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서 사라진 장미…양재 꽃시장 매출 반토막

입력 2016-02-21 20:17  

현장 리포트

실속 트렌드로 생화 안찾아
1인당 꽃소비 OECD 최하
화훼 재배 포기 농가 잇따라

상인들 "값싼 중국산 수입해야"



[ 이수빈 기자 ] “작년만 해도 한 단에 4000원 하던 장미를 2000원에 팔고 있어요. 오늘도 못 팔면 다 버릴 지경입니다.”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은 썰렁했다. 한창 바빠야 할 졸업시즌인데도 분주한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건물 뒤편엔 시든 꽃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보안관리자 박모씨는 “졸업시즌인데도 장사가 안돼 버려지는 꽃이 숱하다”고 말했다.

화훼시장이 활력을 잃은 채 시들고 있다. 화훼업계에서 2월은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시즌이 겹친 성수기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꽃 소비가 줄어들면서 2월 특수마저 사라진 모습이다. 양재 화훼시장에서도 졸업시즌에 맞춰 꽃을 대량 들여왔지만, 판매가 안돼 장미 튤립 등이 반값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만870원이던 1인당 꽃 소비금액은 2013?1만4452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실용소비 트렌드를 꽃 소비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생화는 사치’로 인식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플라스틱·비누꽃 등 조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권영규 aT 화훼공판장 절화부장은 “졸업식에서도 ‘꽃다발은 한 번 사진 찍고 버릴 용도’라고 생각해 조화 등 싼 꽃다발을 일회용처럼 쓰고 버리는 일이 많다”며 “그마저도 사지 않고 용돈 등 실용적 선물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 소비가 줄면서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 장미, 거베라, 안개꽃 등 매출은 5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12년 2월 3억4000만원이던 거베라 매출은 작년 2월 1억7700만원으로 줄었다. 양재 화훼시장에서 소매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진희 씨는 “기업 인사철에도 승진이 줄어 꽃이 안 나간다”며 “국회마저 김영란법 등에서 꽃 선물을 규제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푸념했다.

화훼시장이 침체되자 꽃을 납품하던 농가들까지 잇따라 재배를 포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화훼재배면적은 2005년 7950에서 2013년 6430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화훼시장 측은 경조사 꽃 선물이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생화를 보존용액에 담가 오래 시들지 않도록 만든 ‘프리저브드 플라워’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웅식 aT 화훼공판장 중도매인연합회 회장은 “꽃의 모양과 색상, 향기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플라워테라피를 알려 화훼시장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고 말했다.

aT 내부에선 양재 화훼시장에서 수입 꽃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권 부장은 “이미 장례식장에선 대부분 중국산 등 수입 국화가 쓰이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품종도 다양한 수입 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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