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월세 상승 우려 낳는 '서촌 보존대책'

입력 2016-03-14 17:47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 홍선표 기자 ] “골목마다 특색이 있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동네에 활기가 돌았는데, 자기 집을 개조해 음식점과 카페를 내는 것도 안된다고 하니 주민 불만이 큽니다.”(남재경 서울시의원)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서촌 지역에 음식점과 카페의 신규 개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서울시 계획을 보도했다. 한옥을 보존하고 임대료 상승으로 터전에서 밀려나는 기존 주민과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기존 상권 이외 지역에선 음식점과 카페 등을 새로 열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지 3월10일자 A29면 참조

기사가 나간 뒤 여러 통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 임대료가 뛰어 수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하는 독자도 있었다. 향후 서촌 일대의 투자 가치를 묻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마음대로 가게를 열 수 없게 된 만큼 이미 음식점과 카페가 영업 중인 건물의 투자 가치가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 부동산 전문가들도 “업종 제한으로 희소성이 높아진 기존 건물 임대료가 크게 뛸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서촌 일대 골목상권에 프랜차이즈업종이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내용은 작년 11월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부동산값 상승으로 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 종합대책’에 포함됐다. 당시 서울시는 대학로, 인사동, 서촌, 북촌 등 시내 6개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하다며 지역별 맞춤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 부동산을 매입해 상인들에게 싼값에 재임대하거나 건축주와 ‘상생 협약’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줄인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 서촌 대책은 개인이 골목상권에 카페 등을 차리는 것까지 막겠다는 것으로 ‘상권 통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젊은 상인들이 차린 가게들이 늘어나며 썰렁했던 골목길이 밤에도 북적이는 명소로 바뀐 경복궁 인근 금천교시장의 사례에서 보듯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한 규제는 그만큼 큰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시장에서의 경험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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