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明暗 ② '승자' 농협은행이 쉬쉬하는 이유

입력 2016-03-18 09:29   수정 2016-03-20 15:24



(김은정 금융부 기자)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 대형 시중은행 영업점. 점심시간 직후라 그런지 영업점에 그리 소비자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기표를 뽑고 10분 정도 기다린 후 창구 상담이 가능했습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영업점 직원은 한 뭉텅이의 서류를 보여주며 “전일에도 몰려든 ISA 가입자들 서류를 확인하느라 야근을 했다”고 말합니다. “ISA는 무조건 가입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어떤 상품을 편입하는 게 유리한지와 다음달에 은행권에서 일임형 상품이 출시되면 가입을 하는 게 나은지 고민”이라고 말을 건네자 “지난 14일 출시된 신탁형이나 앞으로 출시될 일임형에 별 차이가 없으니 일단 가입부터 해놓고 나중에 구체적인 건 결정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바쁜 직장인들이 언제 일일이 투자상품을 보고 있겠느냐”며 “직장인은 신탁형이 유리하다”는 조언을 합니다.

조심스럽게 “은행이 직접 투자할 금융상품 종류와 비중을 결정하는 게 일임형이 아닌가요”라고 묻자 “잘 못 알고 계시네요. ISA가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게 많습니다”라고 답을 줍니?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영업점 직원은 결국 인터넷을 통해 확인을 했고, 자신의 착각을 깨달은 뒤 “준비 기간이 짧고, 갑자기 출시일이 잡혀 좀 정신이 없었다”면서 겸연쩍어 했습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다가 출판사에 들어간 지인이 겪은 실제 에피소드입니다. “신탁형에 가입한 뒤 일임형으로 갈아타도 되는지, 상품 갈아탈 때마다 추가로 붙는 수수료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 상담을 진행하면서 계속 질문이 생겼고, 질문에 똑 부러지게 잡을 못하는 영업점 직원을 보면서 일단 가입을 보류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고 전하더라고요. 증권회사가 아닌 은행에서 가입하고 싶은데, 적금 편입도 안 되고 이미 매매차익 비과세인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 펀드 등을 빼고 나면 도대체 어떤 상품을 넣을 지도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한 영업점, 특정 직원의 미숙함에서 발생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도 않은 듯 합니다. ISA 출시 첫날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은행은 농협은행이었습니다. 지역 농·축협에서 가입이 안 되는 데다 농협중앙회 전사적으로 농협은행 ISA 가입을 장려한 캠페인 효과가 컸습니다.

지역 농·축협 임직원의 가족·지인 마케팅이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치한 첫 날 가입자는 16만명. 전국에 있는 농협은행 영업점 수는 1200개 정도입니다. 하루에만 한 영업점에서 130명이 넘는 가입 신청을 받았단 계산이 나오죠. 투자 성향 분석과 상담, 서류 작성을 포함해 한 사람당 평균 30분 이상의 가입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영업점 업무 시간을 감안하면 나오기 어려운 계산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고, 예금 최저 단위인 1만원 수준의 소액 계좌가 대부분이라는 말들도 나옵니다. 농협은행 입장에서도 첫날 가입자가 가장 많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부담스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달 들어 은행에서 근무하는 친척, 친구, 자주 연락도 없던 지인에게서 ISA 가입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주변인들이 많습니다. 금융회사의 절실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기도 하고요. ISA에 대한 영업점 직원들과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충분히 높아지고, 출시 초반 혼란이 잦아드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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