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도 우리 고객…세계 유일의 보석만 만든다"

입력 2016-01-31 19:13  

김낙훈의 현장 속으로

500년된 프랑스 보석업체 '멜르리오디멜르'

"각국 부호들이 찾는 보석…혁신과 차별화가 비결"



[ 김낙훈 기자 ]
“루이16세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나폴레옹 1세 부인 조세핀도 우리 고객이었지요.”

프랑스 보석세공업체 멜르리오디멜르(Mellerio dits Meller)의 올리비에 멜르리오 사장은 “1515년 문을 열어 500년이 넘었다”며 “프랑스 왕실과 귀족이 주고객이었으며 지금은 유럽 최상층 부호들이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멜르리오 사장은 창업자의 후손이다. 이 회사는 종업원이 50여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가공해 목걸이 팔찌 등을 만든다.

이 회사가 오랫동안 최상류층 고객을 확보하며 장수한 비결은 무엇일까. 멜르리오 사장은 “매출과 이익보다는 얼마나 차별화한 제품을 제작하느냐에 관심이 있다”며 “우리 고객은 세계에서 유일한 제품을 소유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각국 부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500년의 역사를 지녔는데도 멜르리오 사장의 명함에는 ‘400주년 기념’이라는 표시?돼 있다. 멜르리오디멜르는 ‘레제노키앙협회(Les Henokiens)’ 회원이다. 그곳에 제출할 수 있는 회사 영업입증 서류가 1613년도분이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업력을 400여년밖에 인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수기업 국제단체인 레제노키앙협회는 200년 이상 된 가족기업만 가입이 허용되는 전통기업 국제 조직이다. 1981년 설립됐고,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가입조건은 200년 이상의 역사, 가족이 회사 오너 혹은 대주주, 건전경영 유지 등이다. 회원사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9개국 43개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전통산업인 와인제조, 보석세공 등의 기업이 대다수다. 멜르리오 사장은 “협회는 회원 간 깊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전통기술과 가족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장인기술을 보유한 젊은 기업과의 연대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 13개, 프랑스 12개, 일본 5개, 독일 4개 등이다. 가장 오래된 회원사는 718년 창업한 일본 이시카와현의 온천여관 호시료칸(法師旅館)이다. 유럽에서는 1295년 설립된 이탈리아 유리제품 제조업체 바로비에르앤토소다.

한국은 회원사가 아직 없다. 최고(最古)기업인 두산도 업력이 120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레제노키앙협회 가입 기업에는 몇 개의 공통점이 있다. 위기에 대한 유연하고 창조적인 적응, 품질에 대한 고집, 후계자 육성노력, 과도한 성장을 바라지 않는 ‘거북이 경영’ 등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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