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사교육시장] "임대료 내기도 벅차"…대로변서 골목으로 밀려나는 학원들

입력 2016-02-26 17:21  

'사교육 1번지'의 비명

대치동 대형학원들 학생 감소 직격탄
소규모 학원 전락…권리금도 사라져
최근 1~2년간 중계동 학원 30% 문 닫아



[ 마지혜 기자 ]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대치동과 중계동 학원가가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사교육시장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액의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학원들은 목 좋은 대로변을 벗어나 골목으로 파고들고 있다. 2000년 이후 10년간 줄곧 오르던 학원 임대료는 최근 2~3년간 정체 상태다. 대치동에서는 학원 권리금이 사라진 지 오래다.

◆골목으로 가는 학원들

대치동 학원가는 3~4년 전만 해도 은마아파트 사거리의 대로변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로변에서 150m 떨어진 골목까지 밀려나는 학원이 늘었다. 과거에는 학원업계 종사자나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주로 거주하던 골목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학원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학부모가 하루에도 여러 명”이라며 “주소지를 받아 보면 이정표가 될 만한 건물도 없는 평범하고 작은 빌딩”이라고 말했다.

경영이 어려워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학원들이 골목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로변 건물 하나를 전부 쓰는 대형 학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습학원 설립운영 허가 기준인 전용 강의실 면적 60㎡를 겨우 충족하는 중소 규모 학원이 다수”라고 귀띔했다.

2000년대부터 형성된 중계동 학원가에서도 학원의 외곽 이동과 소형화 추세는 비슷했다. 박선영 탑부동산 실장은 “대형 평수를 감당할 수 있는 학원이 줄면서 60㎡ 수준의 중소 학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장필수 청구공인 실장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업황이 좋아 원장들이 200~300㎡ 공간 사용을 우습게 여겼지만 지금은 ‘어렵다’는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학원을 접고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에 분양면적 60㎡의 아파트를 빌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습소도 늘고 있다. 근처에서 20년 영업한 한 김밥집 사장은 “단골 학원 원장과 강사들이 식사를 시켜 배달을 가보면 규모가 있는 학원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소규모 공부방에서 수업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했다.


◆사라지는 대치동 학원가 권리금

한창 잘나갈 때 두둑했던 영업권리금은 이제 옛말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설비 등의 시설 가치를 인정받아 1000만~2000만원이라도 받고 나갈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근 좋은공인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사거리 대로변의 60㎡대 학원의 권리금은 4년 전에는 적어도 5000만원은 받았지만 지금은 2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그나마 목이 좋아 2000만원을 받는 것이지 조금만 입지가 안 좋으면 한푼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대로변을 중심으로 공실이 늘면서 학원 임대료 역시 10%가량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는 “학원 규모를 줄여서 옮기겠다”는 학원장의 문의가 적지 않다. 이경숙 붐플러스공인 대표는 “학원 경기가 좋을 때는 확장 이전하려는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축소 이전 문의가 대다수”라며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1월부터 석 달 동안이 성수기인데 최근엔 오히려 학원을 접고 나가는 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계동도 비슷하다. 박중희 자유자재학원 원장은 “최근 1~2년 사이 중계동 학원의 30% 이상이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며 “원생 수를 늘리는 대신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입시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하는 방안 등 해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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