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고학력 인재 유치 위해 이민정책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입력 2016-03-29 18:46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정정책 확대 부작용 우려
단기부양 효과 기대하고 확장 재정정책 쓸 때 아니다

미래 산업 키워야 생존
민간부문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산업 성장하도록 지원

재정 개혁은 스웨덴식으로
일본, 과도한 SOC 투자 '부메랑'…복지지출 축소·연금개혁이 우선



[ 이승우 기자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두 장의 그림을 꺼내 들었다. 만화가 이정문 화백의 ‘앞으로 35년 후 우리들의 생활’이란 제목의 그림이다. 1965년 시점에서 2000년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에는 태양열 주택, 전기차, 소형 TV 전화기, 로봇청소기 등이 그려져 있다. 지난해 2050년을 상상한 그림에는 날 수 있는 신발, 동물과의 의사소통, 감정을 가진 로봇 등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1965년 그림 가운데 달나라로의 수학여행을 빼면 모든 것이 이뤄졌다”며 “2050년의 그림은 우리가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4차 산업혁?△고령화와 저출산 △기후변화와 에너지시장 재편 등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산업이 클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교육과 노동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고령화에 대해 “고학력 인력을 유치하는 등 이민 정책을 전향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밀레니엄포럼 회원 100여명이 참석해 정책 현안을 놓고 유 부총리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 부총리의 주제발표 후 이뤄진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반 강력한 개혁으로 부활한 독일과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일본 가운데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신성장산업을 총괄할 정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유 부총리=독일이 부활할 수 있었던 핵심은 노동개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노동개혁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한 계단씩 나아가려고 한다. 신성장동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 제도 등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을 지정하는 방식으로는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최근 통화정책이 과열된 국가가 많다.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는 나라가 많아졌다. 예대마진은 줄고 부실 대출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국가 채무의 압박 때문에 재정 정책을 소극적으로 펴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콤비네이션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유 부총리=한국은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해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재정으로 경기 대응에 나설 때는 아니라고 본다. 확장적 재정이 당장 성장률을 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에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내년 어느 시점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는 등 충격이 올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유 부총리=내부에서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갑자기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우리 통제 바깥의 일이다. 지금 추세로는 급격한 경제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짜야 한다. 당장 국회만 가면 예산이 많이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 전망과 비전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유 부총리=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예산은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이 크다. 원칙을 잘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많은 외국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로 통일을 꼽는다. 위험 요소일 수 있지만 큰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유 부총리=통일이 기회라는 시각은 맞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편익도 많다. 당장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이 필요하다. 미래의 경제 전략을 세울 때 통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옥동석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일부 재정학자는 한국이 곧 일본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재정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온정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대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필요가 있지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 부총리=일본은 경기 대응을 위해 과도하게 SOC에 투자했고 결국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대조적인 예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사회복지비용 감축, 공기업 민영화, 연금 개혁 등을 통해 재정 적자폭을 줄였다. 한국은 거시경제적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과격하게 적자를 줄일 수는 없지만 스웨덴 식의 재정개혁을 따라가려고 한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는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일자리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일자리 사다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청년들이 인턴 기회를 얻어도 희망하는 일자리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수는 없지만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유 부총리=고용률이 흡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년에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것이 대선 공약이었는데 쉽지 않다. 지난달 기준 15~64세 고용률은 65% 수준이다. 일자리 사다리와 관련해선 고용디딤돌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고 소규모지만 앞으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도록 노력하겠다.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대개 서비스업이나 신산업을 떠올리는데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독일의 지멘스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제조업에서 혁신을 이뤄내면 저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다. 정부가 이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유 부총리=한국의 제조업은 세계에서도 자랑할 만하다. 다만 엔지니어링처럼 제조업과 연관된 서비스업은 취약한 측면이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연계해 발전시키는 방안을 더 찾도록 하겠다.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도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이 너무 많다. ‘망하는 대학’이 나올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유 부총리=정부는 프라임사업 등을 통해 대학의 구조조정을 돕고 있다. 안 되면 대학 문을 닫고 사학 주인이 재산을 가져가면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교육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는 국민적 인식으로 이런 방향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방안을 강구해 보도록 하겠다.

▷유재원 건국대 교수=잠재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부양 등 단기 처방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유 부총리=일단 1분기 조기 재정 집행의 결과를 보려고 한다. 다행인 점은 아직 정확한 숫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3월 들어 수출 감소폭이 줄고 있고 산업생산도 다시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받았다.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좀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한국 사회는 여전히 정부 주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또다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진다. 미래 사회에선 정부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교육 같은 부문은 정부가 생각을 바꾸면 법률과 관계없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유 부총리=중요하다고 하면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여전히 부지불식간에 남아 있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과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하겠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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