포에서 코팡을 구하느라 난리가 난 적도 있다. 올랑드 대통령이 “이렇게 맛있는 빵이 있나”라고 감탄했고, 이게 알려지면서 코팡의 인기가 급격하게 올라가기도 했다. 올해 2월이 되면 제과점 출점 규제가 시작된지 3년이 된다. 권고기간이 만료된다. 3년 전에는 동참을 했지만 이를 한 번 더 연장하게 되면 우리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국내에서 성장을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을 할 수 있다. 우리회사는 동네 빵집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게 정부에서 권고하는 모델인데, 규제를 하려고 하는게 아쉽다.



◆최양하 한샘 회장=이케아가 진출하면서 국내 가구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규모 있는 기업들은 타격이 없었다. 반면 중소 업체들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케아 진출 이후 생활용품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도 특징이다. 이케아 또한 덩치 큰 가구보다는 생활용품을 많이 팔고 있는데 이 시장을 보고 들어온 것 같다. 한샘은 최근 2~3년 성장을 많이 한 덕분에 올해 매출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국내 가구시장 규모와 한샘의 능력을 감안하면 10조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 1위 이케아의 매출은 약 40조원이다. 국내에 머물러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한샘은 그동안 중국 베이징에 공장을 두고 프로젝트 단위로 건설사에 납품하는 등 사업을 한정적으로 했다. 앞으로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다. 중국은 ‘골조분양’을 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도 과거에는 골조분양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중국 중소도시 주택의 90% 이상이 골조분양이다. 골조분양은 인테리어 업체가 달라 붙을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대형 건설사가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는 일이 많지만 중국은 중소 업체와 주택 계약자가 개별적으로 하는 일이 많다. 먼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여기에 맞는 가구를 맞춘다. 기존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확장 예정이다. 600조원으로 추산되는 거대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낼 수도 있다. 중국 경기가 요즘 어렵고 시장 공략하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중국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잡았다. 인테리어 뿐 아니라 국내에서 하는 비즈니스 모델 3가지를 그대로 가져가려고 한다.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뿐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 및 주택 리모델링까지 전부 준비 중이다. 내부적으로 걱정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지만 성공모델을 반드시 만들어 보이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작년 말 모든 게 마무리됐다. 그동안 재판 받으며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다 끝났다. 지난 3년여의 재판 과정 중에도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생각을 했다. (법정관리 졸업 이후) 남은 회사를 보니 출판(웅진씽크빅 및 북센)이 있었다. 출판업은 상황이 좋지 않다. 과거 한때 연 100% 성장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30% 수준으로 떨어졌고 5~6년 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다. 7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6300억~6400억원으로 떨어졌다. 웅진그룹만 좋지 않았던 게 아니라 종이책 사업을 하는 거의 모든 회사들 상황이 비슷하다. 출판은 모태가 된 사업이라 키워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가 가장 전문기이기도 하다. 1년6개월 전부터 어떻게 키울 지 매달렸다. 종이책과 인터넷을 접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제품으로 나온 것은 1년여 전이다. 한 살부터 초등학생까지가 대상이다. 코웨이의 정수기 렌털(대여) 방식에서 따왔다. 아이들이 태블릿PC 패드로 책을 보게 하고 일정 금액을 매달 받는 식이다. 영어회화는 한 달에 2만5000원, 한문은 3만원, 전집책과 학습지를 다 넣으면 14만원을 받는다. 여러가지로 조합해서 사용료를 받는다. 올해 10종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출판도 종이책 위주에서 획기적으로 변한 것이다.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웅진씽크빅 주가가 70% 가량 올랐다. 회원수는 수 십만명에 이른다. 패드로 책을 보면 기존에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들도 많이 보게된다. 일반 책으로는 한 달에 10권 읽던 아이가 패드로 보면 110권 읽는다. 패드로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동화책의 경우 그림으로만 있던 송아지와 말이 뛰기도 한다. 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형태로 읽어준다. 국내에서 개발 된 거의 모든 책을 다 넣고 있다. 학습백과, 전집, 단행본 등 안 들어간게 없다. 전섟?책을 번역해서 다 집어넣을 작정이다. 본인 취향에 맞게 책을 읽거나 학습하는 게 가능해 질 것이다. 예컨대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문법 위주로 하는 게 편한 아이는 문법책을, 회화가 좋으면 회화책을 맞춤 식으로 보면 된다. 한글도 이렇게 하면 훨씬 깨치기 쉽다. 이 사업모델은 수익성이 좋다. 작년에 이익률이 약 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0%를 넘길 전망이다. 2~3년 지나면 20% 수준에 이를 것이다. 콘텐츠 숫자는 같은데 회원수가 많아지면 이익이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웅진씽크빅 학습지 고객이 약 100만명인데 이들을 전부 이런 식으로 학습할 수 있게 전환할 예정이다. 신규 회원도 이 방식으로 하게 유도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성인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엄마들이 중국어를 배운다고 가정해보자. 혼자서는 잘 안 된다. 8명씩 묶어 한 반을 만드는 것이다. 엄마들끼리 패드 화면을 통해 서로 대화하며 중국어를 배우면 효율이 높아진다. 중국 현지 대학생이 선생님이 된다. 이 서비스로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일본 최대 출판사에서도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었다.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한국에서도 1년 밖에 안 된 것이라 아직은 시행착오 중이지만, 국내서 잘 정착하면 해외로 나갈 작정이다. 같은 콘텐츠를 언어만 바꿔서 하면 된다. 해외 좋은 콘텐츠도 선점하겠다. 여기에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콘텐츠 선점 경쟁에서 이기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회사가 따라오기 힘들다. 출판 시장이 어렵다고 이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맞게 기업도 변하면 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는 말이 있다. 회사가 어렵게 되면서 돈은 잃었다. 하지만 명예를 잃지는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개인적인 비리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건강도 좋다. 나이 70을 넘긴 뒤 음식 관리를 철저히 한다. 채식을 주로 하고 고기는 주 1회 정도 먹는다. 운동도 하루 한 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한다. 내가 컨디션 좋을 때 의욕이 생기고 그렇지 않을 땐 의욕도 꺽인다. 명예 회복은 사업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경제 불황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기업인이라면 견뎌야 할 일이다.



◆홍완기 홍진HJC 회장=얼마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땄는데 우리 헬멧을 쓰고 나갔다. 모토GP란 세계 모터사이클 경기에서도 우리가 우원하는 선수(호르헤 로렌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일 년에 18번 경기하는 모토GP 경기 중 올 8월 열리는 체코 대회를 우리가 맡았다. 홍진HJC는 모터사이클 헬멧 글로벌 1위지만 매출은 1000억원대에 불과하다. 특수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할 게 많아져서 모터사이클 안 탄다. 국내에선 폭주족이란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타지 못한다. 세계 시장을 더 개척할 것이다. 지금도 수출 비중이 97%나 된다. 그동안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위주였는데 요즘 베트남 시장을 공략 중이다. 베트남에선 연간 1000만개 가량 헬멧이 팔리는데 10%를 점유하는 게 목표다.



◆손동창 퍼시스 회장=4년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정부 조달시장에서 퇴출됐다. 이 탓에 매출의 40%가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 그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부채가 없어 잘 극복했다. 이전 수준보다 매출은 더 많아졌다. 주택 경기가 좋아서 덕을 본 것도 있다. 올해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시기를 회사가 더 탄탄해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구제금융 위기, 금융 위기 등을 겪으면서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불경기를 대비하고 있다. 근본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제약산업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다. 그러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발에만 10년 이상 걸린다. 현재 40여개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 시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제 3국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미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인정을 받지 못하니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계속 하고 있다. 내년이면 사업 시작한 지 60년이 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관세 장벽 외 비관세 장벽도 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단계의 기술은 중국에 전수해야 한다. 중국이 우리 기술을 흡수해 사용하면, 한국의 방식이 중국에서 표준이 된다. 시험 방식 및 기준을 우리가 만든대로 쓰면 장기적으로 우리 제품을 더욱 많이 쓰게 된다. 표준을 잡자는 의미다. 아울러 중국과 저가 제품 경쟁을 계속하면 안 된다. 가격경쟁력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끊임없이 고급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이 ‘짝퉁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는 고급제품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 어떻게 농산물을 팔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 있지만, 고급농산물 수요가 있다. 한국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승한 넥스트&파트너스 회장=다른 각도에서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봤다. 기업 후계자가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망한다는 답이 나왔다. 최근 기업 오너 2세를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교육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의 경영인들이 건재할 때는 괜찮지만, 후대로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허황된 인물은 없다는 측면에서 경영교육만 충분하다면 기업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후계자 교육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대응이다. 과거에는 흐름이 발생한 뒤 대응하면 됐지만, 이제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선점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시대다. 선점하지 않으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라도 5년 안에 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현재의 변화에 이어 두번째, 세번째 닥칠 변화를 미리 읽어야 경쟁력이 있다. 또 앞으로는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생산(GNP)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 조원 이익을 낼 때 그 중 일부를 해외 벤처에 투자했으면, 지금쯤 대한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이 몇십년 동안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도 버티는 것은 해외 자원에 투자한 결과물이 지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해외투자에 힘써야 한다.



◆서두칠 이화글로텍 회장=이화글로텍 경영을 맡았을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웠다. 회사에 가보니 출근 시간은 아침 8시인데 통근버스가 8시30분에 도착하더라. 실제 일은 9시에 시작했다. 퇴근은 오후 5시인데 교통체증을 피한다는 이유로 버스가 4시30분에 출발했다. 종업원의 사기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이렇게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기본을 중시하는 게 중요하다. 아침 통근버스를 1시간 당겼다. 그러면 1시간30분 먼저 도착할 수 있다. 반대로 퇴근은 늦췄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이동시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기획실에서 하는 일을 들여다봤다. 수주를 원가를 따져 검증했다. 거기에 반대 의견을 냈다. 어차피 인력과 장비는 그대로인데 재료비만 추가하면 원가에 못 미치더라도 수주하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조건 수주를 따오라고 했다. 그리고 토요일도 출근 시켰다. 수주량을 늘리고 일을 더 하다보니 돈을 벌기 시작했다. 번 돈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나눠줬다. 경영이라는 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일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면 된다. 리더가 솔선수범하고,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하고, 직원들의 기를 살리면 반드시 성공한다. 창업주 경영인들의 특징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의심이 남다르다는 것. 둘째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는 것. 셋째는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창업주들의 결말은 항상 좋지 않았다. 전문경영인으로 자라온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보인다.



◆정규수 다산P&G 회장=2013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살아나고 있다. 해외 수출이 늘고 있다. 지금은 공장이 잘 돌아가서 마음이 편하다. 한번 고생을 겪고 나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마음편하게 대응할 수 있다.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특히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라고 생각한다. CEO로 7년을 일했는데 매년 내공이 달라졌다. CEO 1년차와 CEO 7년차는 차이가 엄청났다. 경험과 지혜가 쌓인 결과다. 그런데 대부분 대기업들이 CEO를 너무 자주 바꾼다. 그러다보니 CEO들이 단기적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쓴다. 지금 CEO를 코치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CEO가 처음 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CEO도 고생을 하지만 회사도 직원도 고생을 한다. 이를 막자는 차원에서 CEO를 코치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서두칠 회장이 창업주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특징은 매우 중요하다. 의심이 많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념을 의심한다는 의미다. 이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의미기도 하다. 성과를 중요시 하는 것도 중요한 미덕이다. 모든 과정은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욕심은 의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영인들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목표를 만들어주고, 의식을 깨워주고, 큰 목표를 세워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김중겸 전 한국전력 사장=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업들 투자의지가 많이 약한 것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투자를 앞세워서 해야 안정적인 수익과 리스크 회피가 된다. 현대 사장 있을 때보니 우리는 그런 여력이 없으니 건설 계약할 때도 단순한 시공자로 들어간다. 국민 소득이 3만달러가 넘었는데 아직도 단순 시공사밖에 못해서 되겠는가 이런 생각한다. 한국 금융도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야 한다. 공기업과 금융사 손잡고 해외 나갈 일 많다. 한전 사장할땐 외국 금융사와 손잡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한국금융기업과 나가는 것이다.



안재광/도병욱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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