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메모리 평정한 삼성, 시스템 반도체도 세계 1위 노린다

입력 2016-03-04 07:10  

삼성전자 DS(부품)부문

스마트폰의 두뇌' AP시장 우뚝
작년 모바일AP 매출 17억달러…1년새 두 배 가까이 껑충
매출증가 속도, 경쟁사 압도

초미세화 공정 '14㎚ 핀펫' 개발
미국 인텔·대만 TSMC보다 먼저 양산
한 웨이퍼에서 생산하는 칩 대폭 늘어…퀄컴 등 시스템 반도체 강자 위협



[ 남윤선 기자 ]
지난 2일 찾은 삼성전자 경기 기흥사업장 S1 라인. 이곳에선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 기판)를 실은 자동운반장비(OHT)가 머리 위로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S1 라인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시스템 반도체 핵심 생산설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거래처가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이 공장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공장 중 가장 오래된 이곳을 최근 28㎚(나노미터·1㎚=10억분의 1m)공정에서 14㎚로 전환하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달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고객사들의 몰려드는 요청 때문이다.

왕좌 노리는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를 향해 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2014년 5위였지만 중국 스프레드트럼을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섰다.

매출 증가 속도는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훨씬 빠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출은 2014년 8억5600만달러에서 2015년엔 17억3000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위 퀄컴은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20억달러 이상 줄었고 2위 애플, 3위 대만 미디어텍, 5위 스프레드트럼의 매출 상승률은 삼성전자보다 낮았다.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인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생산하고 있다. 엑시노스는 갤럭시S6 시리즈와 갤럭시노트5, 갤럭시S7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에 탑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반도체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14㎚ 핀펫 공정을 개발해 ‘엑시노스7 옥타’를 양산했다.

14㎚ 공정은 세계 반도체업계를 이끄는 삼두마차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 대만 TSMC가 지난해 경쟁적으로 먼저 양산에 들어가려고 했던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경쟁에서 승리자가 됐다. 반도체는 공정을 미세화하면 칩 크기가 줄면서 한 웨이퍼에서 생산하는 칩 수가 늘어난다.

회로 내 전자 이동거리도 짧아지면서 칩의 성능과 속도도 빨라진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출이 크게 늘어난 건 경쟁사보다 앞서 확보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14㎚ 공정을 2세대로 업그레이드해 여기서 ‘엑시노스8 옥타’를 생산하고 있다.

竊봉活渼?프리미엄뿐 아니라 보급형 모바일 AP ‘엑시노스 7870’도 14㎚ 공정에서 생산해 최근 공개했다. SA는 “14㎚ 기반 엑시노스 칩 덕분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지난해 모바일 AP 출하량이 두 배로 늘었다”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퀄컴이 삼성전자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AP 이외에 다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모뎀칩이 대표적인 분야다. 삼성전자의 모뎀칩 매출은 2014년 2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5700만달러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순위도 2014년 7위에서 지난해 4위로 껑충 뛰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독주체제

1993년부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D램 분야에선 2014년 1분기 37.2%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작년 3분기 45.2%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정체 상태거나 오히려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독주체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18㎚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다른 업체는 아직 20㎚대 제품을 양산하는 데 머물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마찬가지다. 2002년 이후 계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6.7%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해 가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낸드플래시로 만드는 저장장치의 일종) 시장에서는 39%의 점유율로 2위 인텔(14%)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SSD는 최근 기업용 서버뿐 아니라 노트북, PC 등에도 대거 탑재되면서 낸드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위기돌파

잘나가는 삼성전자 반도체에도 위기 요인은 있다. 시스템 반도체 쪽에서는 파운드리 최대 거래처인 애플이 최근 경쟁사인 TSMC에 더 많은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애플이 이탈하면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 쪽에서도 스마트폰, PC 등 전방산업의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메모리 수요도 줄어 작년 4분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값이 급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위기를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14㎚를 넘어 10㎚ 제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4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등 고가 제품을 통해 가격 하락을 극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13년 3D 낸드 생산에 돌입했으며, 경쟁사들은 48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를 기술로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매출을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기흥=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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