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제품·신기술로 시장독점하면 규제 안해

입력 2016-04-01 18:06   수정 2016-04-01 18:07

공정거래법이란?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거래하고 교환할 때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 생산자는 최대의 만족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다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며 시장을 독점한 채 가격을 마음대로 올린다면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행위에 대해서는 경쟁촉진법 또는 반독점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1890년에 셔먼 반독점법(The Sherman Act)으로, EU는 경쟁법(competition law)을 만들어 담합(collusion), 우월적 지위의 남용(abuse of dominance) 등 경쟁 제한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만들어 일정한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주요내용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경쟁촉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일정규모 이상 대기업에 대해 특정 경제활동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정거래법 제1조에는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경┠?집중을 방지하는 내용이 공정거래법에 담긴 것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즉 우리나라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모든 산업을 골고루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급효과가 큰 몇몇 산업을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불균형성장전략이 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무역자유화 시장 개방 등으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철강, 자동차,조선 등은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어서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해 이들을 규제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반독점 판단기준

독점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을 열심히 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 독점 판매한다면 이를 규제해서는 곤란하다. 또한 원가 절감을 해서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높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도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법경제학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반독점행위로 규제를 해야할 대상인지는 ‘당연위법’과 ‘합리의 법리’ 두가지 원칙에 따라 판단한다. 당연위법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생산량 감축이나 담합 등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독점적 이윤을 얻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당연히 위법으로 처벌 대상이다. 행위 자체가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독점 행위는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합리의 법칙’은 어떤 행위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지는 당국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선 독점적 지위인지를 확인하고, 만일 독점적 지위라면 그것이 경쟁제한적 행위에 기인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때 독점적 지위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원래 경제학에서 독점적 지위(시장지배력)를 측정하는 지수로 러너지수를 사용한다. 러너지수는 가격과 기업의 한계비용의 차이를 가격으로 나눈 비율이다. 그 차이가 클수록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계비용은 측정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따라 대부분 나라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위 한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이거나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이상이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본다.

이때 시장 점유율은 대체재 시장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특정 재화의 가격이 올랐을 때 수요가 다른 제품으로 이동한다면 해당 공급자가 특정 재화의 시장을 독점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재인지는 교차탄력성을 본다. 예를 들어 콜라값이 10% 올랐을 때 사이다 판매량이 10% 늘었다면 교차탄력성은 1로서 두 시장은 같은 시장으로 보게 된다.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다음으로 독점이 악의적인 경쟁제한적 행위에 기인한 것인지를 판단한다. 이 때 유의할 점은 악의적이라는 의미이다. 만일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선견지명에 의해 신기술을 남보다 앞서서 개발했거나 원가 절감, 우월한 기술에 의해 독점을 했다면 악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표적인 악의적 행위로는 경쟁기업의 원재재 구매 방해, 차별적 약탈적 가격책정 등을 들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도 현실에서 적용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글로벌화 개방화의 영향으로 인수합병 등 새로운 경영 활동이 보편화되고 있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기준도 조금씩 바뀌는 추세에 있다. 특히 산업간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는 악의적인 경쟁제한 행위여부를 놓고 공정거래당국 및 경쟁회사와 기업간에 논란이 빚어진곤한다. 당국이 어떻게 판정을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경제 산업 발전도 큰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조혜리 연구원 hyerij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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