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그리울 땐…느릿느릿, 전통시장 한바퀴

입력 2016-02-01 07:00   수정 2016-02-01 10:06

경주 성동시장, 대왕문어 주렁주렁…보기만해도 탄성 절로
전주 남부시장,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청년 상인들 열정 철철

광주 송정5일장
산지서 갓 배달된 식재료 풍성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펄떡펄떡 뛰는 수산물이 눈앞에

제주 세화민속오일시장
장 본 뒤에 즐기는 바닷가 산책

아산 온양온천시장
온천서 몸 녹이고 소머리국밥 먹고



[ 최병일 기자 ] 시장은 삶의 활력을 주는 여행지다. 세상인심이 각박해졌다지만 아직 인심과 정이 있는 곳을 찾으라면 전통시장이 아닐까? 수학여행지로 알려진 경주에는 시골 인심과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있는 성동시장이 있다. 떠들썩한 시장 골목을 걷노라면 기운이 절로 솟아나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싼 물건만 팔아서 생긴 이름 ‘염매시장’

천년고도 경주에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이 있다. 경주를 대표하는 성동시장이다. 경주역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시장이라 경주 시민은 물론 여행객도 많이 찾는다. 원래 성동시장은 시내 중심가의 명동의류공판장 자리에 있었다. 규모도 약 1300㎡로 작았다. 의류나 공구, 간단한 蹈타?등 값싼 물건만 팔아서 염매(廉賣)시장으로 불렸다.

성동시장이 지금의 자리로 옮긴 건 1971년이다. 당시 3300㎡ 규모로 큰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경주시가 점점 커지면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지금은 약 1만3200㎡에 달하는 경주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신우현 성동시장 상인회장에 따르면 먹자골목과 생선골목, 폐백음식골목, 채소골목, 의류골목 등에 600여개 상점이 입점했고, 상인도 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집안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문어

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떡집골목이 보인다. 인절미, 송편, 수수팥떡, 절편 등 갓 만든 떡이 쌓여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떡집골목을 지나면 생선골목이다. 어물전마다 조기, 갈치, 고등어, 문어, 오징어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각종 어류가 줄지어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문어다. 어물전 입구에 커다란 문어 여러 마리를 길게 걸어놓은 풍경도 성동시장의 볼거리다.

유교 전통이 강한 경북 지역에서는 집안 대소사나 제사 등 큰 행사 때 문어가 빠지지 않는다. 문어 이름에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가 선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어 먹물로 먹을 대신하기도 했다. 문어 다리를 반 잘라 꼬치에 가지런히 꿴 뒤 소고기, 상어고기 등과 함께 상에 올린다.

참치처럼 보이는 생선 토막은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상어고기다. 경주를 비롯해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등 경북 지역에서는 ‘돔배기’ ‘돔배고기’ 등으로 부른다. 상어고기를 ‘돔박돔박’ 썰어 돔배기가 됐다는 말이 있고, 돔발상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 호남 제사상에 홍어가 빠지지 않듯, 영남 제사상에는 돔배기가 빠지지 않는다.

“요걸 꼬치에 꿰서 묵으면 억수로 맛있는 기라. 굽거나 찌서(쪄서) 초장에 찍어 묵어도 맛있고.” 주인 아주머니가 방금 소금을 뿌린 돔배기 하나 건네며 하는 말이다. 돔배기로는 검붉은 색이 도는 귀상어와 흰색을 띠는 청상아리가 많이 팔리는데, 귀상어가 약간 비싸고 맛도 좋단다.

서민 음식이 지천인 ‘뷔페식당’

시장 구경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먹자골목 탐방 아닐까. 성동시장 먹자골목의 명성은 여느 전통시장에 뒤지지 않는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순대며 튀김, 어묵, 떡볶이, 김밥을 파는 조그만 가게가 늘어섰다. 성동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는 우엉김밥이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린 우엉이 들어가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순대도 유명하다. 서울찹쌀순대를 비롯해 네 곳에서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판다. 찜통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유혹한다. 값도 싸다. 찹쌀순대 4000원, 매운 순대 5000원. 찹쌀순대는 이름 그대로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매운 순대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은근히 중독성 있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순대가 이곳 인심을 보여준다.

뷔페골목은 성동시장 먹자골목을 대표하는 명소다. 경주 사람들은 이곳을 ‘합동식당’이라고 부른다. 6㎡도 안 되는 식당 10여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수逑構?쌓였다. 콩나물무침, 두부조림, 버섯볶음, 오이무침, 멸치볶음, 동그랑땡, 달걀말이, 불고기 등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경주는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대릉원 지구에 가면 경주의 야경을 즐길 수 있고 신라 왕궁의 별궁이었던 안압지는 ‘월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첨성대가 있는 경주교촌마을에 들르면 수학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내친김에 불국사와 석굴암까지 방문해 추억의 노트를 완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노트=경주는 국제적인 관광지답게 특급호텔부터 깔끔한 모텔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베니키아 스위스로젠호텔경주(swissrosen.co.kr)는 경주시 중심지에 있어 관광하기에 좋다. 시설도 깔끔하다. (054)745-7788 특급호텔인 경주힐튼호텔(hiltongyeongju.co.kr)도 있다. (054)701-0090. 게스트하우스인 락희원(luckywon.kr)의 숙박비가 싸다. (054)744-6295

경주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곰취 비슷하게 생긴 곤달비 비빔밥을 먹어보는 것이 좋다. 별채반교동쌈밥집(054-773-3322)이 유명한데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돼지막창집인 흥부막창(054-748-1415)은 지역 주민들만 아는 맛집이다. 막창을 특유의 양념에 버무려 내놓는데 거북한 냄새도 나지 않고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다.

삶의 활력을 주는 전국 전통시장 5選

‘남도 음식’ 비법 A颱?광주의 전통시장

광주의 대표 5일장인 말바우장과 송정5일장에는 대형마트가 흉내 낼 수 없는 멋과 맛이 있다. 가격이 싼 것은 기본이고, 바다와 들에서 갓 나온 식재료와 흥겨움이 넘쳐난다.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물건도 사고 장 구경을 하러 나온 이들로 북새통이다.

광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양동시장과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대인시장도 빠뜨리면 서운하다. 아시아 문화의 허브로 자리 잡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볼 수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김치에 대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광주김치타운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체험여행지로도 적격이다. (062)613-3633

항구의 정취 숨쉬는 강릉 주문진수산시장

영동 지방 제일로 꼽히는 주문진수산시장에서는 어민의 활기찬 삶과 동해의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항구로 돌아오는 어선에는 복어, 임연수어, 오징어, 도치, 가자미, 대구 등 제철 생선이 가득하다. 생선은 경매를 거쳐 순식간에 사라지고, 횟집과 난전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님을 기다린다. 난전에서 흥정하는 맛도 쏠쏠하다. 말만 잘하면 오징어와 멍게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주문진항 언덕에 자리한 주문진 성황당과 주문진 등대도 빼놓지 말자. 이곳에서 주문진항과 너른 바다를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다. 주문진수산시장을 둘러봤으면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낙가사 등 강릉의 명소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033)640-5420

젊은 상인들 웃음 가득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과 야시장은 시장의 활력을 되찾게 한 명물이다. 청년몰의 슬로건인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에는 젊은 상인들의 삶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잘 살자는 뜻이 담겼다. 그래서인지 청년몰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손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웃음, 손님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요즘 ‘한국이 웃으면 세계가 웃어요’라는 K스마일 캠페인이 한창이다.

남부시장의 또 다른 명물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야시장이다. 작은 이동 판매대 35개에 음식과 수공예품이 다양해 전주 시민과 여행자에게 인기를 끈다. 자만벽화마을,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부성의 동서남북을 잇는 부성길도 함께 돌아보기 좋은 관광지다. (063)287-1330

시골장터로 혼저 옵서예! 제주 세화민속오일시장

제주 동북부 세화해변 옆에 끝자리 5일, 0일마다 열리는 세화민속오일장이 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없는 것이 없는 시골 장터다. 드물게 바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5일장으로, 장릴綬?마치고 여유로운 바닷가 산책은 덤이다.

세화민속오일장에서 멀지 않은 해녀박물관은 제주 해녀의 역사와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 해녀 문화’가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심의를 앞두고 있어 들러볼 만하다. 비자림은 수령 500~800년 된 비자나무가 자생적으로 숲을 이룬 곳으로, 제각각 기묘한 형태로 자라난 고목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자림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용눈이오름은 주차 시설과 탐방로가 잘 갖춰져 여행하기 편리하다. 오름 아래 초원 지대를 누비는 제주레일바이크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064)710-3318

‘배부르고 등 따뜻한’ 아산 온양온천시장

기차, 전통시장, 온천은 추억 여행의 매개다. 기차를 타면 닿는 아산 온양온천시장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시장이다. 장항선 온양온천역에서 내려 큰길 하나 건너면 북적거리는 장터다. 온양온천시장 골목에서 만나는 추억의 온천탕은 겨울이면 훈훈함을 더한다. 온양은 휴양 기능을 하는 행궁이 자리한 왕의 휴양지였고, 온양 장터는 행궁 수라상에 식재료를 공급했다. 그 명맥을 이은 온양온천시장은 상설 시장과 함께 ‘맛내는 거리’ 등 다양한 테마 거리로 운영 중이다. 시장 소머리국밥은 온천과 더불어 추운 겨울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별미다. 아산 추억 여행은 외암민속마을, 온양민속박물관, 현충사 등으로 연결된다. 외암민속마을은 미로처럼 이어진 돌담길을 거닐며 고택과 옛 삶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041)540-2517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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