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대 수석 입학·수석 졸업·최연소 사시 합격한 IB 업계 엘리트
제일은행 M&A 자문·하나로텔레콤 매각, 아시아 전체 M&A 교과서
올해 6000억 투자 유치 목표…투자자가 가장 주목하는 PEF 운용사
이 기사는 03월08일(10:5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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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펀드 설립 9년 만에 원금의 40%(2000억원)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내홍에 시달리던 회사는 두 곳으로 쪼개졌다. 공동 창업주인 변양호 전 대표는 2선(고문)으로 퇴진했다. 2014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사건들이다.대부분의 금융인들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던 VI가 작고 단단한 조직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2014년 7월 2250억원 규모 실트론 인수금융(기업 인수 대출) 琯돈?2000억원의 투자금을 모두 날린 지 불과 1년 8개월만의 일이다.
◆2호 펀드 年 수익률 50% 추정
작년 말 기준 VIG의 2호 펀드가 보유한 6개 투자 기업의 공정가치 평가액은 7200억원. 투자 원금(3000억원)의 2.4배다.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은 이달달 말 매각 계약까지 체결했다. 약 3년만에 투입 원금(1100억원)의 두배(2200억원)를 회수했다. 투자 기간을 반영한 연간 내부 수익률(IRR)은 50% 안팎에 달한다. 연 5% 수익이 아쉬운 펀드투자자(LP)들이 올해 가장 주목하는 PEF 운용사를 VIG로 꼽는 이유다.
VIG의 부활을 이끈 주인공이 박병무 대표다. 박 대표가 2010년 11월 VIG로 영입된 후 펀드의 철학과 전략이 180도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1호 펀드의 실트론과 아이리버 투자 실패를 철저하게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털어놨다. 그가 재정립한 핵심 투자 원칙은 3가지. 첫째, 투자 대상을 미들마켓(중소·중견)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거래) 매물로 정한다. 둘째, 비싸게 인수하지 않는다. 셋째, 펀드 자산을 분산 투자한다. 박 대표는 “개인 위주의 플레이를 팀 플레이 위주로 바꾼 것도 과거와 달라진 문화”라고 강조했다.
VIG가 투자한 2호 펀드 자산은 버거킹(햄버거 체인점) 삼양옵틱스(광학렌즈 제조사) 에누리닷컴(가격 비교 인터넷 포털) 엠코르셋(속옷 브랜드) 바디프렌드(안마 의자) 윈체(아파트 창틀) 등 6곳이다. 한곳 당 평균 500억원씩 투자하면서 업종을 다양하게 분산시켰다.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인수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경쟁 입찰을 피한 까닭에 M&A 가격 비교 지표인 에비타 배수(EV/EBITDA)가 6배 이하로 일반적인 수준(8~11배)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사실 박 대표는 국내 투자업계에선 잘 알려진 ‘고수’다. 미국계 PEF 뉴브리지캐피털(현재 TPG 아시아펀드)의 한국 대표 시절 위기에 처한 하나로텔레콤(현재 SK브로드밴드) 경영을 정상화시켜 SK텔레콤에 되판 사례는 아시사 PEF업계 ‘교과서’로 남아있다. 당시 박 대표는 IPTV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방식의 ‘하나TV’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과감한 승부수를 통해 기업 가치를 턴어라운드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로텔레콤 매각으로 4년4개월만에 투자 원금의 2.8배(14억달러)를 벌었다.정영채 NH투자증권 IB부문 대표는 “귀중한 손님을 접대할 때 꼭 데려가고 싶은 유명 일식집의 베테랑 주방장”이라며 “특히 투자에 대한 감이 좋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PEF 창업주도 무한 신뢰
박 대표는 김앤장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서울대 수석 입학-최연소(21세) 사법고시 합격-서울대 수석 졸업 등 법조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1월 “국·영·수 과외가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됐다”는 박 대표의 언론 인터뷰로 인해 과외 찬반 논쟁을 촉발시켰고 결국 그해 7월 과외 금지 조치의 단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후배 변호사들이 아직도 가끔 물어보는 질문이 ‘공부를 잘하는 비결’. 직접 물어보니 “죽을 정도로 공부를 해봤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M&A 변호사로 업계에 이름을 떨친 사건은 제일은행 인수 건이다. 김앤장 변호사로 인수자측인 뉴브리지캐피털(현재 TPG 아시아 펀드)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당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던 제일은행은 ‘단돈 1원’에 팔겠다고 해도 사겠다는 곳이 없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굿뱅크(우량은행)과 배드뱅크(부실은행)으로 나눠 굿뱅크만 인수하되 향후 부실 자산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에 되파는 조건(풋백옵션)으로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한국 정부에 극도로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반대로 뉴브리지캐피털은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확보한 셈이었다.
당시 데이비드 본더만 TPG 공동 창업주의 신뢰를 얻은 것을 계기로 2003년 뉴브리지캐피털코리아 대표로 발탁됐다. PEF 경험이 전무했던 박 대표에게 아시아 지역 투자위원회 위원(총 5명) 자격까지 줄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였다. 제일은행의 M&A 사례를 벤치마크한 중국의 심천개발은행 인수 건은 현재까지도 TPG가 아시아 지역에서 거둔 최고의 투자 수익 사례로 남아있다. 2004년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3년만에 30억달러를 회수했다.
투자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던 박 대표는 “TPG에서 배운 가장 큰 자산은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과 변수를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이런 직관은 수십년간의 다양한 투자 경험과 디테일(세세한)한 분석 훈련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며 “경험과 디테일이 없는 직관은 무모함”이라고 풀이했다.
박 대표는 올해 총 6000억원 규모 3호 펀드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중 3분의 1(2000억원)을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할 계획. 1호 펀드의 투자 실패 경험이 국내 투자자(LP)들에게 잔상으로 남아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목표가 당차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대형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VIG의 쳬?펀드레이징 결과는 투자 실패의 경험도 운용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느냐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 이현진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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